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는 중국 최고의 역사서로 꼽히는 책이다. 단순히 연대순으로 역사를 기록하는 편년체(編年體)가 아니라 역사적 인물과 사건 중심의 기전체(紀傳體)로 기록된, 총 130여편으로 구성된 대작으로 중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역사서로 인정받고 있다. 심지어 “<삼국지>를 백번 읽기보다 차라리 단 한번이라도 <사기>를 읽어라”고 권하는 역사연구가도 있을 정도다.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중국 조정에서 태사령의 직위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흉노족에 투항했던 이릉(李陵) 장군을 변호하다가 황제의 노여움을 사게 됐다. 이로 인해 48세의 나이에 생식기를 뿌리째 절단하는 ‘궁형(宮刑)’이라는 형벌을 받게 된다. 그 당시 죽음보다 더한 치욕적인 형벌이었지만 그는 집필 중이던 <사기>를 완성하기 위해 삶을 택한다. “태산보다 더한 죽음이 있고, 깃털보다 더 가벼운 죽음이 있다”는 멋진 말로, 자신의 작품을 완성하기 전에는 결코 삶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자신의 심경을 표현했다. 그리고 서문격인 ‘보임소경서(報任少卿書)’에 다음의 글을 남겼다.
“옛날 주 문왕은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주역>을 만들었다. 공자는 진나라에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춘추>를 만들었다. 굴원은 초나라에서 추방되자 <이소경>을 만들었다. 좌구명은 장님이 되고서 <국어>를 만들었다. 손자는 다리가 끊기고서 <병법>을 만들었다. 여불위는 촉나라에 귀양 가서 <여람>을 만들었다. 한비는 진나라에 사로잡힌 몸으로 ‘세난’ ‘고분’ 등의 문장을 만들었다. 시 300편도 거의가 현인, 성인들의 발분(發憤)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듯 이 모두가 한스러운 마음의 소치이며, 그 한을 풀길이 없어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굽어보게 된 것이다.”
사마천은 험난한 역경에 처했으면서도 명작들을 만들었던 역사적인 인물들을 거론하면서 자신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고난 속에서 <사기>를 만들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고난과 역경은 사람들에게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고통을 주지만 더 크고 위대한 일을 이룰 수 있는 동력이 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고난은 위대한 일을 해낸 위대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평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해도 어김없이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된다. 그 힘든 시기를 어떻게 이겨내고 살아가는지에 따라서 그 사람의 삶이 달라지는 것이다. 맹자는 고난의 의미를 이렇게 이야기했다.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사명을 내리려 할 때는 먼저 그의 심지를 괴롭게 하고, 뼈와 힘줄을 힘들게 하며, 육체를 굶주리게 하고, 그에게 아무 것도 없게 해서 그가 행하고자 하는 바와 어긋나게 한다. 마음을 격동시켜 성질을 참게 함으로써 그가 할 수 없었던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맹자는 고난이 주는 의미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고난을 통해 사람들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인내,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 주어진 현실을 뛰어넘어 더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비전을 얻게 된다. 그래서 <근사록>에서는 “가난과 고난과 근심걱정은 그대를 옥처럼 완성한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고난과 역경의 순간이 닥쳤을 때, 리더에게는 자신은 물론 조직과 사람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고 함께 위기를 벗어나야 하는 의무도 주어진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에게 고난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하는 것이다. 그럴 때 고난은 도약과 성장의 기회가 된다.

- 조윤제《천년의 내공》 저자
- 일러스트레이션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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