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청년층의 실업률은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전년보다 0.1%포인트 오른 9.9%에 달했다. 현재 기준으로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체감실업률은 22%까지 치솟았다. 체감실업률로만 보면 청년 10명 중 2명 이상은 ‘실업상태’라는 뜻이다.
매년 청년실업률은 졸업 시즌인 2월에 최고치를 찍고 3~4월에 높은 수준을 기록한다. 지난해 추이를 살펴보면, 1월 청년실업률은 8.6%였지만 2월 12.3%를 거쳐 3~4월에 11%대였다.
이러한 청년 실업 대란을 막기 위해 역대 정부는 지난 10년간 21차례 청년실업 대책을 내놓고, 최근 5년간은 10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일자리 대책의 성과는 크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中企 활성화’로 일자리 푼다지만…
특히 역대 정부마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로 내놓는 것이 바로 중소기업의 일자리 활성화였다.
한국경제의 전체 기업 수 가운데 중소기업이 99%나 되고, 근로자 수도 88%를 차지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육성하면 충분히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중소벤처기업부와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부족인력은 지난 2011년 23만7000명에서 2016년 26만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에 놓여져 있다. 정부가 앞장을 서서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대책을 펼치고 있다고 하지만, 청년실업을 해소하기는커녕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더욱 암울해지는 상황인 것이다.
이렇듯 청년들이 미취업 상태를 감수하면서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것은 첫 직장이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6일 공개한 ‘청년기 일자리 특성의 장기효과와 청년고용대책에 관한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첫 일자리의 임금이 일을 시작한 후 10년 이상 임금이나 고용 상태 등 노동시장에서의 성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전문대졸 남성의 경우 첫 일자리에서 받았던 임금이 평균보다 10% 높을 경우, 1~2년 차 때의 임금은 평균보다 약 4.5% 정도 높고 11년 차 이상에서는 약 3.8% 정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첫 직장의 임금 수준이 장래에 미치는 영향은 대졸자에게 더 컸다. 4년제 대졸 남성은 경우 첫 일자리 임금이 평균보다 10%보다 높은 경우 1~2년 차의 임금은 평균보다 약 4.6% 높고, 9~10년 차에도 4.4% 이상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KDI는 첫 직장의 임금은 향후 고용확률과도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대졸 남성의 경우 첫 일자리에서 받았던 임금이 평균보다 10% 높을 경우 고용확률이 1~2년 차에서 1.6%포인트 이상 높고, 11년 차 이상에서도 대략 1.2%포인트 정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첫 직장의 규모도 향후 임금 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고졸 남성의 경우 첫 직장의 종사자 수가 100명 이상인 경우의 임금이 100명 이하인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평균 임금보다 1~2년 차 때 11% 정도 높았고 이런 차이가 없어지려면 입사 후 5~6년이 걸렸다.
4년제 대졸 남성의 경우 1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임금은 그보다 작은 규모의 사업자 종사자보다 1~2년 차 때 약 13% 높았고 9~10년 차에도 9% 정도 높은 수준이 유지되는 등 첫 직장의 효과가 장기간 이어졌다.
특히 첫 직장에서의 고용 형태도 장래 임금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KDI의 설명이다. 4년제 대졸 남성의 경우 첫 직장에 상용직으로 근무하면 1~2년 차 때 임금이 임시·일용직인 경우보다 약 14% 높았고 9~10년 차에는 약 15%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첫 직장이 장래의 임금이나 고용 상태에 미치는 영향이 “청년들이 좋은 첫 일자리를 얻기 위해 노동시장에 정착하지 못한 채 취업 준비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중소기업은 일손이 부족한데 청년 미취업자가 넘치는 현실도 비슷한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경력 초기의 불운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게 하려면 궁극적으로 노동시장의 전반적인 유연성과 안전성을 강화하는 구조적 차원의 조정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또한 “구조개혁이 당장 이뤄지더라도 성과 가시화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므로 경력 초기 일자리 특성에 따른 생애 소득 격차를 줄이는 정부의 개입이 한시적으로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보고서는 중소기업 근로 청년에 대해 소득지원을 하는 경우 특정 중소기업 근속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청년들이 본인에게 적합한 직장을 찾아가는 경력 형성을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력 형성형 이직·창업이 충분히 일어나도록 하는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청년 취업 프로그램이 단기적·반복적 일자리 창출로 흐르지 않도록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정부, 청년 일자리 지원책 통합도 필요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지원제도와 일자리 대책이 부처별로 나눠져 있어 사업추진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부처별로 중복되거나 유사한 정책도 넘쳐나는 게 현실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중소기업 지원사업만 무려 13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에 젊은 인력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관련 정책 지원과 기능을 중기부로 일원화하는 것도 좋은 방향일 수 있다. 현재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관련 정책을 컨트롤타워로서 조정하고 있지만, 중기부만큼 중소기업 현장을 잘 아는 부처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 청년들이 중소기업 일자리를 기피하는 이유는 대기업과 비교해 낮은 임금과 복지수준, 업무환경 등 열악한 근로조건을 꼽고 있다. 이 문제를 외면하고 무작정 일자리 수를 늘린다고 해도 중소기업 인력 미스매치는 가중될 것이 뻔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특단의 청년 일자리 대책을 준비 중인 가운데 관련 법률마다 규정하는 청년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혼선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청년고용촉진 특별법과 시행령에는 정책 대상인 청년 범위를 15세 이상 29세 이하로 규정한다. 조세특례제한법이나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청년 실업률 역시 이 기준을 따른다.
그러나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안에서도 공공기관 취업지원 대상은 15세 이상 34세로 범위가 더 넓으며 청년을 뽑는 중소기업에 고용장려금을 지급하는 근거를 담은 중소기업인력지원특별법 역시 34세 이하를 청년으로 본다.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은 창업촉진사업 우대 대상인 청년창업자의 연령기준을 39세 이하로 규정해 다른 법과 최대 10년까지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청년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는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대상을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향 평준화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어학연수와 취업 준비 등으로 대학졸업까지 평균 5.2년이 걸리고, 30~34세 실업률이 2015년 3.3%에서 2017년 4.1%로 치솟은 상황을 근거로 든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청년의 범위를 24세까지로 정한 만큼 군복무를 감안해도 29세면 충분하다는 주장도 있다. 재정당국은 15~29세 중소기업 취업자 소득세 감면 특례가 올해 3966억원에 달하는 만큼 청년 범위를 더 넓히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부처마다 수시로 대책을 만들면서 청년 범위가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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