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과 역사관 등의 콘텐츠와 전시시설을 제작·설치하는 전시·연출업계가 저가 수주 등 현행 협상에 의한 계약 제도의 문제점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전시문화산업협동조합(이사장 박명구)은 협상에 의한 계약 제도가 도입 취지와 다르게 가격으로 수주업체가 결정되는 사례가 증가하는 등 공공조달 시장이 저가 수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조합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나라장터에 공개된 28억원 규모의 경북지역의 A박물관 전시시설 제작설치 사업의 평가 결과에 따르면 기술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업체는 87.5197점의 B업체였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업체는 87점을 받은 C업체였다. 당락을 가른 것은 바로 가격점수. C업체의 가격점수는 9.7368점으로 B업체의 8.639점보다 약 1.1점 높았다. 0.5점의 기술점수 차이를 가격점수로 뒤집은 것이다.
조합은 “공공조달시장에서의 저가투찰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합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사업비 10억원 이상 대형실물모형사업의 협상에 의한 계약 입찰에서 70% 이하의 가격으로 낙찰된 사업은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전체의 65%에 이른다. 2015년 7.1%, 2016년 30.3%에서 급격하게 증가했다.
협상에 의한 계약은 계약 이행의 전문성·기술성 등의 이유로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 제안서를 제출받아 평가한 후 협상절차를 통해 국가 혹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가장 유리하다고 인정되는 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제도다.
하지만 저가투찰로 인해 발주 기관과 수주업체 그 누구에게도 유리하지 않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조합과 업계의 지적이다.
조합 관계자는 “기술평가에서는 업체 간 점수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결국 가격평가에 의해 최종 낙찰자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전문성과 기술력을 중요시 하는 제도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입찰에 참여하는 전시업체 대표는 “경쟁이 워낙 심하다보니 살아남기 위해서는 낮은 가격이더라도 수주를 해야 한다”며 “수주를 해도 사업비 자체가 낮기 때문에 저가의 재료와 부품을 사용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수익성을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조합은 “추정가격 대비 60%로 돼 있는 입찰하한율 규정은 업체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60%에 가까운 낮은 금액을 투찰할수록 점수의 차이를 크게 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입찰하한율 규정은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기준 예규가 제정된 2003년에 만들어졌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이미 2014년도에 입찰하한율을 80%로 상향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입찰하한율 추가 상향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명구 이사장은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식의 저가 투찰은 업계를 공멸로 이끄는 길”이라며 “입찰하한율 상향이나 가격평가 방식 변경 등 저가 투찰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