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속을 파고드는 에이는 듯한 칼바람이 불어대는 겨울을 이제는 추억 속에서나 찾아야 할 것인가. 첫눈이 내리고 아침으로는 하얀 무서리가 내리기는 하지만 아직도 겨울 햇살은 따사롭기만 하다. 겨울 바람 맞으며 휑하니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라면 지금 봇짐을 챙겨 순천만 대대포구로 달려가 보자. 그곳에는 광활한 갈대 숲이 펼쳐지고 겨울 철새가 한가롭게 놀고 있으며 핏빛보다 더 진한 색깔의 낙조가 기다리고 있다.

대대포구 갈대 숲과 철새 떼 감상
전남 순천시 대대동의 대대포구는 우리나라 최대의 갈대 군락지를 자랑하고 있다. 이곳은 원래 15만평이던 갈대밭이 매년 넓어져 현재는 70만평에 이른다. 가을철 윤기는 사라지고 영양이 손실돼 푸석거리는 머리처럼 바스러질 것 같은 갈대 숲이지만 규모 면에서 위상이 살아난다.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갈대 숲. 대대동 선착장을 중심으로 가장 많은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갈대 숲은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낙조의 햇살이 스며들 때가 가장 아름답지만 시간 맞추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 키보다 더 웃자란 갈대 숲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그만이다. 풀숲으로 난 오솔길로 사라지면 어느새 갈대는 사람을 폭 감싸 안아 주기 때문이다. 갈대 숲을 관람하면서 언덕길을 따라 가다보면 두어 개의 원두막이 있다. 인기척에 민감한 야생조류를 보호하기 위해서 마련된 원두막이다.
이곳은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에 희귀 조류를 비롯한 200여종의 조류들이 서식한다. 흑두루미, 재두루미, 황새,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등 텃새와 철새가 이곳의 드넓은 갈대 숲과 갯벌에서 월동하거나 번식한다. 하지만 정작 갈대 숲 밖에서는 철새를 관람할 수 없다. 철새를 관람하려면 배(3만원 정도)를 이용해 물길을 헤치고 들어가야 한다.
배는 갈대밭 사이로 난 미로처럼 이어지는 좁은 물길을 따라 움직인다. 이내 갯벌이 드러나면서 철새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갯벌에는 흑두루미(천연기념물 제228호)를 비롯해 다양한 조류들이 한가롭게 먹이를 찾아 헤매고 있다. 흑두루미는 육안으로도 무척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뱃소리에 기겁을 치며 도망친다. 어쩔 수 없이 멀어져 가버린 새의 뒷꽁무니에 시선이 머물 수밖에 없다. 이곳에서는 생태 해설가인 서관석 씨가 오전 9시30분부터 일몰 시간까지 대기해 있다가 무료로 설명도 해준다. 그의 도움을 받으면 좀더 깊이 순천만을 알게 될 듯하다.

순천만 사기섬의 일몰 ‘장관’
갈대 숲에 번지는 낙조의 햇살을 사진에 담아도 좋지만 더 아름다운 곳은 와온마을(해룡면 상내리)이다. 대대포구에서는 강을 건너 있는 마을이라서 차량은 한바퀴 빙 돌아서 찾아들어야 한다. 이곳은 갯벌과 고막양식장, 선착장이 있는 전형적인 해변마을. 질퍽하게 느껴지는 갯벌은 아직까지 살아 숨쉬고 있다. 한번 빠지면 가슴 깊이까지 들어갈 정도로 갯벌이 질퍽해 썰매처럼 기다란 판자인 ‘널’을 타고 들어가서 참고막을 캔다.
무엇보다 이곳의 백미는 낙조다. 일출보다 더 붉게 느껴지는 것이 낙조 때의 해다. 뻘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와온의 일몰은 장관이다. 특히 순천만 해수랜드(061-723-1247) 바로 앞에 있는 자그마한 섬(사기섬, 지역사람들은 똥섬이라고 부른다)으로 빠져 들어가는 해는 고막의 핏빛보다 훨씬 더 선명하다.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보려면 해수탕 건물 옥상위로 올라가는 것이 좋다.
와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해룡면 농주리에 가면 칠면초 군락이 펼쳐진다. 거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해룡면 선학리 무룡마을이다. 흩어져 있는 마을 앞에 민둥산이 하나 있다. 산위로 올라가면 순천만의 갈대밭과 그 갈대밭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물길이 한눈에 들어오고 산으로 넘어가는 일몰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따로 팻말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찾기 힘들고 구릉산이지만 올라야 하는 노고로움이 있다. 사진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바닷가 근처에 자리를 잡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해는 기다려주지 않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자가운전 ; 호남고속도로~서순천IC에서 나오면 정면에 오른쪽으로 휘어진 길 2개가 나란히 나타난다. 순천 방향 국도 17호선을 타고 3거리에서 순천시청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다시 3거리에서 벌교 방향으로 좌회전, 국도 2호선을 타면 청암대학 3거리. 좌회전한 뒤 300m쯤 가면 순천만 이정표가 있다. 이곳에서 좌회전해 계속 직진하면 순천만이다. 3거리가 많아 헷갈리기 쉽지만 무조건 벌교 방향으로 달리면 된다. 와온포구는 840번 지방도와 여수방향 17번 국도 이용. 월전사거리에서 우회전해 863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가 해룡초등학교를 지나면 와온마을이다.
■별미집 : 순천 시내에 들러서 찾아갈 맛집으로는 대원식당(061-744-3582)과 한성관(061-751-0662)을 추천할 만하다. 특히 대원식당은 한정식 전문인데 옛집 그대로며 2대째 대물림해오고 있는 연륜있는 집. 여러 가지 음식들이 입맛에 딱 들어맞는 집이다. 순천역 근처에 있는 흥덕식당(061-744-9208)은 5천원이라는 가격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반찬이 나오는 곳이다. 그 외 추어탕과 해장국으로 성화식당(063-743-3544)이 있지만 주차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 남흥회관(061-744-9736)은 고깃집으로는 소문난 곳. 순천만 갈대밭쪽에서는 대대선창집(061-741-3157)의 장어구이가 아주 괜찮다. 상사호 주변으로는 카페촌이 조성돼 있다. 연우당(063-745-0077, 1213), 아트리움(061-745-7070)과 흙과 사발(061-743-3466)등이 있다.
■숙박 ; 상사호에 있는 아젤리아 호텔(061-754-6000)이 괜찮다.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위에 자리하고 있어 괜찮다. 객실에서 상사호의 아름다움과 이른 아침이면 피어나는 환상적인 물안개를 볼 수 있어 의외로 가족 동반객들이 많이 찾아든다.
순천시내에 관광호텔 시티(061-751-3792-4), 로얄(741-7000)을 이용하거나 벌교나 낙안읍성쪽을 이용해도 괜찮다.

이혜숙
여행작가(http://www.hyesook.net)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