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호-경북대학교 명예교수

문재인 정부는 올해 초반의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 과제로서 최저임금 인상의 안착을 꼽고 있다. 그것은 최저임금의 상승이 국민소득향상으로 이어져 내수를 진작시키고 경제성장을 견인한다는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16.4%나 오른 7530원(시간당)이다. 지난 칼럼(2017년 8월2일자)에서 지적한대로 2017년 연말부터 신규 채용의 감소, 감원, 사업 종료, 해외 이전 등 최저임금 인상의 역기능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학 내에서 퇴직 경비원들의 자리를 무인(無人) 경비시스템으로 바꾸는 일 때문에 빚어진 노조원의 총장실 점거, 음식점·미용실·편의점 등 자영업자들의 최저임금 위반 사례 등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을 잠재우기라도 한 듯 정부에서는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시켜주기 위해 3조원의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을 새해 벽두부터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상가 임대료의 인상 억제 등 ‘코스트 푸시’ 요인을 줄이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원가부담이 커진 중소업체에게는 거래 유통기업에 납품가격 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을 터주기로 했다. 정부는 최저임금제의 안착을 위해 가히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 제도가 현 단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최저임금인상의 속도가 너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제도의 정착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발전단계나 능력에 비춰 2020년까지 꼭 1만원으로 올려야 할 합리적 근거는 없다.
중소기업의 육성과 일자리 창출에 최대의 역점을 두고 있는 정부로서는 소상공인의 존립기반을 흔들고, 일자리를 오히려 줄게 만드는 시책은 촘촘하게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올해의 인상폭 16.4%를 재조정하기 어렵다면 최저임금 계산방식(산입범위)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 공약사항을 이유불문하고 반드시 준수해야만 하는 금과옥조처럼 여기지 말고, 실정에 맞게 중기 목표를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의 지속적이고 급속한 인상은 근로 취약계층의 고용안정과 소득안정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용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속도조절에 과감히 나서야 하겠다.
그리고 최저임금도 획일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일본이나 캐나다처럼 지역별·업종별·직종별로 차등을 둬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대도시와 농촌·산간 지역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 2016년 농림어업분야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46.2%로 전체 산업 평균 13.6%보다 월등히 높은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문제는 최저임금을 지불해야하는 소상공인들의 지불능력을 향상시키고 근로 취약계층의 역량을 증대시키는데 있다. 따라서 국민의 세금으로 기업의 인건비를 보전해주기 보다는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 취약계층의 직업훈련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될 줄 안다.
지난 세기의 개발연대식 물가정책이나 일자리 창출은 지금은 통하지 않는다. 시장이 만능이 아니듯, 정부도 만능일 수가 없다. 경제는 구호나 의욕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면서 경제정책의 수립·집행·평가 과정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요컨대 최저임금제의 안착을 위해서는 응능(應能)의 원칙에 따라 점진적으로 추진돼야 하며, 소상공인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최용호-경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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