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美 식품·식자재 유통기업 시스코

식품유통업이 첨단기술과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식품 유통업을 정교한 소프트웨어나 시스템의 도움 없이 양상추처럼 상하기 쉬운 채소를 그냥 상자에 넣어 전국 이곳저곳으로 운반하는 사업쯤으로 알고 있는가?
시스코(Sysco)는 연간 2150만톤의 농산물, 육류, 가공식품 및 기타 식자재를 수송하는 휴스턴에 있는 첨단 기업이다. 미국의 모든 식당, 매점, 스포츠 경기장, 기타 음식을 다루는 외식업체 3곳 중 1곳은 시스코에서 식자재를 공급받는다. 시스코는 식재료를 적재적소에 안전하게 배송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의 기업임원들과 IT전문가들조차 감동시킬 만한 소프트웨어, 데이터베이스, 스캐닝 시스템과 로봇 공학이 적용된 복잡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시스코의 물류 시스템이 유난히 복잡한 이유는 캐비어 한 병을 냉동 양파링 한 상자나 36㎏이 넘는 밀가루 부대와 똑같은 방법으로 다룰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기존의 일반 재고관리 소프트웨어를 쓸 수 없다. 그래서 시스코는 자사의 맞춤형 기술 툴을 사용해 하루 단위의 물류계획을 세운 뒤 실행에 옮긴다. 이 과정에서 시스코는 비용을 절감하고 배송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뉴저지의 저지시티에 위치한 45만㎡ 규모의 시스코 물류센터가 최종 목적지로 배송되기 전 식자재가 분류되고 선적되는 곳이다. 시스코는 회사의 모든 물류센터를 운영사라고 부른다. 모든 배송직원은 무선 스캐너를 착용하고 허리 뒤춤에 프린터를 차고 있다. 이 프린터에는 자신이 지게차에 실어야 할 내역이 정확히 기재돼 있다. 시스코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상품 중량, 위치 및 목적지에 따라 각 화물 팔레트 배치를 정확히 산출한다. 지게차 1대당 3개의 대형 이동용 화물플랫폼을 운반할 수 있다. 흡사 테트리스 게임같이 물품을 쌓는 것이다.
직원들은 제품 바코드를 스캐너로 읽어 물건을 확인한 뒤 화물팔레트로 옮긴다. 직원들이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일은 없다. 한번 출발하면 한 방향으로 질서정연하게 이동하게 끔 공장이 설계돼 있다. 각 통로는 중량과 온도에 따라 배치돼 있다. 18~22㎏의 무거운 캔은 창고 한쪽에 적재하고 감자칩 상자같이 가벼운 제품들은 다른 편에 놓는다. 이 모든 것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곳에서 17일마다 1만1000개 품목이 회전된다. 이를 위해 심지어 냅킨이나 은제품까지 포함한 모든 제품에 일종의 유통 기한이 적혀 있다. 시스코는 정해진 순서대로 모든 제품의 재고관리를 원하기 때문이다. 한 상품의 유통 기한이 지나면 재고관리 소프트웨어는 직원에게 이를 통보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이 제품의 재고가 부족해지면 다시 보충될 수 있도록 한다.
다양한 종류의 고객이 여러 곳에 산재한 탓에 시스코 트럭은 어디를 가도 있다. 트럭에 최대한 적재하기 위해 시스코는 2000년도에 공급망 운영체제를 혁신했다. 과거에는 크라프트(kraft)나 켈로그(kellogg) 등 식품 공급업체들이 저지시티의 물류센터와 같은 운영사에 직접 수송했다. 문제는 공급업체들이 각 운영사에 개별적으로 트럭을 보낸다는 점이었다. 또한 트럭 1대가 하역하는데 무려 2시간 반이나 소요됐을 뿐 아니라 짐도 절반만 채워 실어 온 경우가 허다했다.
결과적으로 공급업체의 운송비용을 부담하는 시스코로서는 이 모든 게 시간과 비용 낭비였다. 하지만 현재는 휴스턴의 중앙물류사업부가 맨해튼 어소시에이션(Association)의 소트프웨어를 사용해 새로이 신설된 집합센터 2곳 중 1곳으로 배송하도록 공급업체에 지시한다. 이곳에서 시스코 직원들은 도착한 물품들을 한데 통합해 트럭에 최대한 적재한 후 적당한 운영사로 운반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집합센터에서 고객을 위해 팔레트까지 준비해서 보내기 때문에 운영사는 일부 팔레트만 트럭 배송 전에 추가로 조립하면 된다. 그 결과 트럭에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게 돼 전보다 운행 트럭 수를 줄이면서도 수송시간이 단축됐다.
시스코의 첨단 기술은 회사운영 효율성을 향상 시킬 뿐 아니라 오염식품으로 질병이 발생할 경우 정부기관들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청이 피넛코프가 공급한 살로넬라균에 감염된 땅콩 제품의 리콜을 지시하자, 시스코는 재빨리 오염식품 취급 가능성이 있는 6개 운영사를 찾아냈다. 배송, 질병발생이 보고된 식당, 의심되는 재료에 대한 정보를 3각 분석해 미국 식품의약청이 오염원을 조사할 수 있도록 물품 추적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농장에서 주방에 이르기까지 시스코의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이 닿지 않은 곳은 없을 것이다.

- 글 :  하제헌 객원기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