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 1
“미국은 가업승계 관련 세금을 없애고 독일, 일본, 호주 등은 한국보다 가업승계 시 훨씬 적은 세금을 내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과 같은 혹독한 가업승계 관련 세금제도를 고수한다면 고용증대, 유지 측면이나 사회적, 국가적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경기도 화성시에서 자동차부품을 제조하는 2세 경영인

#현장의 목소리 2
“가업승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부자들이라고 하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 보는 게 일반적이다. 선대부터 부를 이어온 부자도 있지만 노력해서 자수성가로 이룬 사업체임에도 왜곡된 시선을 받는 것이 불편하다. 일부 대기업들의 불법·편법 승계가 일반화된 것처럼 언론 보도하는 것이나, TV 드라마·영화 등에서 경영2세들의 캐릭터를 방만하고 건방지게 표현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본다.”
- 경기도 부천시에서 밸브를 제조하는 3세 경영인

#현장의 목소리 3
“점점 높아지는 임금 때문에 중소기업 경영이 무척 힘들다. 앞으로 10년 후까지 근로자를 이대로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거 같다. 이러한 고통을 이겨내고 업력을 50년 가까이 일군 명문장수기업을 정부에서 선정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홍보가 필요하다. 단순히 선정만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지원과 혜택을 줘야 중소기업들이 경영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얻을 거 같다” 
- 대전에서 IT용품을 제조하는 2세 경영인

대내외적으로 기업 경영 환경이 여전히 요동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100년 기업을 준비하는 국내 기업들의 경영승계 작업은 상속세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가업 승계 공제 요건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이 다양한 가업 승계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를 기존 7% 공제에서 올해부터 5% 공제로, 2019년 이후에는 3% 공제로 축소했다.

가업상속 지원제도 조정 가업영위기간별 공제한도를 기존 가업영위기간 10/15/20년 이상 시 200/300/500억원 공제에서, 가업영위기간 10/20/30년 이상 시 200/300/500억원 공제로 각각 조정했다. 기존보다 5년에서 10년가량이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내년부터는 중견기업에 대한 상속세 납부능력 요건이 신설돼, 가업 상속인의 가업 상속재산 외 다른 상속재산이 가업상속인 부담 상속 세액의 1.5배보다 큰 경우에는 가업 상속 공제제도 혜택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정부 차원에서 가업승계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되는 가업상속 공제제도는 그 요건이 까다롭다 보니 혜택 받는 기업은 매우 적다.
가업상속 공제제도를 받으려면 요건으로 △직전 3개 연도 평균 매출액 3000억원 미만 △피상속인 가업 10년 중 5년 이상 대표이사 재직 △상속 개시일 전 2년 이상 상속인 가업 종사 △가업상속 후 10년간 정규직 근로자 인원 유지 등이다.

이처럼 올해 달라진 세법으로 가업승계가 더욱 부담스러워졌다. 한 중소기업의 경영 2세는 “매출 50억원, 종업원 30명의 소기업인데 엄격한 가업승계 요건 때문에 가업승계 자체에 대해 회의적일 정도”라며 “정리가 만만치 않은 복잡한 지분구조와 상속·증여세 등 세금에 대한 부담까지 작은 중소기업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中企 10곳 중 7곳 가업승계 계획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가 중소기업 500개를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2017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중소기업들의 고민이 나타났다.
우선 10곳 중 7곳(67.8%)은 가업승계를 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조사결과(66.2%) 대비 1.6%포인트, 2015년 조사결과(42.2%) 대비 25.6%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가업승계에 대한 중소기업의 의지가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가업상속공제제도를 활용해 가업을 승계할 계획인 중소기업은 2016년 조사결과(44.2%) 대비 12.2%포인트 상승한 56.4%로 나타났으나, 엄격한 피상속인 요건과 근로자 유지 요건이 제도의 이용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업상속공제제도 적용 시 가장 시급하게 완화돼야 하는 사전요건으로는 ‘피상속인 10년 이상 계속 경영’(38.2%)이, 사후요건으로는 ‘정규직 근로자 매년 평균 80% 유지’(37.6%)가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아울러 가업승계를 위해 증여세 과세특례를 이용할 계획이 있는 중소기업은 63.2%로 2016년 조사결과(45.2%) 대비 18.0%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요건 중 가장 시급하게 개선이 필요한 항목 1순위로는 ‘과세특례 한도 500억원까지 확대’(34.8%)가 꼽혔다.

