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 독자 여러분들의 사랑을 받았던 <조윤제의 인문경영학>이 이번 호부터 <인문경영학 시즌 2>로 새롭게 단장, 매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노자는 공자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철학자로 도교(道敎)의 시조로 꼽힌다. 공자의 유교가 ‘유위’(有爲) 즉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면, 노자는 ‘간섭하지 않음으로써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철학을 강조했다.
자연(自然)이 아무도 관여하지 않아도 조화롭게 존재하는 것처럼, 사람을 이끄는 지도자도 억지로 개입하거나 관여하지 않아야 가장 바람직한 통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자의 철학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무위의 리더십, 혹은 감성의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사람들을 앞장서서 이끄는 카리스마형 리더가 각광을 받았다면 요즘은 직원들의 역량과 창의력이 마음껏 발휘되도록 조용히 조직을 이끄는 감성의 리더가 대세다. 첨단기술과 창의력이 중시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 특유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자 철학을 집대성한 책인 <도덕경>에 실려 있는 감성적 리더의 몇가지 자질을 살펴보자.
 “강대한 것은 낮은 곳으로 임하고 부드럽고 약한 것이 높은 곳으로 임한다.”(强大處下 柔弱處上)
먼저 감성적인 리더는 겸손하다. 스스로 낮출 줄 아는 리더가 직원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줄 수 있다. 스스로 높은 자리에 올라서 앉는 교만한 사람은 부하들의 진정한 존경과 사랑을 받지 못한다. 직원들을 배려하고 진정으로 아끼는 리더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직원들의 손에 의해 높은 자리에 앉혀지는 것이다.
“일이 생기기 전에 미리 처리하고 어려워지기 전에 다스린다.”(爲之於未有 治至於未亂)
감성의 리더는 직원들의 세세한 일에 일일이 관여하지 않기에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이런 여유 시간을 통해 조직의 미래를 준비하고 혹시 다가올지도 모르는 위기에 대처할 준비를 한다.
역시 <도덕경>에는 “큰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마치 작은 생선을 굽듯이 한다”(治大國若烹小鮮)라는 재미있는 말이 실려 있다. 작은 생선을 구울 때 빨리 굽기 위해서 이리저리 뒤집고 건드린다면 생선살이 모두 흩어져 정작 먹을 것이 없어진다.
만약 지도자가 작은 일에 여기저기 관여하거나 직원들의 무능을 탓하며 불만만 표한다면 제대로 일도 되지 않을뿐더러 직원들의 사기만 떨어뜨리고 만다. 안타까운 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을 갖지 못해 조직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말이 많으면 빨리 궁해지니 차라리 속을 비워 지키느니만 못하다.”(多言數窮 不如守中)
감성의 리더는 말이 많지 않다. 무협 영화를 보면 진정한 고수는 말이 아니라 작은 몸짓만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직장에서 보고를 할 때에도 말이 많은 사람은 실력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요점을 짚지 못하고 중언부언하는 것이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래서 <도덕경>에서는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知者不言 言者不知)는 다소 극단적인 주장까지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감성의 리더는 “스스로를 알지만 드러내지 않고, 스스로를 아끼지만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自知不自見 自愛不自貴)
자신의 진가를 알기에 굳이 과시하지 않고, 자중자애(自重自愛)하는 것이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이 닥치면 자신을 아끼지 않고 과감하게 앞장선다.
바로 이런 리더 밑에서 직원들은 자기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할 수 있다.

- 일러스트레이션 최진영
- 조윤제《천년의 내공》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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