▲ 한상춘-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무술년, 새해다. 연초에 모든 경제주체는 올해 예상되는 경제전망을 토대로 각종 계획을 짠다.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꼭 10년이 되는 올해는 추세적인 변곡점 등과 같은 ‘큰 변화’(big change)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돼 선제적인 대응 여부에 따라 경제주체별로 명암이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변화는 세계 경제가 10년 만에 ‘디플레 갭’에서 ‘인플레 갭’으로 전환될 첫해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전자는 실제 성장률(혹은 전망치)에서 잠재 성장률을 뺀 것이 ‘마이너스’일 때, 후자는 ‘플러스’일 때를 말한다. 전자 국면에서 물가가 올라가는, 즉 리플레이션은 세계 경제에 호재가 되지만 후자 국면에서 물가가 올라가는 인플레이션은 악재로 작용한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 경제는 ‘트럼프노믹스’가 제대로 정착되느냐 여부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대외적으로 국익 우선의 보호주의 정책은 국제적인 비난에도 미국의 실리를 챙기는 데는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낙후된 사회간접자본(SOC) 재확충, 세제개혁안 등과 같은 대내 정책도 추진된다.
2년 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분열 조짐을 보였던 유럽 경제는 지난해 3월 네덜란드 총선, 5월 프랑스 대선, 9월 독일의 총선을 거치면서 ‘통합’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거결과가 나왔다. 테러, 난민, 회원국 내 독립운동 등과 같은 변수가 있긴 하지만 올해도 봉합된 유럽통합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6월 도쿄 도지사 선거 참패로 위기에 몰렸던 아베 정부가 ‘중의원 해산’이라는 초강수로 일본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는데 성공했지만 올해 일본 경제에 대해 신중한 견해가 지배적이다. ‘아베노믹스’가 1단계(금융완화)에서 2단계(재정지출)로 이행되면서 국가 채무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는 ‘신창타이’ 성장률(6.5∼7%)을 달성하는 가운데 위안화 국제화 과제가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 국제화란 국제교역과 각국 외화보유에서 위안화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다. 위안화 국제화 과제가 내부적인 결함을 보완할 경우 7%대에 재진입할 수 있다는 시각도 고개를 들고 있다.
모디노믹스 성공으로 지난 3년간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던 인도 경제는 화폐개혁, 상품·서비스세(GST) 도입 등 제2의 도약을 위한 양대 현안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다소 부진했다. 하지만 인구가 많은 데다 4차 산업에 적합한 인구구조를 갖고 있어 올해부터는 성장률이 다시 7%대로 복귀할 것으로 예측기관은 내다보고 있다.
지난 한해 가장 격변을 치른 국가가 한국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우리 경제가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앞날과 관련해 비관론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경제개발 시작 이후 주력산업이었던 제조업의 생산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 특히 청년층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대외적으로도 우리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높아진 국제위상에 맞게 내수시장이 발전되지 않음에 따라 통상마찰도 잦아지고 있다. 특히 기업 간 불균형이 심화된 상황에서 특정기업의 경우 세계 최고의 반열 위에 올라간 것에 따른 착시 현상까지 겹치면서 주요 교역국으로부터 통상마찰의 표적이 되고 있는 점도 우리 경제 앞날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모두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그런 만큼 문재인 정부는 많은 정책을 내놓기보다 정치권과 정책당국의 ‘마라도나 효과’(마라도나에 의한 위협을 대처하기 위해 수비수가 미리 행동하면 다른 쪽에 공간이 생겨 골 넣기가 쉽다는 의미)가 절실하다. 이를 바탕으로 정책 수용층이 ‘프로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공익을 위해) 정신을 발휘한다면 고질적인 비관론을 해소할 수 있다.

한상춘-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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