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이슈] 대우건설 매각 원점

중견기업 호반건설이 대기업 대우건설을 품에 안겠다고 밝힌 지 불과 며칠 만에 다시 없던 일로 됐습니다. 언론에서는 대우건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나타난 모로코 발전소 건설현장에서의 잠재적 손실이 앞으로 3000억원이 넘을 거란 발표 때문에 호반건설이 인수를 포기했다고 말합니다.
사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분석입니다. 호반건설은 내수기업입니다. 국내 주택사업에서 강점을 보이면서 서서히 성장을 했습니다. 주택사업이라는 게 정부의 건설정책을 토대로 이뤄지기 때문에 예상 가능하고, 투자 대비 리스크 손실이 적습니다. 이는 해외사업과 비교했을 때의 말입니다.
그런데 대우건설은 호반건설의 약점인 글로벌 사업을 많이 합니다. 해외 건설 및 플랜트 사업에는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큽니다. 잘 될 때는 날개 돋친 듯이 비상했다가도, 하루 아침에 수주물량이 뚝 끊기거나, 모로코 발전소처럼 손실이 천문학적으로 발생합니다. 안정적인 내수 주택사업을 하는 호반건설에겐 고민이 커질 수 있는 요소입니다.
이러한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리스크를 호반건설은 왜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걸까요. 지난해 10월 대우건설의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 입찰을 앞두고 실시한 예비실사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해외사업에서의 변수는 사전에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예측하기도 쉽지 않지요.
이유야 어떻든 간에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포기는 양측에게 기분 좋지 않은 결과가 됐습니다. 대우건설 입장에서는 자사의 가치 하락이 불가피해졌습니다. 해외사업에 대한 추가 부실 우려도 이번 일로 더 커지게 생겼습니다.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호반건설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인수후보자로 자주 거론되는 기업입니다. 금호산업, SK증권, 동부건설 등 굵직한 매물이 나올 때마다 유력 인수군으로 분류됐지만 막판에 인수를 포기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여졌네요. 애초에 시공 13위 업체인 호반건설이 3위인 대우건설을 인수한다는 게 운영능력 면에서 불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전망이 그대로 들어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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