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실리콘밸리의 기업공개(IPO) 열기

미국의 벤처 신화가 탄생하는 실리콘밸리는 한동안 공개 시장을 멀리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기업공개(IPO)가 시작되고 있다.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간절하게 기업공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년간 주식시장을 피해 온 실리콘밸리 기업들 사이에서 갑자기 기업공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스냅(Snap)의 순조로운 데뷔, 뮬소프트(MuleSoft)와 옥타(Okta)의 탄탄한 초기 성과로 월가와 투자자 모두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었다.
그러나 현재의 기업공개 후보 기업들은 터무니 없이 높은 기업 가치를 지니고 있다. 최근 5억1500만달러의 손실을 보고도 현재 기업가치가 245억달러에 이르고 있는 스냅이 가장 심각한 경우다. 업무용 IT기업 클라우데라(Cloudera), 옥타, 뮬 소프트 역시 최근까지 각각 1억8700억달러, 8350만달러, 5000만달러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닷컴버블이 발생한 1999년 당시처럼, 수익이 없어도 문제를 삼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거래 첫날 옥타 주가는 38%나 급등했다. 주식 투자자들은 오랫동안 성장 스토리를 갈구해왔는데, 벤처 자금이 투입된 고평가 신생기업들이 정확히 그런 이야기를 제공하고 있다.
유망 스타트업 CEO들이 기업공개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은 지난 5년간의 상황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화려한 기술 콘퍼런스 무대에서 기업공개를 할 지 물으면, 수십억달러 가치를 지닌 스타트업 CEO들은 굳이 그래야만 하는 이유를 반문하곤 했다.
그들에겐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기업공개가 필요 없었다. 국부 펀드, 패밀리 오피스, 뮤추얼 펀드, 헤지 펀드처럼 상대적으로 새로운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관심을 받기 위해서 가치가 수십억달러로 평가된 스타트업들은 ‘유니콘(10억달러 이상 가치를 지닌 비상장 벤처기업 클럽)에 가입하면서 넘치는 주목을 받았다.
반면, 스타트업이 기업 공개를 하지 않을 이유는 많았다. 창업자들에게 기업공개는 계산적인 월가 금융인들에게 세상을 바꿀 자신들의 비전을 공개해야 하고, 소유권이 희석되고, 일부 특권층에게 막대한 중개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굴레’에 불과했다.
기업공개가 성공을 거둔다고 해도, 그들이 받는 보상이래야 평생 분기별 실적보고에 묶이는 것이었다. 반면 초단타 자동거래 시스템(highfrequency trading bots) 때문에, 과도하게 잡은 매출 실현에 실패하거나 직원들이 어리석은 트윗을 올리는 순간, 주가가 급락할 위험성만 커질 뿐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벤처 자금이 투입된 IT기업들을 위한 기업공개 파이프라인이 몇년 전보다 훨씬 건전해진 것처럼 보인다. 적자를 보는 유니콘 기업들이 존재하는 만큼, 이들의 대규모 손실을 감내할 인수자가 많지 않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일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회사 매각을 시도했지만, 지나치게 부풀려진 기업을 기꺼이 인수할 사람을 찾지 못해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벤처 투자자들은 인내심이 바닥나 투자 수익을 오래 기다리지 못한다. 심지어 시중은행, 제2금융권, 사채업자 등의 ‘신규 자금’ 투자자들도 좀 더 신중해지고 있다. 결국 아주 우량한 기업을 제외하곤, 모든 기업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주식시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이는 고성장을 하는 흔치 않은 신생기업의 주식과 그에 따르는 모든 위험과 보상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더 많은 기업 공개를 뜻하기도 한다. 이 모든 상황이 기술 산업의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한 분석기관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6개 스타트업들이 유니콘 리스트에서 빠졌고, 고작 10개 기업이 새로 진입했다. 유니콘의 시대도 이제 막을 내리는 듯하다.

- 글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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