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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창업지원으론 한계…‘폐업 안전판’이 필수다
김도희 기자  |  dohee@kbiz.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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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9호] 승인 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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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융자형태 위주 자영업자 지원책이 오히려 자영업자의 공급과잉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창업 지원과 함께 적절한 폐업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4일 서울 중구 명동의 식당가.

2016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신규 자영업에 뛰어든 업체는 110만726곳이었다. 같은 기간 폐업한 업체 수는 83만9602곳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실패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다양한 형태의 자영업자 지원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정부의 자영업 지원방안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는지는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영업 지원 ‘투트랙 전략’ 시급
이와 관련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자영업자 폐업의 주요 문제점 및 정책적 지원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영업 정책은 일대 대전환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보고서는 현재의 융자사업 위주의 지원방식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 융자를 위한 정책자금은 2012년 5050억원에서 지난해 2조2470억원으로 5년 동안 4배 이상 증가했다.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형태에 있어서도 지난해 예산액 기준에서 융자사업이 76.1%를 차지했다. 융자형태의 사업의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작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영업자의 공급과잉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한계 상황에 놓인 자영업자도 적기에 퇴출하지 못한 채 융자에 의지해 좀비 형태로 유지될 수 있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융자사업이 공급과잉 문제를 심화시키거나 한계 자영업자의 연명수단에 그치지 않도록 대출 심사를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자영업자 창업 지원이 아닌 폐업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극심한 경쟁이다. 한정된 시장을 두고 다수의 업체가 경쟁하다보니 삶의 질을 희생시키지 않고서는 충분한 수입을 올릴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경쟁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는 공급과잉과 수요부족이 꼽히는데, 최근 국내 자영업계에서는 두 현상이 모두 관측되고 있다.

경제규모 비해 과도한 자영업자 수
우선 공급 측면에선 경제규모에 비해 과도한 자영업자의 수가 눈에 띈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자료에 따르면 2018년 1월 기준 국내 자영업자 수는 553만명에 달한다. 경제활동인구가 2723만명인 점에 비춰보면 전체 경제인구의 20.3%가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볼 때 상당히 높은 수치다. 2016년 기준 OECD 국가들의 평균 자영업자 비중은 14.8%였으며, 일본(8.5%)·독일(10.4%)·뉴질랜드(14.0%)·벨기에(14.3%) 등 선진국 대부분이 15% 미만의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 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OECD 회원국은 그리스와 멕시코, 이탈리아뿐이었다.
반면 내수시장은 이들을 뒷받침할 만큼 강하지 못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구매력 기준으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5790달러로 세계 49위에 그쳤다(2016년). 국가적으로는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지만 물가수준을 반영한 개인구매력 기준으로는 스페인과 몰타, 체코와 유사한 수준이다.
소비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의료·교통통신·주거비 등의 필수항목들과 교육비에 대한 가계의 지출기대치는 높은 반면, 자영업 비중이 높은 내구재·의류·외식·교양 및 오락 분야의 소비지출전망지수는 대부분 기준치인 100보다 낮았다.
특히 온라인몰, O2O(Online to Offline·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마케팅) 서비스 확산 등 새로운 유통업계에 퍼지며 기존 자영업자들의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젠트리피케이션 등으로 임대비용이 급증함에 따라 임차상인 등의 경영 여건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자영업 신규 진출로 인해 시장은 과당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영세상인 사회보험 확대 필요
이에 보고서는 “빈번한 소상공인의 폐업, 베이비붐 세대 은퇴에 따른 자영업자의 고령화와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등 생계형 자영업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생애주기 쇠퇴기에 있는 자영업자에 대한 경영개선과 퇴출 프로그램 지원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쇠퇴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상공인재기지원 세부사업(희망리턴패키지, 재창업패키지)의 확대를 통해 폐업위기의 영세 소상공인이 재창업 시에도 과밀한 업종으로 진입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소상공인 공제 가입확대 및 영세 소상공인 대상 사회보험(고용보험, 산재보험) 가입 확대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영세한 한계 자영업자를 퇴출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분명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문제는 아직 정부차원의 구체적인 ‘퇴로 전략’이 마련되지 않은데다 장기간의 내수부진으로 한국의 노동시장이 한계 자영업자를 수용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정부 재정만으로는 이들을 사회보험 체계 안에서 보호할 만한 형편도 되지 않는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폐업을 해도 더 나은 일자리로 전환할 수 있는 탐색 기간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통한 소득지원이 전제돼야 구조조정과 이를 통한 자영업 생산성 향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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