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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포커스] 애경 사령탑 채형석,‘홍대시대’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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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2호] 승인 2018.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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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용품유통·항공 등 전방위 사업확장 ... 옹골찬 가족경영에‘준비된 60년’

올해 애경그룹의 행보가 공격적이다. 애경그룹은 항공, 화학, 생활뷰티, 유통,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는데, 올해부터 이 사업 분야에서 더욱 탄탄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애경그룹은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채 부회장은 한국 재계의 여장부로 불리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장남인데, 현재 장영신 회장은 후선으로 물러나 있고 채형석 부회장이 모든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중이다.
연초부터 채형석 부회장은 애경그룹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걸 선포했는데, 서울 구로구에 있는 그룹 본사가 올해 8월 홍대 복합역사 쪽으로 이전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홍대 애경그룹 사옥은 그룹의 수많은 계열사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 역사적인 순간으로 “홍대시대가 열리게 됐다”는 말을 하고 있다.
홍대 통합사옥에는 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를 비롯해 애경산업, AK컴텍, AM플러스자산개발 등 6곳이 입주를 하며, 1~5층은 복합매장인 AK플라자가 운영되고 7~14층까지 계열사의 업무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원래가 애경그룹은 비누를 만들던 제조기업에서 시작했는데, 1954년 그룹의 모태인 애경유지공업이 그 시작이었다. 구로구에 자리를 잡으면서 60년 넘게 구로구 주변이 주된 활동 무대가 됐던 것이다.
채형석 부회장은 연초에 그룹 계열사 사장들을 불러 모아서 그룹의 영업이익을 20% 이상 달성하자고 강조하고, 새로운 사업을 위해 4600억원의 투자를 선언했으며, 신규 인력 1300여명을 채용하겠다는 방침도 내걸었다. 올해를 애경그룹의 새로운 60년을 향한 첫 원년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이고 있다.

채형석 부회장이 만든 혁신스토리
생활용품 전문업체로 머물러 있던 애경그룹을 지금의 유통과 항공 등 신사업으로도 확장시킨 주인공은 채형석 부회장이었다.
애경그룹이 홍대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 그룹의 청사진을 새롭게 그리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채형석 부회장이 선택한 2009년의 경영전략에 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때 애경그룹은 AK면세점 코엑스점을 롯데그룹에 매각을 하고 제주항공 사업에 집중하게 된다.
이때의 판단이 어떻게 작용했는지는 숫자를 보면 알게 된다. 제주항공은 올해 저가항공사에서는 최초로 연 매출 1조원과 영업이익 1000억원을 눈 앞에 두게 된 알짜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2009년에 매각한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은 연 매출이 4000억원 내외이고, 주변 강남권에 인접한 다른 신규 면세점과의 경쟁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매출도 안정적이지 못하다.
채형석 부회장이 2009년에 코엑스 면세점을 포기하고 제주항공 살리기에 나선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역설적으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영 압박에 시달렸기 때문이었다. 우선 왜 애경그룹이 제주항공을 통해 항공사업을 했는지부터 설명해야 하겠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오래전 고인이 된 남편 채몽인 창업주의 고향인 제주도에 대해 유별난 애착이 있었다. 2005년 장영신 회장은 제주도와 협의해서 애경그룹이 100억원을, 제주도가 50억원을 출자해 자본금 150억원으로 제주항공을 설립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생활용품 중심의 사업을 벌이던 애경그룹이 항공사업을 한다는 것에 반대 여론이 내외부로부터 쏟아졌다. 특히 당시 관광산업은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던 시절이었고, 고유가 시대였기 때문에 제주항공은 설립 초기부터 적자를 면치 못했다. 게다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대형국적사들이 저가항공 시장에 참여하면서 제주항공은 2005년부터 내리 5년간 적자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당시 면세점 사업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애경그룹은 추가적인 자금투입을 할 수 없었는데, 그 바탕에는 제주항공의 열악한 재무구조가 한몫 더 했던 것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와중에 채형석 부회장은 제주항공의 기수를 움켜쥐었던 것이다.

