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소상인 일과 삶의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들은 한달 평균 3일 휴무, 주 6일 이상 하루 평균 10.9시간 영업 등으로 일과 삶의 만족도가 모두 50점대에 그쳤다. 사진은 지난 4일 서울 중구 명동의 쇼핑거리.

지난해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는 모두 569만7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674만명)의 21.3%에 달한다. 문제는 자영업자 대부분이 ‘생계형 창업’으로 은퇴나 실업 이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뛰어든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렇다보니 휴일도 없이 일해도 창업 이후 3년 뒤 평균 자영업 생존율은 37%에 그친다. 중소기업뉴스가 소상공인들의 현장 목소리와 아울러 정부의 지원정책에는 문제가 없는지 2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서울시내의 한 편의점 주인 A씨는 지난 설 명절 기간 동안 매장을 지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에 부담을 느낀 그가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대신에 직접 매장을 지키기로 해서다. 직장을 그만두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지난해 편의점을 인수했지만 되레 그의 삶은 후퇴했다고 토로한다. 오히려 직장에 다닐 때 쉬는 날이 더 보장됐다고 했다. 그에게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은 먼 나라 얘기다.

소상공인들을 둘러싼 환경은 열악하다. 내수부문의 장기불황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경제활동인구 4명중 1명이 자영업을 할 정도로 ‘제살 깎아먹기’ 경쟁도 치열하다. 여기에 원자재비, 인건비, 임차료 등 필수 비용이 올라 휴일 없이 일해도 소득이 임금근로자의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소상공인 일과 삶 만족도 50점대로 ‘낙제점’
실제로 최근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가 발표한 전국 자동차·부품판매업, 도매·상품중개업, 소매업, 음식점업 등 4개 업종 5인 미만 소상인 700명 대상 ‘소상인 일과 삶의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소상인들은 한달 평균 3일 휴무, 주 6일 이상 하루 평균 10.9시간 영업 등으로 일과 삶의 만족도가 모두 50점대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음식점업·소매업의 경우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각각 11.4시간, 11.1시간으로 가장 열악함에도 평균 순수입이 다른 업종보다 낮아 노동시간·순수입 불균형이 가장 심각했다.
긴 노동시간으로 인해 소상인이 느끼는 사업의 전반적 노동강도는 100점 만점에 65.6점을 기록했다. 업종별로 음식점업과 자동차·부품판매업에 종사하는 소상인의 노동강도는 각각 70.7점, 68.0점으로 나타났다. 중기중앙회 측은 일부 업종에 따라 노동강도가 더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가족기업의 노동강도(67.2점)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의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분야별 사업운영 만족도’에서는 가업승계(현재의 사업을 가족에게 물려줄 마음이 있다) 부분이 2.25점, 노동시간(사업운영을 위해 일하는 노동시간이 적정하다) 부분이 2.39점으로 가장 부정적으로 파악됐다.
소상인이 경영자로서 느끼는 일에 대한 만족도는 51.6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중기중앙회가 발표한 일 만족도(61.5점) 대비 9점 이상 하락한 수치다.
특히 40대 미만(61.0점) 대비 60세 이상의 만족도(48.4점)는 약 13점 낮은 것으로 나타나 연령이 높을수록 일에 대한 만족감이 급감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중기중앙회는 설명했다.
아울러 소상인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도 54.3점으로 조사돼 2014년 중기중앙회가 발표한 삶의 만족도(65.9점) 대비 11점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만족도 부분에서도 40대 미만(59.6점) 대비 60세 이상의 만족도(51.8점)가 7점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1주 평균 여가시간 5.9시간…국민 평균의 20% 수준
삶의 만족도를 세부 분야별로 살펴보면 여가생활 만족도(38.1점)가 가장 낮았다. 뒤이어 자기개발·교육(38.8점)과 수입(41.3점) 만족도가 하위권을 기록했다. 반면, 사회적 관계지표인 가족관계(65.7점) 및 인간관계(62.2점) 만족도는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와 비교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기중앙회는 여가생활 만족도가 가장 낮은 이유에 대해 양질의 여가생활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소상공인 2명 중 1명은 여가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51.7%), 여가가 있는 소상인의 1주 평균 여가시간도 5.9시간으로 통계청이 2014년 제시한 ‘국민 평균 여가시간’(29.7시간)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한편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중요 요소 관련 질문에선 ‘건강과 안전’(36.4%)을 선택한 소상인이 가장 많았다. ‘가족관계’(25.5%)와 ‘수입’(24.0%)이 그 뒤를 이었다.
최윤규 중기중앙회 산업통상본부장은 “최근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해 전 세계적으로 ‘워라밸’이 주목받고 있으나 우리나라 일·가정 양립지수는 OECD 국가 중 3번째로 낮은 실정”이라며 “이번 조사가 소상인의 일과 삶의 패턴을 분석하고 정부의 과로사회 개선 정책에 대한 방향 제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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