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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5:30 칼퇴근…‘워라밸’실천에 청년층 줄입사[천년을 꿈꾸는 사람들] 정태련 흥진정밀 부사장
이권진 기자  |  goenergy@kbiz.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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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5호] 승인 201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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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 장흥공단에 위치한 흥진정밀의 직원들은 매일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린다. 아침 8시30분에 출근해 오후 5시30분이면 어김없이 퇴근을 해야 한다. 시간을 넘겨 야근과 잔업을 하는 사람을 찾을 수 없다. 오후 5시20분부터 업무 종료를 위해 모두가 그날의 자기 일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퇴근을 할 때에 상사나 동료의 눈치를 보는 경우도 전혀 없다.
정태련 흥진정밀 부사장은 “5시30분 퇴근은 우리 모두의 철칙”이라며 “퇴근 이후에는 집에 일찍 들어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개인적인 여가활동을 즐긴다”고 설명했다.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 선망되고 있는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적극 실천하는 흥진정밀은 근무환경이 유연한 IT기업이나 젊은 인력으로만 구성된 신생 벤처기업이 아니다. 그렇다고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처럼 직원복지에 큰 투자를 하는 규모도 아니다.
흥진정밀은 지난 1974년에 설립해 45년 가까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품질 시험기기를 전문적으로 제조하고 판매하는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의 중소기업 가운데 하나다. 전체 직원 수도 25명 정도다.
중소 제조기업을 운영하는 정태련 부사장이 제조업종에서는 민감할 수 있는 잔업을 없애고 퇴근시간을 강조한 것은 놀랍게도 5년 전부터였다. 정태련 부사장은 지난 2012년 가업승계를 시작했다. 흥진정밀의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정기복 대표로부터 경영권을 부여받은 그가 무엇보다도 먼저 한 경영 방침이 바로 ‘잔업 없애기’였다.
“처음 회사에 와서 둘러보니까 ‘천천히 오래 일하자는 습관’이 직원들 사이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어 당황했습니다. 정시 퇴근을 할 수 있는데도 잔업을 마다하지 않더군요. 잔업수당을 받으며 야근을 하는 업무 풍토가 일상화돼 있던거죠. 8시간 만에 할 수 있는 하루 일과를 10시간 동안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잔업을 없애는 대신 5시30분에 퇴근을 해도 기존에 받던 임금보다 손해가 나지 않게 조정했습니다. 더 이상 야근을 할 이유를 없앤 거죠.”
제조업의 특성상 주문이 몰리다보면 잔업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1년에 몇 번 없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흥진정밀이 5시30분 퇴근의 규칙을 깬 적은 거의 없다. 정태련 부사장이 근무시간을 만지작거린 이유는 궁극적으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은 OCED 35개 국가 가운데 2위다. 그렇다고 노동생산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노동생산성은 OECD에서 28위다. 일하는 시간은 길지만, 생산성은 낮은 비효율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려면 흥진정밀의 직원들은 자신들의 업무에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업무의 강도가 세진 것은 분명하다. 다른 직장에서 근무하다가 이직해 온 경력사원들도 정 부사장에게 “근무시간이 짧은 것은 확실하지만, 업무 강도는 훨씬 쎄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퇴근을 칼 같이 지키면서 진짜 일할 맛을 나게 분위기를 만든 것이 흥진정밀의 장점이다. 최근에는 젊은 신입직원들이 대거 흥진정밀에 입사지원을 하면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정 부사장은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졌다”며 “다른 중소기업과 비교하면 흥진정밀처럼 일찍 집에 가면서 업무 효율성 때문에 성과급도 나오게 됐다”고 강조했다. 정 부사장은 “결국 직원들이 애사심을 가지고 장기근속까지 하는 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태련 부사장은 흥진정밀을 제2의 창업을 한다는 각오로 지난 5년간 기업의 목표와 사업방향을 완전히 혁신하고 있다. 사업분야도 다양해졌다. 흥진정밀은 수십년 동안 레미콘 공장을 주된 거래처로 시험기기를 납품해 왔다. 정 부사장이 경영 운전대를 잡은 이후 흥진정밀은 레미콘은 물론 아스콘 업체로 거래선을 대폭 확대했다. 특히 기존에는 거래가 전무했던 건설기계연구원과 같은 연구기관과 손을 잡는 일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정 부사장의 과감한 혁신 행보는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2012년 당시 흥진정밀의 매출은 17억원이었지만, 지난해 매출은 35억원으로 5년 만에 2배 성장했다. 새롭게 매출이 커진 부분은 아스콘, 연구기관과 같은 사업분야의 선전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 부사장은 흥진정밀의 해외진출에도 성공했다. 내수시장 중심의 흥진정밀은 정태련 부사장 체제 이후에 해외 매출 비중이 20%대로 진입했다.
사실 정태련 부사장은 삼성SDS를 거쳐 씨티뱅크 일본에서 부사장을 역임한 재자(才子)다. 십수년간 IT와 금융권에서 일한 정 부사장에겐 제조업이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모르는 것이 많지만 새롭게 배우는 것도 많아 즐겁다”고 말한다.
그는 대외적인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주관하는 차세대 CEO 스쿨 수료생들인 중소기업 가업승계 2세 경영자들과 함께 ‘차세대 CEO 포럼’이라는 정기 모임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가업승계 교육과정을 통해 만난 2세들과 다양한 교류, 소통 속에 위안과 용기를 얻고 실전에서 적용할 수 있는 많은 아이디어를 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흥진정밀을 통해 중소 제조기업도 얼마든지 변화하고 혁신할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는 정태련 부사장. 앞으로도 한국경제가 주목할 만한 CEO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권진 기자·사진=이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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