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경기도 포천에서 정밀기계부품 회사를 운영하는 A씨는 설날을 앞두고 마음이 가볍지가 않다. 내수경기가 계속 어려워지면서 직원들에게 제대로 상여금을 챙겨주지 못할 지경이기 때문이다. “연초 신년회를 하면서 올해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직원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면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혹한의 날씨만큼 실적개선의 기미가 꽁꽁 얼었다”고 말했다.

#사례2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20년 넘게 건어물 상회를 운영하는 B씨는 매일 새벽 5시에 가락시장, 중부시장 등 도매시장에 가서 물건을 떼서 하루 치 장사를 하고 밤 10시 넘어 집에 간다. B씨는 “이렇게 일해도 장사가 안되는 날은 카드결제 수수료에 도매가, 용달비 등을 제하고 나면 적자인 날도 있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사례3  인천에서 자동차판금용접 회사를 경영하는 C씨는 최근 자금이 부족해 은행 창구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C씨가 대출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은행에서 최근 실적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어렵다는 대답이 나온 것. C씨는 “중소기업의 대출 여건은 여전히 까다롭다”며 “업계 비수기인 연초에는 설 명절까지 있어 자금이 많이 소요되는데 어떻게 넘겨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한숨을 지었다.
 

연일 계속되는 혹한의 겨울 날씨처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환경은 그 어느 때 보다 혹독한 시기를 겪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수출 경기지표는 그렇게 비관적인 편은 아니지만, 중소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사뭇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월 수출액도 492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반도체, 기계, 유화 등 일부 업종의 대기업들이 선전한 것에 힘입은 결과로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체감하는 내수경기와는 거리가 있는 수치였다.
또한 올해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6.4% 인상에 따른 외식물가 도미노 인상과, 국제유가 고공행진으로 인한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 상승세는 향후 소비자물가 불안과 서민 가계의 부담을 가중할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대부분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생존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경영 환경이 조만간 호조세를 보여줄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中企 절반, 설 자금사정 어려워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가 설을 앞두고 1056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중소기업 설 자금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5곳(47.8%)은 자금사정이 곤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39.2%, 2017년 48.5%와 비교해보면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설 자금난이 가속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자금사정 곤란원인으로는 내수부진으로 인한 ‘매출감소’가 56.9%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판매대금 회수지연’(35.6%), ‘원자재 가격 상승’(31.6%)이 뒤를 이었다.
특히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자금애로를 겪는 기업 비중이 지난해 24.7%에서 6.9%포인트 크게 증가해 원자재 가격 상승 추이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대책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중소기업이 설 명절에 필요한 자금은 평균 2억3190만원으로 지난해 2억2340만원 보다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부족한 금액은 5710만원으로 필요자금 대비 부족률은 24.6%로 나타났다.
특히 도매 및 소매업의 설 자금 부족률은 48.5%로 지난해 39.9% 대비 8.6%포인트 크게 증가했다. 이 업종의 매출감소와 최근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부족한 설 자금 확보를 위해 ‘납품대금 조기회수’(28.4%), ‘결제연기’(28%)를 계획하고 있는 중소기업 비중이 높아, 자금부족이 거래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고,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중소기업도 15.7%에 달해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기관의 대출 문턱 여전해
설 자금난만 넘긴다고 해서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에 훈풍이 불어 오지는 않을 거 같다. 인천에서 주물공장을 운영하는 한 기업체의 대표는 “최근 경기를 보면 IMF외환위기와 비슷해서 걱정”이라며 “진짜 위기가 범람하기 전에 경제 상황을 신속하게 살려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경기불황에서 중소기업의 설 자금 악화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대기업은 자체 현금보유로 이러한 경기 변동을 이겨내겠지만 매출액 변동이 심한 영세 중소기업일수록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권을 통한 자금 조달 환경도 개선사항이다. 금융권에서도 매출액 등 정량정보가 아닌 정성정보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관계형 금융’에 대한 인식을 가져야 할 시기란 말도 나온다.