가업승계 과정의 주된 애로사항은 ‘상속·증여세 등 조세부담’(67.8%)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상속·증여세 개편 외에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는 ‘종합적 가업승계 지원정책 수립’(59.8%)이 가장 높았다. 이어 ‘가업승계 컨설팅 및 정보제공’(13.8%) ‘사회의 부정적 인식 개선’(11.8%) ‘후계자 전문교육’(8.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상속세 부담으로 가업을 매각하기도
가업을 물려받는 경영 2세들은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회사를 매각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국내 최대 콘돔 제조사인 ‘유니더스’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김성훈 유니더스 대표는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김덕성 회장이 지난 2015년 세상을 떠나면서 물려받은 100억원이 넘는 회사 주식에 대해 50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부과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김 대표는 세금을 분할 납부하면서 회사 경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50억원이나 되는 상속세를 낼 재원이 부족했고 결국 지난해 11월 회사 보유 주식 가운데 지분율 34.88%에 해당하는 300만주를 바이오제네틱스투자조합 등에 매각하고 말았다.

국내 종자기술에 있어 선두기업인 ‘농우바이오’도 상속세 부담으로 가업의 주인이 바뀌었다. 지난 2013년 창업주인 고희선 회장이 별세하면서 상속세 폭탄을 맞은 것. 당시 매출액은 676억이었는데, 유족들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1000원이 넘었다. 상속세를 낼 돈이 없었던 유족들은 결국 회사를 팔고 말았다.
세계 1위 손톱깎이 업체 ‘쓰리세븐’도 지난 2008년 창업주 김형규 회장이 타계하면서 유족들은 상속세 150억원을 내야 했지만 돈을 마련하지 못해 울며겨자먹기로 회사를 매각했다.

최근 가업 승계를 시작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창업주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서 아직 승계 준비가 제대로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수백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내라고 하는 것은 기업경영을 그만하라는 판결과 같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가업승계 지원 탄탄해
한국과 달리 해외 선진국들은 기업의 현실에 맞춰 파격적이라 할 만큼 가업승계에 대한 상속세 부담을 낮추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 정부는 ‘2018년도 세제 개정안’에 중소기업 상속을 촉진하는 세금 우대 방안을 넣기로 했다.
일본은 중소기업 경영권 승계시 상속 주식의 3분의 2까지 적용하는 상속세 유예 혜택을 상속 주식 전체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상속 후 5년간 직원 80%를 고용해야 적용받을 수 있는 상속세 납부 유예 조건도 완화한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상속세 폐지와 법인세율 인하 등의 내용을 담은 세제개편안을 공개했다. 독일도 한국에 비해 완화된 기업 규모, 지분율, 피상속인 사업 영위기간 등을 적용한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OECD 35개 회원국 중 캐나다, 호주, 러시아 등 13개국은 상속세를 아예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주요 선진국들이 상속세 부담 완화 정책을 펴는 것은 전체 세수 중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1% 안팎에 불과하고 기업이 폐업을 하게 되면 기술발전 중단, 일자리 감소 등 악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 시스템은 결국 장수기업의 숫자와 직결된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2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은 일본이 3113개, 독일 1563개, 프랑스 331개 등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한국은 200년은 고사하고 100년 이상 된 기업이 불과 7개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오현진 중기중앙회 가업승계지원센터장은 “중소기업의 가업승계에 대한 의지와 세제지원제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나, 최근 가업승계가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 인식 하에 가업상속공제제도 요건이 강화되는 등 중소기업 가업승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가업승계는 부의 대물림이 아닌 기술과 경영의 대물림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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