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제언 보고대회’에서 이수성 롤랜드버거 서울사무소 대표가 정책제언 보고를 하고 있다.

“양극화라는 이슈 해결을 위해서는 노동정책의 ‘시스템적인 균형’이 필요합니다. 근로안정성과 노동유연성의 균형을 통해 사용자와 근로자가 함께 윈윈(win-win)할 수 있는 노동정책이 필수적입니다.”
롤랜드버거(RolandBerger Strategy Consultants)는 중소기업일자리위원회 주최로 지난 17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제언 보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롤랜드버거는 지난 1967년 설립된 독일 컨설팅업체로 자동차, 인프라 구축, 에너지, 국가전략 등 다양한 분야 컨설팅을 수행하는 회사다. 2016년 삼성전자가 미국의 전장전문기업인 하만 인수시 컨설팅을 수행한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이수성 롤랜드버거 서울사무소 대표는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선도국(독일, 네덜란드, 일본, 미국)과 비교했을 때 이미 적정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으며, 현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은 기업의 생존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오는 2020년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될 경우 기업의 추가 부담금액은 75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롤랜드버거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가운데 기업의 막대한 비용증가와 매출 감소를 야기하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고용형태 등에 대한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발생하는 추가 인건비와 매출감소 예상액을 총 464조7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정부의 올해 예산 429조80000원보다 훨씬 많은 규모다.  

중소기업 현실 고려한 노동정책 필요
특히 이날 롤랜드버거는 한국 특유의 노동시장의 현주소를 꼬집어 말했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중소기업은 사업체 수 면에서 대기업 보다 훨씬 많은 354만2000여개(전체 99.9%)가 있고, 근로자 비중도 1400만명으로 전체 근로자 수의 87.9%에 달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노동정책이 가동되면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이수성 대표는 “제조 중소기업의 47%가 대기업에 납품하는 한국의 산업구조를 감안할 때 대기업의 부담이 하청 중소기업에 전가될 수 있어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한 노동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정책은 기업의 생존력을 저해할 것”이라며 “제도 개선책으로 최저임금 산정기준을 소비자 물가지수와 근로자 생계비, 임금상승률로 명확화 하는 한편 연령·산업·지역·직능별 차등적용과 함께 산입범위도 기본급 이외에 고정 상여금과 숙식수당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시간당 6470원인 최저임금이 올해 7530원으로 올랐고, 또 매년 15%씩 상승해 2020년 1만원에 도달할 경우 기업들이 물어야 할 추가부담액도 올해 15조2000억원, 2019년 38조4000억원(최저임금 8660원), 2020년 75조6000억원(최저임금 1만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루 8시간 근무(초과근무 미포함)하고 4대 보험 간접비용까지 포함해 분석한 결과다.

근로시간 단축 속도 너무 빨라
또한 급속도로 단축되고 있는 최대 근로시간에 대해서도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놓았다. 이 대표는 “주당 최대 68시간인 근로시간을 2021년 7월1일까지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은 선진국의 연평균 1시간 내외 단축속도에 비해 너무 빨라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의 연착륙을 위해 전체 부족인력의 55%를 차지하는 30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에 대해서는 노사합의시 주 최대 8시간의 특별연장 근로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별 연평균 근로시간 단축 속도를 살펴보면, 한국은 2018년에서 2021년까지 3년간 16시간을 단축하기 때문에 연 평균 5.3시간을 줄이게 된다. 반면에 일본이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한 1988년부터 1997년까지 10년간 단축시간은 8시간으로 연 평균 0.8시간이 된다. 프랑스는 연 평균 1시간(1998년~2001년), 네덜란드는 연 평균 0.4시간(1993년~1996년)으로 한국의 단축속도를 연 평균 1시간 이하로 조절할 필요성이 있다는 조언이다.

해고 유연성 등 법제도 개선도
특히 이날 롤랜드버거의 분석 보고서는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주요 현안 이외에도 해고 유연성, 임금체계 유연성 등 법체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수성 대표는 “현 노동정책은 근로 안정성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며 “노동 유연성을 균형 있게 추진하고, 임금체계는 연공제 중심의 경직된 임금체계에서 성과급·직무급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성 대표는 마지막으로 “주요 노동정책들을 개별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한 테이블에서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그동안 최저임금 논의가 충분치 않았고, 노조의 입장만이 강조돼 왔다”고 지적하며 “선도국 사례를 토대로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접합점을 찾아 연착륙 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올해는 혁신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의 균형을 바탕으로 일자리 개혁을 이뤄내야 할 도전의 해”라면서 “갈등과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노동문제의 해법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일자리위원회는 이번에 발표한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제언서’를 여야대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