중기중앙회가 이번 설 자금 수요조사를 하면서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을 파악했는데 ‘곤란’하다는 응답은 36.6%로 지난해 37.1%에 비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은행의 문턱이 높다는 게 문제점이다.
무엇보다도 거래 시 애로사항으로는 ‘매출액 등 재무제표 위주의 대출관행’(33.6%), ‘신규대출 기피’(29.5%), ‘고금리’(27.2%) 등을 꼽았다.
자금사정 곤란원인 1위(56.9%)가 ‘매출감소’로 나타난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금융기관 및 보증기관의 ‘매출액 등 재무제표 위주의 대출관행’으로 인해 자금사정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결국 관건은 내수시장을 어떻게든 살려내느냐다. 현재 내수시장을 나타내는 경제지표들은 상당히 암울하다. 소비는 6년 10개월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인건비 상승이 내수부진 악순환
지난해 제조업 가동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의 수출 호조세를 제외하면 희망을 걸 수 있는 지표가 찾기 힘들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0.5% 감소했다. 광공업분야의 생산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제조업평균 가동률도 전달보다 0.8%포인트 하락한 70.4%에 머물렀다. 이는 2016년 8월(70.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4.0% 줄었다. 준내구재·비내구재·내구재 등이 기저효과 영향으로 조정을 받았다. 소매판매 감소폭은 2011년 2월(-4.1%) 이후 6년10개월 만에 가장 크다.
향후 경기전망에 대한 기업들의 부정적 시각은 새해 들어서도 별 다르게 개선되고 있지 않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서 2월 전망치는 91.8을 기록, 21개월 연속으로 기준선인 100에 미치지 못했다.
외환위기 당시 1996년 7월부터 1999년 1월까지 31개월 연속 기준치 아래에서 맴돈 이후 최장 기록이다. BSI 전망치가 100을 웃돌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이번 전망치(91.8)는 지난해 5월 전망치(91.7) 이후 최저 수준이기도 하다. 한경연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본격화와 원화 강세, 유가 상승에 의한 채산성 악화에 내수 부진 우려까지 겹쳤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계부채와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면서 설 연휴를 앞두고도 내수에 대한 전망(91.1)이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1월 BSI 실적치는 95.4로, 역시 33개월 연속 기준선(100)을 하회했다. 부문별로 보면 내수(96.3), 수출(95.9), 투자(97.6), 자금사정(98.3), 재고(103.0), 채산성(94.1) 등 고용(101.5)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부진했다.
한편 중기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315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월 업황 전망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에서도 중소기업의 경기전망은 낙관적이지 않았다.
2월 SBHI가 81.6로 나타나 전달 대비 2.7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의 경우에는 전달보다 1.2포인트 하락한 82.7로 나타났다. 이어서 비제조업은 3.8포인트 낮아진 80.8로 조사됐다.
특히 중소기업 경영의 최대 애로사항(복수응답)에서는 인건비 상승의 부담을 지적했다. 조사에서는 ‘인건비 상승’이 전달보다 12.5%포인트 상승한 59.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내수부진’(55.6%), ‘업체 간 과당경쟁’(39.1%), ‘원자재 가격상승’(26.4%) 순으로 나타났다. 인건비 상승이 ‘내수 부진’을 제친 것은 2012년 5월 이후 69개월 만에 처음이다.
서재윤 중기중앙회 정책총괄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 원자재가 상승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설 상여금을 지급하는 업체는 지난해보다 감소하는 등 중소기업 체감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 실장은 “중소기업의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여건이 여전히 어렵고, 3월 이후 미국 금리인상으로 대출금리가 동반 상승할 경우 중소기업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 된다”며 “금융기관이 중소기업에 대한 급격한 여신축소나 대출금리 인상보다는 어려운 때일수록 전향적인 태도로 중소기업 자금 지원정책을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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