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인물]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일진’을 사명으로 쓰는 기업이 은근히 많습니다. 일진그룹이라는 사명을 사용하는 그룹도 2곳이나 됩니다. 일진전기를 모태로 성장한 일진그룹과 자동차 베어링 전문기업인 일진베어링을 모태로 한 일진그룹이 그들입니다.
이외에도 화학공업기계 생산업체인 일진정공, 토목업체인 일진건설산업, 일진제약 등 매출 100억원 이상이 넘는 곳만 해도 5곳입니다. 모두 각기 다른 ‘일진’들입니다.
크고 작은 일진 중에서도 매출과 업력 면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일진은 허진규 회장이 창업한 일진그룹입니다. 1968년에 설립한 일진전기가 그룹의 뿌리이기 때문에 올해로 일진그룹은 창립 5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일진그룹에는 지주회사인 일진홀딩스를 포함해 모두 28개의 계열회사를 보유한 중견기업으로 이 가운데 상장회사는 일진홀딩스, 일진전기, 일진다이아몬드, 일진디스플레이, 일진머티리얼즈 등 5개사나 됩니다.
매출 3조원의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한 일진그룹에 대해서는 세상에 알려진 내용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흔한 표현으로 ‘은둔형 기업’이라는 말도 합니다. 허진규 회장도 50년 동안 특별히 외부에 노출돼 활동한 이력도 거의 없으며, 인터뷰를 한 적도 극히 드뭅니다.
그러한 일진그룹이 50주년을 맞이하면서 허진규 회장의 50년 경영 스토리를 담은 경영 에세이 ‘창의와 도전, 행복한 50년’이라는 책의 출판기념회를 최근 갖기도 했습니다. 허 회장은 “혁신으로 새로운 100년 맞이할 것”이라며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겠다는 메시지를 알렸습니다.
올해 만 77세가 된 허 회장이 제시한 일진그룹의 새로운 방향은 ‘생각을 바꾸자’입니다.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전진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허진규 회장이야말로 제조업 분야에서 1세대 벤처 CEO라고 불릴만합니다. 1968년 노량진의 집 마당에서 창업한 그는 부품소재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성장을 합니다. 금속과 전기 등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부품소재 기업이 됐습니다. 공업용 다이아몬드, 수소자동차용 고압용기, 커튼월 공법 등이 바로 일진그룹에서 국산화로 만들어낸 것들입니다.
부품소재 기업에서 멈추지 않고 일진그룹은 철강(일진제강), 건축(일진유니스코), 조명(루미리치) 등 새로운 영역까지 진출을 하게 됩니다. 현재 일진그룹의 주요 고객사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선도기업은 물론 오스람, 3M, 지멘스, 폭스콘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손을 잡고 글로벌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허 회장은 자신이 걸어온 50년의 역사를 정리한 이번 저서에서 “50년전 날마다 앞으로 전진하던 뜻을 담아 ‘일진(日進)’이란 이름을 지었듯이, 날마다 새로운 50년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며 “나아가지 않으면 후퇴한다는 생각으로 늘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습니다.
작은 제조업 벤처로 시작한 일진그룹은 창업과 발전과 도약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한국의 산업 제조업 발전사와 일맥상통한 부분이 많습니다. 77세인 희수(喜壽)를 넘긴 허진규 회장의 일진그룹을 2세 경영자인 허정석 일진홀딩스·일진전기 대표가 이어받을 모양새입니다.
올해 초 임원 인사에서 허정석 대표를 부회장으로 승진을 했습니다. 100년 가업을 위한 일진그룹의 용틀임이 시작됐습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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