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안전기준 등 자동차 비관세장벽 해소” 요구

예상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은 자동차 분야를 집중 거론하면서 우리나라에 규제 해소를 요구했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은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1,2위 품목으로 미국의 대 한국 무역적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제 1차 한·미 FTA 개정 협상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우리측은 유명희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이, 미국은 마이클 비먼 USTR대표보가 수석대표로 참석했고, 양측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9시간 가량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다.

車 수출증가율로는 미국이 한국 앞서
1차 개정 협상이 끝난 후 유 국장은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밝히지 않으면서 “자동차 분야가 미국이 집중적으로 제기한 이슈”라고 밝혔다. 미 USTR도 협상 후 성명에서 “미국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등 주요 산업용품 분야에서 더 공정한 상호 무역을 하고 그 외에 여러 또는 특정 분야 수출에 영향을 주는 무역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제안들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구체적 협상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통상 전문가와 자동차 업계에서는 미국이 비관세 장벽이라고 여기는 우리나라 시장의 규제 해소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한국과의 자동차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미 FTA가 발효된 2012년 이전(116억3900만달러)과 비교할 때 미국의 대 한국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배(232억4600만달러) 증가했다. 
그러나 한·미 FTA 발효 이후 연평균 증가율을 보면 오히려 미국차의 한국 수출이 더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지난 5년간 한국차의 대미 수출은 연평균 12.4% 는 반면, 미국차의 한국 수출은 연평균 37.1% 늘어났다.
한국 자동차 시장의 규모 자체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미국측도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미국이 ‘자동차’를 지렛대 삼이 한국의 서비스 및 농수산물 분야의 추가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측이 한국 시장 규제 해소와 미국산 자동차 부품 사용 확대 등을 요구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한국 안전기준에 미달하더라도 미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할 경우 업체당 2만5000대까지 수입할 수 있는 쿼터가 설정 돼 있다. 미국측은 이러한 쿼터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럴 경우 최근 내수부진에 시달리는 국내 완성차는 부담이 커지게 된다.
또한 자동차 부품의 경우 미국산 부품 사용 비율을 높이게 되면 미국 수출 완성차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의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미국은 또 자국산 자동차에 대해 한국 정부가 △연비 규정 △수리이력 고지 규제 △안전규제 등 수입장벽을 높인 점도 문제 삼았다. 우리나라 연비 규제가 리터당 17km로 미국(16.6km)보다 까다롭다는 것이다.

기본입장만 확인…2차가 ‘본 게임’
그러나 유럽연합은 우리나라보다 엄격한 수준인 리터당 18.1km을 적용하고 있고, 일본도 미국 보다 높은 16.8km를 책정해 일방적으로 한국 규제가 불합리하다고 여겨질 수 없는 수준이다.
수리이력 고지제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내로 수입되는 미국차 뿐 아니라 미국에 수출되는 국산차에 대해서도 사실상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이번 협상에서 대응카드로  FTA 체결 당시부터 독소 조항으로 꾸준히 거론됐던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의 개정, 미국의 불합리한 무역구제 등을 내세웠다.
ISDS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상대방 국가의 정책 등으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해당 국가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분쟁 해결 제도다. 우리나라 정부의 법·제도로 손해를 본 미국 투자자가 국제중재기구에서 우리측에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어 사법 주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산업부는 차기 개정협상에 대비해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의견 수렴 등 관계부처와 함께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등 면밀하게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양국은 수주 내로 서울에서 2차 협상을 진행할 방침이지만, 언제 최종 합의에 도달할지 예상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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