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등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미세먼지가 치솟기 시작했다. 나흘 연속 예보 단계에서 ‘나쁨’기준인 ㎥당 50㎍(마이크로그램)을 넘어선 가운데 특히 지난달 16일 오후 1시 서울의 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106㎍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 6일 국립환경과학원은 당시 수도권 지역의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 원인에 대해 “중국과 한반도에 걸쳐 대기 정체 현상이 광범위하게 발생한 데다 국내에서 미세먼지 2차 생성이 활발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김정수 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장은 “과거 미세먼지의 국외 기여율이 연평균 30∼50%, 고농도일 때 60∼80% 정도라고 발표한 적이 있었다”면서 “이번에는 특이하게 국내외 영향이 비슷하거나 국내 영향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질 모델링을 활용한 검증에서도 국외 기여도가 점차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질 모델링은 미세먼지 원인 등을 분석하기 위해 미국 환경보호청(EPA) 등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하는 모의실험을 말한다.
환경과학원은 지난달 15일 오후 국외 미세먼지가 유입된 이후 16∼18일 대기가 정체하고 습도가 높은 상황에서 미세먼지 2차 생성이 활발해져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미세먼지 2차 생성은 대기 중의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등이 물리·화학 반응을 거쳐 미세먼지인 황산염(SO42-), 질산염(NO3-)으로 바뀌는 것이다.
먼저 중국발 미세먼지가 들어온 상태에서 대기 정체가 시작됐다. 수도권 지역의 경우 풍속이 낮아졌다. 서울의 경우 15일 밤부터 17일 오전 사이에 풍속이 초당 1.5m 미만이었다.
한반도 주변에서 고기압과 저기압의 세력이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면서 기류 흐름이 정체됐다는 게 환경과학원의 설명이다.
게다가 바람이 잔잔하고 역전층이 생기면서 대기가 정체된 상태에서는 자동차나 공장, 난방 보일러 등에서 배출된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이 지표면 근처에 축적됐다. 여기에 높은 습도가 접착제처럼 작용했다.
서울 등 중서부와 내륙지역에서는 밤에 기온이 내려가면서 야간과 아침에 습도가 다소 높았다.
환경과학원은 국내 자동차나 발전소 등에서 배출된 질소산화물이 대기 정체로 지면 부근에 축적된 뒤 2차 생성 미세먼지인 질산염으로 전환돼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1월15∼17일 수도권집중측정소에서 측정한 질산염의 시간당 증가율(1.4%)은 황산염 증가율(0.7%)의 2배에 달했다.
처음 중국발 미세먼지가 들어올 때인 지난달 15일에는 중국 오염물질이 전체의 57%를 차지했으나, 국내 오염물질이 축적되고 2차 생성이 활발해졌다. 대신 중국 오염물질 비중은 지난달 16일 45%, 지난달 17~18일 38%로 낮아졌다.
지난달 15~17일 질산염의 시간당 증가율은 0.31㎍/㎥였던 데 비해 황산염은 0.04㎍/㎥였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대기오염 물질의 경우 이미 질소산화물이 질산염으로 바뀐 상태고, 국내 오염물질보다 황산염의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질산염이 계속 늘어났다는 것은 국내에서 배출된 질소산화물이 지속해서 질산염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김정수 기후대기연구부장은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중국과 한반도에 걸쳐 광범위하게 대기 정체가 발생하면서 국내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기 확산이 잘 됐다면 질소산화물이 빨리 빠져나갔을 텐데 그러지 못한 탓에 축적됐다”면서 “이것이 미세먼지 2차 생성으로 이어져 국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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