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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제의 인문경영학] 만용과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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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4호] 승인 2018.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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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라 선왕(宣王)은 위나라와의 전쟁에서 크게 싸워 이긴 군주이다. 마릉 땅에서 위나라의 명장 방연을 죽이고, 태자 신을 사로잡아 개선해 그 당시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확고히 했다.
이때 맹활약했던 군사(軍師)가 바로 병법의 대가로 유명한 손빈이다. 손빈은 동문수학했던 방연의 배신으로 위나라에서 다리가 잘리고 제나라로 도망쳤지만, 마릉 땅에서 방연을 죽임으로써 원한을 풀게 된다.
선왕이 맹자와의 대화에서 “이웃나라와 교류하는 원칙이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맹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오직 어진 사람만이 큰 나라로서 작은 나라를 섬길 수 있고, 지혜로운 사람만이 작은 나라로서 큰 나라를 섬길 수 있습니다. 큰 나라로서 작은 나라를 섬기는 자는 천명을 즐거워하고, 작은 나라로서 큰 나라를 섬기는 자는 천명을 두려워하는 자입니다. 천명을 즐기는 자는 천하를 보전할 수 있고, 천명을 두려워하는 자는 나라를 보존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선왕은 이렇게 대답한다.
“훌륭한 말씀입니다. 하지만 제게는 흠이 있는데, 저는 용맹스러운 것을 좋아합니다.”
맹자가 천명에 따라 큰 나라든 작은 나라든 이웃나라와 서로 섬기는 관계를 맺으라고 하자 선왕은 그렇게 하지 못했던 자신을 ‘용맹스러움을 좋아한다’는 말로 변명했다. 많은 나라들을 무력으로 굴복시켰던 자신의 공적을 은근히 자랑하고자 하는 뜻도 그 말에는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러자 맹자는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왕께서는 청컨대 작은 용기를 좋아하지 마십시오. 칼을 매만지며 성난 눈초리로 말하기를 ‘저 자가 어찌 감히 나를 당하겠는가?’라고 하면, 이는 필부의 용기에 불과합니다. 오직 한 사람만 상대할 수 있는 용기인 것입니다. 왕께서는 부디 큰 용기를 가지십시오. <시경>에서 ‘문왕께서 진노하시어 군대를 정돈하고, 침공하는 적들을 막아 주나라의 복을 두터이 하고 천하에 응답했다’고 했는데, 이것이 바로 문왕의 용기입니다. 문왕은 한번 노해서 천하의 백성을 편하게 했습니다.”
맹자는 이웃나라를 침공해서 나라를 빼앗는 것은 작은 용기일 따름이고 큰 용기는 천하를 평화롭게 할 큰 뜻을 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럴 때 백성들은 진정으로 자기 군주를 따르게 되고, 충성을 바친다는 것이다.
맹자가 용기에 대해서 말했던 것은 <맹자> ‘공손추 상’에도 실려 있다. 겉으로 드러내는 외적인 용기를 지녔던 북궁유와 기세를 드러내며 많은 적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맹시사의 용기에 비해 의로움을 지키는 증자의 용기가 참된 용기라고 제자 공손추에게 가르쳤다.
“자네는 용기를 좋아하는가? 내가 일찍이 공자께 큰 용기에 대해 들었던 적이 있다. 공자께서는 ‘스스로 돌이켜서 옳지 않다고 생각되면 비록 헐렁한 옷을 입은 걸인 앞에서도 두려울 것이다. 스스로 돌이켜봐서 옳다고 생각되면 비록 천만 군사 앞에서도 나는 당당히 나아갈 것이다.”
맹자는 의(義)에 기반을 둔 용기가 진정한 용기이며, 그럴 때 아무리 강대한 적을 마주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담대히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해준다.
요즘은 무모함과 만용을 용기로 착각하는 시대이다. 무모함과 만용은 마음속에 두려움이 있을 때 그것을 감추기 위해 겉으로 드러내는 모습이다. 만약 두려운 마음이 생겨난다면 내가 하는 일이 옳은지 돌이켜 볼 일이다. 옳고 바른 길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할 수 있다.

- 일러스트레이션 최진영
- 조윤제《천년의 내공》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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