애경유화·애경산업 등 알짜기업 수두룩
애경그룹의 사업분야를 잘 살펴보면 그룹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냉정하게 점칠 수도 있다. 현재 애경그룹은 크게 4가지 사업 부문을 운영하는데, 화학·백화점·부동산·항공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3가지 부문인 화학, 백화점, 부동산의 연간 성장률은 일반적으로 업종의 특성상 5% 내외로 움직이는 영역이다. 반면에 제주항공은 연간 20% 이상 고성장을 하는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그룹 전체의 수익을 도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제주항공이 절대적인 포지션을 차지하지는 않는데, 전체 그룹 매출에서 항공사업의 비중은 10%가 안 된다. 그럼에도 매년 1000억원 이상씩 급증하는 매출 규모는 무시하지 못하는 캐시카우란 걸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애경그룹에는 항공사업 말고도 든든한 사업이 많다. 애경유화는 그룹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데, 애경유화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PA(무수프탈산)와 가소제의 원재료 가격이 내려가면서 최근에는 사상 최대 수준의 매출을 보여줬다.
이렇게 애경유화가 높은 매출을 기록하게 된 원동력에는 채형석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오너로서 리딩하기 보다는 전문경영인에게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는 책임 경영제를 운영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에는 한국의 화장품 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이 분야의 사업을 하는 애경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 세재, 비누, 의약외품 등을 생산하는 애경산업의 2016년 매출은 5000억원이 넘는데, 애경산업의 전체 매출 중 화장품 사업 비중은 2014년 6.4%, 2015년 14.6%, 지난해 25.9%를 기록했다. 지난해 1352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여 전년과 대비해 96.3% 증가했다.

가족경영으로 새로운 60년 준비
이러한 애경그룹의 위용은 장영신 회장이 지난 50년간 그룹을 잘 성장시키고 창립 50주년을 맞은 2004년 채형석 부회장에게 그룹 총괄을 맡기는 것으로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장영신 회장은 ‘재계 맏언니’ ‘국내 1호 여성 CEO’로 불리며 초대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을 1997년부터 1999년까지 맡은 바가 있다.
애경그룹의 성장역사를 보면 장영신 회장이 얼마나 선경지명이 있던 여성기업가인지를 알 수 있는데, 그룹의 뿌리인 애경유지공업의 미래 지표 사업을 화학공업으로 설정하고 애경화학을 설립했다. 1973년 당시 비누 대신 합성세제 시대가 도래할 것을 예견하고 대전 대덕단지에 2500여평 규모의 대규모 합성세제 공장을 준공했다. 애경의 ‘트리오’ 신화가 여기서 나온다.
이후 장영신 회장은 폴리에스테르 수지를 제조하는 애경화학, 합성세제 원료를 생산하는 애경쉘, 도료 메이커인 애경공업, 애경유지의 사업을 이은 애경산업 등을 차례로 설립해가며 애경그룹 100년 가업의 기둥을 설계하게 된다.
장 회장은 1980년대 들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당시에는 관심이 저조했던 ‘클렌징’제품 시장에 주목했고 그리고 백화점과 호텔, 전문매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었던 유통구조를 개혁해 약국과 슈퍼마켓에서 판매해 성공을 거뒀다.
장 회장은 여성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부합하는 제품을 연이어 출시해 여성 고객들의 마음을 얻었다.
이제 애경그룹은 탄탄한 가족경영을 발판으로 새로운 60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장영신 회장이 후선으로 물러났지만 그녀의 3남 1녀는 모두 도전정신으로 중무장해서 애경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그룹경영을 총괄하는 장남 채형석 총괄 부회장에 이어 차남인 채동석 부회장은 유통과 부동산 개발 부문을, 막내아들인 채승석 사장은 골프장 사업을 하는 애경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외동딸인 채은정 부사장은 남편인 안용찬 부회장과 함께 생활항공부문(제주항공 및 애경산업) 경영을 맡고 있다. 어머니가 혼자서 잘 키워온 그룹을 자녀들이 새롭게 혁신 경영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그룹이 아닐 수 없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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