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유통 A-Z 익힌 롯데맨…‘유통시너지 극대화’시험대
지난해 연말 롯데그룹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쉴 수가 있었다. 1700억원대의 횡령, 배임, 탈세 등으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1심 공판 결과가 나왔는데, 재판부는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롯데그룹은 ‘총수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태는 피했기에 그렇다. 그러나 오는 26일에는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1심 판결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신동빈 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여전히 롯데그룹의 오너 리스크는 유효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롯데그룹은 상당히 중요한 경영 전환점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우선 2015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때에 “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순환출자도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공식선언하면서 투명한 경영을 국민들에게 약속한 바 있다. 이 모든 지배구조 개선의 과업을 지난 2년 동안 차근히 진행해 최근에 거의 마무리 됐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순환출자 고리가 2014년 기준으로 74만8963개였는데, 현재 11개로 줄었고, 오는 4월까지 순환·상호출자 고리를 0개로 만들 참이다.

롯데그룹 전문경영인 시대 본격가동
특히 지난해 롯데는 신동빈 체제 하에 ‘뉴 롯데’를 만드는 원년으로 선포하였는데, 지주회사인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계열사의 카테고리를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4개 부문(BU·Business Unit)으로 묶는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가 있다.
롯데그룹은 이러한 큰 틀의 변화 속에서 이원준 전 롯데백화점 대표를 유통사업 부문장(BU장)에, 송용덕 호텔롯데 전 대표는 호텔&서비스 BU장으로, 이재혁 전 롯데칠성음료 대표를 식품 BU장에, 허수영 롯데케미칼 전 대표를 화학 BU장에 각각 선임해 기존 주요계열사 대표를 안고 가면서도 후임들을 계열사 대표에 선임했다.
즉, 이원준, 송용덕, 이재혁, 허수영 등의 각 부문의 총괄 책임자들이 2018년 롯데그룹의 내실을 다지는 아주 중요한 인물들이 될 것이다. 그 이유는 현재 신동빈 회장이 검찰의 사정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오너 리스크를 올 한해에도 안고 가야 하기 때문인데, 이럴 때일수록 전문경영인(CEO)들의 활약이 그룹의 명운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현재 롯데그룹은 전문경영인 부회장 시대가 열렸다고 할 수 있는데, 위에 언급한 CEO 가운데 이원준, 송용덕, 이재혁 등이 CEO 겸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다.
이번 주 기업 포커스가 주목한 롯데그룹의 전문경영인은 이원준 롯데그룹 유통BU장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롯데쇼핑 대표이사도 맡고 있는 인물로, 롯데그룹에서만 35년 이상 몸을 담으며 유통사업 분야를 두루 거친 전문가로 통한다. 롯데그룹의 유통BU는 롯데그룹의 유통계열사를 한데 묶은 조직체인데, 유통 사업이 롯데그룹을 대표하는 핵심 사업인 만큼 이원준 부회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유통 사업은 롯데그룹의 핵심이자 가장 많은 매출을 내는 사업이며 롯데그룹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무려 40%에 이른다. 롯데쇼핑에서만 한해 30조원의 매출이 나오니 유통BU의 직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알게 해준다.
이원준 부회장은 롯데그룹에 공채로 입사해 제일 먼저 롯데쇼핑에 배치된 이후 롯데백화점 상품본부 영업본부장, 롯데미도파 대표, 롯데역사 대표, 롯데면세점 대표 등을 역임하면서 유통의 ABC를 차근히 익히며 경영인의 길로 올라섰다. 지난해 유통BU 출범 이후 이원준 부회장의 머릿 속은 유통계열사들의 시너지를 어떻게 하면 극대화할 수 있을까에 있을 것이다.
