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 미국은 지금 일자리 전쟁중

요즘 같은 경기 혼돈기 상황에선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행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직장에서 하는 일이 3개나 된다면? 현재 플로리다 주 임원협의회 회장인 주디 그레이와 그의 팀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과거 2년간 주디는 회보를 편집하고 온라인 교육 과정을 개발하는 등 2개의 보직을 더 맡았다. 주디의 팀원들도 마찬가지로 업무가 대폭 늘었다. 임시 비서직이었던 한 여직원은 소셜 미디어를 다루고 스폰서를 유치하는 업무를 떠안게 됐다.
하지만 2년간 임금이 동결되면서 오직 1사람만 급여가 인상됐다. 그리고 이 급여 인상은 ‘1000가지 일거리’가 업무에 추가된 여직원에게 주디가 자신의 임금 중 일부를 떼어준 덕분에 이뤄질 수 있었다. 주디는 “그녀는 훨씬 더 많이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는 ‘보이지 않는 승진’의 세계와 같다. 자신의 업무는 물론 상사의 업무도 떠안게 되는 문제다. 생산성은 높지만 실업률도 마찬가지로 높다. 미국 전역에서 팀장과 직원들이 해고된 팀장이나 동료들 혹은 채워져야 했지만 채워지지 않는 직책의 업무를 떠맡고 있다. 추가 업무로 골칫거리가 늘고 업무시간은 길어졌다. 그런데 추가 수당은 거의 붙지 않고 있다.
구인업체인 란스타드의 인사부 상무 짐 링크는 최근의 업무 증가량이 사상 최대라고 말한다. 텍사스 주에 있는 거대 기술회사에서 인터랙티브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모라는 업무가 과중한 부서에서 여전히 일하고 있다. 그녀는 “직원이 줄어들면서 모든 책임이 자신한테 넘어오고 있다”며 “계산해 보니 상당한 양의 웹 프로젝트 아트디렉터 역할은 물론 3 명의 디자이너 업무까지 맡고 있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일은 일인지라 그녀는 2년째 이 업무를 수행했다. 일거리를 집으로 가져가거나 하루 종일 일에 파묻혀 살아야 했다. 그녀는 “곧 폭발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모라는 마침내 용기를 내어 그녀가 하고 있는 일을 인정해 줄 것을 상사에게 요청했다. 그녀는 팀장에게 아트디렉터로 승진시켜 주거나 아니면 담당하고 있던 추가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분담시켜 달라는 2가지 선택사항을 제시했다.
그녀는 승진했다. 하지만 약 2%의 임금인상이 있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렸다. 모라는 “직함에 맞는 임금 인상은 아니었다”고 투덜거렸다. 그녀는 올해 이 일에 대해 다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프로젝트의 마감기한을 다른 부서와 조정하면서 그녀의 상사가 보조 프리랜서 디자이너를 채용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인사 전문 조사기관인 커리어빌더가 2457명의 채용담당 매니저를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여전히 일자리가 흔치 않은 상황에서 상사의 분노를 무릅쓸 사람은 많지 않지만, 고용인들 중에 거의 3분의 1이 올해 임금 인상에 관해 현재 종업원들과 논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비즈니스 서비스직과 IT회사에 일하는 직원의 40% 이상이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승진 대신 실질적인 승진을 얻고자 한다면 여기 작전이 하나 있다. ‘월요일까지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라’라는 책의 저자인 래리 마일러(인재교육회사의 CEO)는 당신이 어떻게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거나 더 많이 절약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문서화하라고 말한다. 영업부가 아니더라도 수익을 더 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공유하라는 얘기다.
그는 “핵심은 회사를 위한 이례적인 가치를 꾸준히 찾는다는 인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를 실행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게 마일러의 주장이다.
다음으론 전략적으로 타이밍을 잡으라는 것이다. 조직의 동향을 민감하게 파악하고 예산이 확대되고 있다는 조짐을 살피라고 경영코치인 도널드 애셔는 말한다. 그는 ‘승진한 사람과 승진을 하지 못한 사람의 이유’ 등 여러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예산이 확대될 조짐이 보일 때, 직원 분석 등 해결책을 상사에게 가져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애셔는 “해결책을 쉬워 보이게 만든다면 당신에게 희망이 있다”며 피곤하고 지치고 화가 났을 때에도 “그렇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라”고 조언했다.
주디 그레이는 팀원들의 참여를 촉진하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감사와 솔직함, 존경의 방식을 활용했다. 또 금요일을 재택근무일로 정해 팀원들이 잠옷을 입고 아이들과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적어도 하루 동안은 보이지 않는 승진이 약간은 덜 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듯하다.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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