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부문 ‘실적 강화’도 과제…‘사외이사 제도 정비’초미 관심

하나금융은 총자산이 지난해 기준으로 대략 450조원이 넘는 거대 금융기업이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잠정 순이익은 1조9271억원으로 2015년 9097억원과 비교하면 2배가 훌쩍 넘어설 만큼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큰 돈이 움직이는 금융기업에서 6년을 재임하고 3년 더 연임을 하는 3연임을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달성할 수 있을까 하는 이슈는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초까지 금융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였던 것은 틀림없다.
일단은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은 거의 기정사실화가 되는 모양새다. 김정태 회장은 최근까지 하나금융지주의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과 최범수 전 코리아크레딧뷰로 사장과 차기 회장 자리를 두고 심도 높은 경쟁을 치러야 했다. 하나금융을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프리젠테이션(PT)은 물론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원들의 심층면접 등을 거쳤다. 그리고 지난 22일 추천위원회는 김정태 회장을 단독으로 차기 회장으로 추천했다.
추천위원회가 그의 경영능력을 높게 평가한 배경에는 일단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과 앞서 설명했듯이 창사 이래 최대 실적과 주식시장에서 하나금융의 주가 상승률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별 다른 이변이 없다면, 김정태 회장은 하나금융 이사회에서 의결을 거쳐 오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해 3번째 임기를 시작할 수 있는 권한을 받게 될 것이다.
국내 금융권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고 3연임 이상에 성공한 CEO는 극히 드물 것인데, 되짚어 보면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이 4연임을 했고, 김승유 하나금융 전 회장이 3연임을 했다. 김정태 회장이 이러한 3연임을 달성한 CEO로는 업계에서 세번째 인물이 되는 것이다. 김정태 회장은 김승유 전 회장과 함께 현재의 하나금융을 만든 장본인으로 입지적인 인물로 통한다.

현장을 중시하는 CEO
김정태 회장을 설명할 때면 항상 ‘실무형 영업통’이라는 수식어가 달렸다.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서울은행에 입행해 금융권에 발을 들여놓은 김 회장은 1986년 신한은행으로 잠시 옮겼다가 1992년 하나은행 창립구성원으로 합류를 했다. 이후에 그는 하나은행에서 중소기업부장, 지방지역본부장, 가계영업총괄담당 본부장, 가계영업본부담당 부행장보, 영업사업본부 부행장, 가계고객사업본부 부행장 등을 거치는데 주로 영업부서에서 몸을 담았었다.
지난 2006년 하나대투증권 사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최고경영자의 길을 걷게 되는데, 2008년 하나은행장을 거쳐 2012년 하나금융 회장으로 취임한 것이 하이라이트다. 그 뒤 2015년 연임을 한 김정태 회장은 이번에 3연임에 성공했다.
참고로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의 경우에는 2005년 하나금융 회장에 오른 뒤 내리 3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니까, 하나금융은 김승유 체제에서 김정태 체제로 15년 가까이 안정적인 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 국내 리딩 금융지주의 외형을 갖춰나가는 중이란 것이다.
김정태 회장에게는 한가지 장점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혁신’을 잘 해왔다는 것이다. 원래 금융권이라는 곳이 상당히 보수적인 구석이 많은 분야인데, 김정태 회장의 추진으로 금융권에서는 최초로 통합멤버십인 ‘하나멤버스’가 탄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래서인지 김정태 회장 재임 기간 동안 하나금융의 주가 상승은 어느 때보다 급등했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김정태 회장에게는 지론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태생적으로 현장경영을 중시해왔고 그렇게 자신의 능력을 키워왔기에 그렇다. 그가 2008년 하나은행장을 하던 시절에도 그는 주요 은행지점을 돌며 일반 직원들과의 대면을 상당히 많이 했다. 그가 금융지주의 회장이 됐을 때도 그는 혁신적으로 자신의 집무실 간판을 ‘회장실’ 대신에 자신의 영문 이니셜을 딴 JT를 ‘Joy Together’라고 바꿀 정도로 임직원과의 소통을 중시했었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든 CEO
현재 시점에서 김정태 회장이 걸어온 길을 보면, 당연히 하나금융의 수장으로 3연임할 만한 경력과 능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할 수는 있어도, 사실상 시계를 거꾸로 돌려 2006년만 해도 김정태 회장은 여러 회장 후보 중에 하나였고, 당시 제왕적인 경영권을 갖고 있던 김승유 전 회장이 무한 신뢰하던 후보도 아니었다.
지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당시 김승유 전 회장은 김종열 전 하나금융 사장을 자신의 후계자로 삼았었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김종열 전 사장은 김승유 전 회장과 같이 한국투자금융 출신인데, 김승유 전 회장에 이어 하나은행장과 하나금융 사장직의 바톤을 이어받고, 김 전 회장이 추진한 외환은행 인수도 김종열 전 사장이 주도했었다. 그러다 2012년 자진해서 사퇴를 했다.
김정태 회장이 부각된 것은 이후부터다. 하지만 완전히 하나금융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대략 2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승유 전 회장의 3연임 동안 형성된 이해관계 등으로 잠시나마 두 거물이 갈등을 했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통합은행인 KEB하나은행의 초대 행장을 선정할 때도 크게 부딪혀 매스컴의 주목을 받기도 했었다.
어찌됐든 김정태 회장 체제는 2014년부터 견고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3연임을 성공하면서 김 회장이 펼치는 하나금융의 미래 비전은 지금부터가 아닐까 싶다. 특히나 앞으로 하나금융 계열사의 사장단 인사에도 관심이 모이게 된다. 계열사 8곳의 CEO 임기는 3월에 만료가 되기 때문에 새롭게 3연임을 시작하는 김정태 회장이 3번째 경영 설계를 어떻게 재편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김정태 회장이 특히나 신뢰하는 계열사 CEO들로는 김 회장과 성균관대 동문인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하나은행 부행장 출신인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지난해 청라 통합데이터센터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박성호 하나금융티아이 사장 등의 입지가 현재 내부에서 탄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풀어야 할 과제들은
김정태 회장이 이번 3기 경영 체제에서 풀어야 할 숙명적 과제는 금융당국이 요구하고 있는 지배구조의 투명성이다. 간단히 말해서 사외이사 제도를 어떻게 바꿀까 하는 것에 대해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사외이사 구성원에 변화를 주는 것은 물론 현직 회장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참여를 배제하는 등 사외이사 선임절차를 재정비하게 되는 것이다.
원래가 사외이사 제도라는 것은 그 회사와 관련이 없는 외부인사를 이사회에 참가시켜 경영을 감시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인데,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들이 우호적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사외이사들로 구성해 이사회를 꾸리는 일이 많다는 점을 이유로 하나금융 역시 3월 주주총회 시기에 사외이사 구성원을 큰 폭으로 교체하길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시급 과제는 장기적인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하나금융은 지난해 1조 9000억원대의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경쟁 금융그룹인 신한금융과 KB금융과 비교하면 아직 3위에 그치고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2조7064억원, KB금융은 2조7577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지난해 총 3조원 이상의 순이익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하나금융도 고속성장을 하고 있지만, 덩치 면에서 아직 두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을 높일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하나금융의 약점은 신한, KB와 비교해서 예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증권·보험·카드 등 비은행의 실적이 취약한데 따른 것이다. 결국에는 비은행 부문의 인수합병 기회를 보는 전략을 김정태 3기 경영체제에서 발휘할 것으로 점쳐진다. 김정태 회장이 어떻게 미래 금융을 펼칠지 기대해 본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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