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는 공자 사후 약 100여년 후에 태어난 철학자였지만, 공자의 유교를 계승해 발전시킨 후계자로 꼽힌다. 유교의 시조로서 성인(聖人)으로 불리는 공자에 버금간다고 해서 아성(亞聖)이라고 불린다. 그의 철학을 집대성한 <맹자>의 첫 머리에는 이렇게 실려 있다.
맹자가 양혜왕을 만났다. 왕이 말했다.
“선생께서 천릿길도 멀다하지 않고 오셨으니, 장차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 만한 것이 있겠지요?”
맹자가 대답했다.
“왕께서는 하필이면 왜 이익에 대해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의만이 있을 뿐입니다.”
맹자는 공자의 학문과 철학을 이었지만 맥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중의 하나가, 공자는 인(仁)을 철학의 핵심으로 삼았던 반면에 맹자는 인에 못지않게 의(義)를 강조했던 점이다. 공자는 군주의 잘못이 있어도 직접적으로 간언하지는 않았지만, 맹자는 군주가 의롭지 못하다면 반드시 그것을 지적하며 고칠 것을 강권했다.
왕은 처음 만나는 맹자에게 ‘우리나라에 이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돼 달라’는 기대 섞인 인사를 건넸지만, 맹자는 왕의 면전에서 그 생각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절대 권력을 지닌 왕 앞에서 무모하다고 생각될 정도인데, 맹자의 그 담대함은 다음에 이어지는 맹자의 말을 들어보면 이해할 수 있다.
“왕께서 ‘어떻게 해야 우리나라에 이롭겠는가?’라고 하시면 대부는 ‘어떻게 해야 우리 집안에 이롭겠는가?’라고 말하고, 선비나 평민들은 ‘어떻게 해야 나에게 이로울 것인가?’라고 말할 것입니다. 이처럼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이익을 취하게 되면 나라는 위태로워지고 맙니다. 만대의 전차를 가진 나라에서 임금을 시해할 자는 천대의 전차를 소유한 집안일 것이며, 천대의 전차를 소유한 나라에서 임금을 시해할 자는 백대의 전차를 소유한 집안입니다. 만약 의를 뒤로 하고 이익만을 앞세운다면 빼앗지 않고는 만족하지 못합니다.”
맹자는 만약 왕이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그 밑의 대부들도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할 것이며 온 나라가 이런 풍토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왕의 자리를 그 밑의 힘 있는 집안에서 탐하게 될 것이고, 결국 왕을 죽이고 나라를 뺏는 결과를 만들고 말 것이라는 가슴 서늘한 경고다. 하지만 이런 재앙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있는데 그것은 ‘왕이 인의를 앞세우는 것’이라고 맹자는 말한다. 어질면서 부모를 버리는 사람이 없고 의로우면서 자기 군주를 함부로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인의를 앞세우는 것이 결과적으로 왕에게 이익이 된다는 이야기다. 바로 이런 결론을 낼 수 있었기에 맹자는 담대하게 왕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었을 것이다.
<논어>에는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는다”라는 말이 실려 있다. 노나라의 실권자 계강자에게 공자가 바른 정치를 가르치며 했던 말인데, 백성들은 반드시 위정자를 본받고 그의 행실을 따르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위정자가 바르지 못하면 밑의 사람들 역시 악해지고, 위정자가 바르면 밑의 사람들이 선해진다는 것을 비유해서 했던 말이다.
아이들에게 바른 길을 가르치려면 부모가 스스로 올바른 길을 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조직을 이끄는 사람들이 조직의 풍토를 바르게 만들기 원한다면 스스로 바르게 해야 한다. 혀가 짧은 선생님이 아무리 ‘바람 풍’을 가르치려고 해도, 학생들은 선생님을 따라서 ‘바담 풍’ 할 수밖에 없다.

- 조윤제 《천년의 내공》 저자
-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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