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의 한국경제 턴어라운드]정부, 은행, 대학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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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일의 한국경제 턴어라운드]정부, 은행, 대학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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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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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카드 사태의 처리 과정을 보면 정부, 은행, 기업 간의 관계가 모호하고 기업 부실의 책임을 누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국민 세금이 몇 조원 씩 지원되는 데도 그렇게 된 사연과 회수방안, 책임 소재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정직하지 못하고 무책임한 정부이다.
이번뿐만이 아니라 정부는 지금까지 경제 운용에 대해 이와 유사한 태도를 견지했다. 기업 영역, 정부 역할, 은행 책임 등을 투명하게 정의해 권한과 책임을 대응시켜 운용하지 않았다.

글로벌 경제 맞는 인프라 구축을
전체적으로 분명히 잘못됐지만 딱히 누구의 책임이라고 분리하기 어려운 모호한 상태를 유지해 왔다. 예부터 전하는 격언대로 ‘공동책임은 무책임’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진정 경제를 살리려고 하기 보다는 경제 정책을 명분으로 국민 세금을 기업과 경제에 대한 영향력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데에 근본 원인이 있다. 정부가 개별 기업에게 직접 자금을 지원하지는 않지만 은행, 협회 등 정부 영향력 하의 통로를 통해 민간 경제에 결정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를 살리고 고용을 창출하려는 의지가 진실하다면 정부는 정부-관변 조직-기업 간의 역할과 책임 관계부터 투명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정부는 개별 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과 규제는 하지 않는다.
글로벌 경제에 맞는 규칙과 제도 등 인프라를 잘 만들고 유지하는 데에만 신경을 쓴다. 기업은 정부에게 직접 지원을 요구하지 말고 필요한 인프라의 정비만을 요구한다.
개별 기업의 경영은 어디까지나 기업의 책임이다. 중간 단계 조직인 협회나 조합은 독립적인 위치에서 기업-정부 간의 원활한 연계, 산업차원의 연구개발, 정보 공유 등 본연의 역할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구도에서 정부가 경제를 위해 가장 많은 신경을 써야 할 분야 중에 은행과 대학이 있다. 금융과 지식 인프라에 관한 것이다.

금융은 ‘穴’ 대학은 ‘氣’
경제에 혈과 기가 있다면 금융은 혈, 지식은 기이다. 필요한 곳에 돈이 흘러야 하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지식이 꽃 피어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바로 그 여건을 바르게 조성하는 일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은행과 대학은 국가경쟁력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어떠한 위치에 있는가? 수많은 규제와 통제 하에 있으면서 국가경쟁력을 오히려 약화시키는 존재들은 아닌가? 필요한 곳에 돈이 제대로 흐르고 필요한 기술과 지식이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있는가? 일반 기업과 근로자들이 아무리 성실히 일한다고 해도 은행과 대학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경제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
경제를 살리고 고용을 창출하려면 정부는 우선 은행과 대학이 제대로 설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야 한다. 정부는 그들을 자유롭게 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지배하려고 하지 말고 놓아줘야 한다. 국가경쟁력 향상에 역행해 불필요한 규제를 가하고 은행과 대학을 지배하려는 세력은 과감히 퇴출 시켜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부 조직을 개편하고 규제완화에 역행하는 관료가 있다면 일벌백계해야 한다.
더불어 은행과 대학이 자기 분야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경쟁력을 갖춘 은행과 대학이 나오려면 경쟁력 없는 은행과 대학을 쉽게 통합, 퇴출 시키는 구조가 필요하다. 경쟁 없이 경쟁력 있는 존재가 되기는 어렵다.
은행과 대학의 개별 주체들이 경쟁력을 높이려는 경쟁을 꽃 피울 때 우리 경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기대할 수 있다.
국가 경제를 이끌어 가는 정부-은행-대학은 철 밥통이면서 민간부문에만 글로벌 경쟁을 주문하는 구조로는 국민적 신뢰와 공감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김승일
비즈턴 M&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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