현재 롯데그룹은 계열사 가운데 유통 기업들인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등의 홍보조직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을 마무리 중이다. 통합된 홍보조직은 롯데백화점에 귀속되기 때문에 나머지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홍보팀 직원이 기존 회사를 퇴직하고 롯데백화점으로 소속을 옮기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어떻게 보면 유통BU는 하나의 유통그룹으로 해석하면 편할 것이다. 각개전투로 펼쳐져 있던 홍보조직을 통합하는 작업 자체가 롯데그룹 유통사업의 단일화된 홍보전략, 통일된 이미지 제고를 도모하고자 하는 취지이기에 그렇다.

유통계열사들의 역량 통합
이원준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유통BU가 출범하면서 조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홍보조직 말고도 다른 현업부서의 통일성을 강조하기도 했는데, 우선 각 유통 계열사들의 구매와 신규사업, 디자인, 시설 등 주요 부문에 있어 계열사끼리 뭉치는 TF(태스크포스) 등 협의체를 구성하기도 했다. 쉽게 설명하면 각 계열사별로 판매하는 상품 가운데는 분명 중복되는 품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유통BU 차원에서 일괄 구매를 하게 되면 비용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구매만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 유형이 비슷한 마트와 슈퍼 사업의 조직·시설 통합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경우 올해 초에는 충북 증평에 마트와 슈퍼가 신선식품 물류를 일부 공유할 수 있는 신선가공센터도 완공하게 되는데, 두 사업부의 물류를 완전히 통합하는 발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통BU는 사업의 영역이나,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경영전략이 상당히 중요해 보인다.
발 빠른 통합과 시너지 전략이 주목되고 있지만, 반면에는 부진한 해외 유통 사업을 어떻게 올해 정상화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특히 롯데쇼핑은 중국 백화점 개점을 시작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한 지 2017년 기준 10년이 넘었지만 누적손실만 조 단위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한·중 사드사태 이후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9월 롯데마트의 중국사업 철수를 공식화하고 골드만삭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했었지만, 추진 결과 중국점포 매각은 실패했다. 유통사업의 경우 인력과 물류 등의 자원이 시간이 지날수록 손실규모가 커지는 특성이 있어 매각을 결정했다면, 하루빨리 성사시켜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까지 롯데마트는 인수후보들과 협상을 이어 가고 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정부라는 말도 나온다. 중국시장의 특성상 정부가 승인을 내려주지 않으면, 중국점포 매각의 계약체결은 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롯데쇼핑은 중국 롯데마트 회생을 위해 긴급 지원금만 약 3억달러를 투입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도 벌써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롯데그룹 차원에서 또 한번의 자금 투입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그래서인지 이원준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할 때 기업사절단 일행으로 참가해 중국 당국과 접촉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국발 희소식이 없는 걸 보면 별다른 진척이 없었던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쇼핑과의 시너지가 관건
결국에는 이원준 부회장은 유통 BU장으로서 앞으로 어떤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이원준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롯데쇼핑은 2016년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어나며 3년 만에 성장세로 돌아섰다. 사실상 롯데쇼핑은 백화점사업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롯데카드, 롯데하이마트, 편의점, 영화관사업까지 하고 있는 롯데그룹 내 최대 알짜 계열사다.
그런데 지난 2014년 내수침체를 겪으며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가 이원준 대표 체제로 2년을 보내면서 2016년 반등에 성공을 한 것이다. 이원준 부회장은 국내외 모두에서 외형 확장보다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펼치는 것으로 유통의 내실을 잘 다지는 CEO다. 최근 2~3년 사이에 국내 유통업계가 동반침체에 빠진 열악한 상황에서도 롯데쇼핑의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건 그가 남는 장사를 할줄 아는 CEO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제 이원준 부회장은 유통BU장으로 잘 나가는 롯데쇼핑과 나머지 유통계열사의 시너지를 이끌어 내야 하는 과업을 안고 있다. 이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보면 이원준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2인자 지위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신동빈 원톱 경영체제 아래 롯데그룹의 비상을 이룩할 수 있는 가장 중심적인 CEO가 되지 않을까 평가한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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