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꿈꾸는 사람들]대영제과제빵기계공업 조기호 대표

▲ 조기호 대영제과제빵기계공업 대표

“한평생 제과제빵을 굽는 산업용 오븐 기계 제작에 몰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븐의 발전 역사와 함께 했습니다. 처음에는 연탄의 열기로 빵을 굽는 오븐을 만들다가, 한단계 발전해 가스 오븐도 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1980년대 들어 전기로 가열하는 산업용 오븐을 만들어 전국에 보급하게 된 겁니다.”
올해 창립 41주년을 맞는 대영제과제빵기계공업의 조기호 대표는 외국산 산업용 오븐이 전부였던 1970년대 연구개발을 통해 국산 전기오븐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산한 장인(匠人)이다. 이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은 콤비스팀오븐, 데크오븐, 발효기, 생크림믹서, 크림주입기, 도넛후라이어 등 식품업체나 빵 가게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제품들이다.
조기호 대표가 산업용 오븐과 인연을 맺은 계기는 특별하지 않다. 1970년대 가정용 오븐을 만드는 작은 회사에 견습생으로 사회 첫발을 내디딘 그는 군대에 다녀와 보니 한국에도 제과점이 하나둘씩 생겨나는 것을 보고 오븐을 본격적으로 만드는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기로 했다.
조기호 대표의 이러한 결심이 한국 산업용 오븐의 역사에는 아주 특별한 전환점이 됐다. 바로 산업용 오븐의 국산화 길을 열었다는 점이다. 당시만 해도 제과제빵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외국에서 기술을 배워온 사람이 대다수였던 터라 외국산 오븐 기계를 선호했었다. 현재도 산업용 오븐을 제작하는 업체 보다 외국산을 수입해 판매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전문적으로 오븐 제작의 기술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그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면서 외국산들을 뜯어 고치다보니까, 대영제과제빵기계공업만의 국산 제품이 완성됐습니다.”
하지만 막상 국산화를 해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았다. 산업용 오븐 시장에서 외국산 기계들의 점유율은 견고했다. 그러다가 대영제과제빵기계공업에게는 반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1997년 IMF외환위기가 터지면서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던 것이다. 외국산 제품의 가격이 치솟자 자연스레 국산 제품이 주목받았다.
조 대표는 “한국경제에 있어서는 안타까운 사건이지만, IMF를 계기로 우리 제품을 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호텔이나 유명 제과점에서 국산은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우리 제품을 써보기 시작하더니 너도나도 구매요청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일반인이 일상생활에서 산업용 오븐 기계를 볼 기회가 적을 거 같지만, 대영제과제빵기계공업의 오븐은 우리들과 친숙한 곳에서 종종 목격된다. 파리바게트, 뚜레주르 등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사용하는 오븐 가운데 대영의 기계가 많다. 맛있게 빵이 익어가는 오븐을 계산대 너머로 본 기억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조기호 대표는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국내 최대 베이커리 전문 프랜차이즈 매장에 납품을 하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ISO9001과 ISO14001을 획득할 만큼 품질경영과 서비스 체계를 잘 갖췄던 경쟁력도 대기업 납품에 한몫했다. 하지만 빵 맛을 결정하는 오븐의 성능과 품질을 까다롭게 따지는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대영제과제빵기계공업을 선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뛰어난 내구성 때문이라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저희는 제품을 만들 때 ‘고장이 나지 않는 기계를 만들자’는 모토로 작업을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내구성을 높여야 판매 이후 AS 문제에 시달리지 않기 때문이죠. 저희 같은 중소기업은 AS에 인력과 투자를 많이 할 수 없습니다. 저희 제품은 10년 넘게 아무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20년 넘게 사용한 제품의 AS가 처음으로 들어올 만큼 품질과 내구성에서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습니다.”
현재 대영제과제빵기계공업의 주요 고객사는 전국의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그리고 복지시설 등이다. 제빵제과에 필요한 실습용으로 대영의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 조 대표는 “학생으로 제빵제과기술을 배우던 분들이 나중에 취업을 하거나, 창업을 하면 대영의 오븐을 다시 찾는다”고 말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30~40년전 제빵기술자들이 외국산을 선호하던 모습에서 이제는, 대영제과제빵기계공업의 국산제품을 애용하는 풍토가 조금씩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조기호 대표는 가업승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큰 딸 조영숙 이사와 아들인 조상현 부장이 각각 재무와 영업을 책임지고 있다. 조 대표에게는 두 자녀 말고도 가족 같은 사람들이 회사에 많다. 바로 16명의 직원들이다.
조 대표는 “저와 함께 30년 넘게 일을 같이 한 분들도 4~5명 된다”며 “일단 우리 회사의 식구가 되면 함께 동고동락하며 끝까지 믿고 함께하는 것이 저의 경영원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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