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춘-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되는 시점부터 우리 경제로 봐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가전제품과 태양광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혹은 폐기, 안보와 연계된 철강제품에 대한 고관세 부과 방침 천명, 상호 호혜세 부과방침 발표 등이 그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난 1년 동안 보여준 대외통상정책에 있어서는 이전 정부와 구별되는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첫째, 미국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으면서 부담과 책임만 지는 국제규범과 협상에 대한 우순선위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점이다.
둘째, 국가별로는 무역적자 확대 여부에 따라 이원적 전략(two track)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대미국 흑자국에게 성장과 고용을 빼앗기는 것으로 인식해 왔다. 이 때문에 무역적자 확대국에 대해 통상압력을 가해 시정하고, 다른 국가와는 공존을 모색하는 ‘차별적 보호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문제다. 무역, 통상, 지적재산권, 환율 등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등 경제외적인 분야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셋째, 목적을 도달하기 위해서 모든 통상수단을 동원하는 것도 종전과 다른 점이다. 반덤핑관세, 상계관세 등 WTO 규범에서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수단뿐만 아니라 자국법에 근거한 수단까지 동원하고 있다. 심지어는 새로운 상호 호혜세를 부과한다든가 미국 의회를 거치지 않고 행정명령으로 발동할 수 있는 슈퍼 301조까지 동원할 태세다.
넷째, 통상정책을 다른 목적과 결부시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미국 통상법 232조에 근거해 통상을 안보와 연계시킨다든가, 대북한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한국에 대해 집중적으로 통상압력을 높이고 있다. 한국 등 해당 국가가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에 쉽게 대처하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의 통상압력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출범 이후 1년 동안 미국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극단주의 보호주의’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오히려 확대됐다. 올해 11월에 예정된 중간선거 이전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트럼프 정부와 집권당인 공화당은 궁지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더 우려되는 것은 트럼프 정부가 국제교역상의 상호주의 원칙을 근거로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중국의 우회기지로 한국을 활용하고 있는 점이다.
시기적으로 이달부터 두달 동안은 주목해야 한다. 한국과 관련된 트럼프 정부의 통상 일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3월말 국별 무역장벽(NTE) 보고서 △4월초 미국 통상법 232조에 근거한 철강보고서 △4월 중순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 △4월말 지적재산권관련 스페셜 301조 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처리기구(DSB)에 제소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확정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확정된다 하더라도 트럼프 정부가 따르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이 때문에 우리 스스로 트럼프 정부와 통상마찰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근본원인부터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다. 트럼프 정부의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은 궁극적으로 중국을 지향하는 만큼 우리의 대외정책이나 남북 관계 등을 풀어갈 때 미국과 중국 간 중간자로서 ‘균형’을 잃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응방식도 미국의 통상정책 기조변화에 맞춰 ‘옴니버스 방식’으로 바꾸는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통상정책을 남북 관계 등의 다른 정책과 분리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나 트럼프 정부가 다른 목적과 연관시켜 통상정책을 추진하는 움직임과 맞지 않아 의외로 효과가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통상관련 콘트롤 타워를 강화하는 문제도 시급하다.

한상춘-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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