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 업무 바꾸기에 나선 CEO들

     
 
     
 

더 이상 리얼리티 쇼만이 ‘거래의 장’은 아니다. 지금 최고경영진은 회사 내외부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서로 업무를 바꾸고 있다. 2월의 어느날 아침, 나딤 호사인은 차를 몰고 회사에 출근한 후 주간 판매 예측 회의에 참석했다. 그리고 마케팅팀과 회동을 갖고 광고 메시지에 대해 피드백을 전달했다. 하지만 남의 사무실에서 그의 업무와 다른 일을 했다. 심지어 그의 회사도 아니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파워리뷰스의 마케팅팀담당 부사장이었던 나딤 호사인은 TV쇼 ‘경영진 업무 바꾸기’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하룻동안 캘리포니아 마테오에 위치한 소프트웨어 회사 마케토의 공동 설립자이자 부사장인 존 밀러와 하룻동안 서로 하는 일을 바꿨다. 다른 사람의 일을 경험함으로써 자신의 업무에 대한 식견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분명 효과는 있었다. 파워리뷰스는 마케토의 고객이었기 때문에 밀러는 최고마케팅책임자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호사인은 나름대로 판매팀을 격려하고, 주요 브랜드들에 어필하고, 주력 분야를 명확히 할 방안을 여러 장 적어 파워리뷰스로 돌아갔다. 호사인은 “새로운 환경은 항상 참신한 아이디어를 창출하기에 좋다”고 말한다.
업무 바꾸기는 아직 생소하긴 하지만 현재 리더들이 배우는 방식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경영진은 코치를 고용하거나 서로 협력하거나 하룻동안 일을 바꾸는 등의 방법을 통해 점점 더 외부에서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 리크루팅 회사 로버트 하프의 수석 전문이사 폴 맥도날드는 “예전에 사내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비밀에 부치는 것이 대세였지만, 요즘 훌륭한 경영자들은 밖으로 나가 도움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업무 바꾸기는 일반 직원들 사이에서 가장 흔하다.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약 38%의 고용주들이 직원들에게 일종의 교차 직무 교육을 시킨다. 이제 최고경영인들도 같은 방식으로 실력을 쌓길 원하고 있다. 다르메시 샤(Dharmesh shah)가 바로 그런 경우다. 보스턴에 위치한 인터넷 마케팅 회사 허브스폿닷컴의 최고기술책임자인 샤는 지난 4월 어느날 보스턴의 여행 회사 카약닷컴의 CTO인 폴 잉글리시와 바꿔서 직무를 수행했다. 샤는 빠르게 성장하는 자신의 신생 기업에 최고 엔지니어들을 영입할 방법을 배우길 희망했다.
그는 카약에서 배운 것들을 벤치마킹할 계획을 가지고 자신의 근무지로 돌아왔다. 그중 ‘카우치 규칙’은 로비에 누가 앉아 있든 서로 인사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빨간 전화 규칙’은 엔지니어링 부서에 무작위로 문의 전화를 걸면,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하고 있든지 간에 전화를 받는 것이다. 샤와 잉글리시는 다른 일도 교환해 보기로 약속했다. 샤는 “앞으로 죽을 때까지 이 경험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무 바꾸기에는 위험도 따른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속담처럼 팀이 원래 직원보다 바꾼 직원을 더 좋아할 수도 있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밀러는 회사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도중에 회사를 떠나면서 죄책감을 느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회사의 기밀 유지다. 온라인 비디오 기업인 마이팟 스튜디오의 CEO 제이 밀렛스키는 프라이버시 문제 때문에 다른 회사와 직원 바꾸기를 망설이고 있다. 밀렛스키는 “어떤 회사나 어느 정도 업무상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하룻동안 회사 내의 개발자와 업무를 바꾸는 방법을 대신 택했다.
모바일 광고 기업 벨티의 사업개발 담당 최고책임자인 서닐 버마도 똑같은 방식을 택했다. 그는 팀워크를 향상 시키고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기 위해 분기마다 동료 최고경영진과 일을 바꾼다. 지난 1월에는 영업부서 두 간부 사이의 다툼을 해결하는 데에도 이 방법을 활용해 하룻동안 업무를 바꾸게 했다. 둘은 상대방이 직면한 일을 이해하게 됐고 결국화해를 할 수 있었다.
뉴욕의 PR 회사 페퍼컴의 CEO 스티브 코디가 안내 데스크, 회계 직원을 포함한 말단 사원들과 업무를 바꿨을 때도 새삼 깨달은 바가 비슷했다. 그는 회의실을 청소하고, 코트를 걸고, 전화를 받고,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경험을 통해 말단 사원들의 고충을 이해하게 됐다. 코디는 “마치 비디오 게임 안에 들어간 것 같다. 노트북과 전화에 정보와 데이터가 엄청나게 밀려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 결과 페퍼컴은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됐다. 코디는 매달 직원들이 집에서 하루 더 일하게 한다. 그는 “우리는 5년 전보다 매우 직원친화적이 됐다”며 “업무 바꾸기를 해보면 훨씬 훌륭한 리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글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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