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올해로 발효 6주년을 맞은 가운데 최근 2년간 대미 무역흑자가 80억달러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통상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이 같은 사실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미 교역 증가세 최근 ‘주춤’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 감소요인 분석’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178억6000만달러로 2015년 258억1000만달러보다 79억5000만달러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자동차와 차 부품의 수출이 최근 부진했고, 쇠고기와 액화석유가스(LPG)의 수입은 큰 폭으로 늘었다. 2012년 3월15일 한·미 FTA 발효 이후 양국 교역은 꾸준히 늘었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1998년 이후 줄곧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2016년부터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5년만에 흑자 규모가 2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2015년보다 대미 수출은 12억2000만달러 줄었지만, 수입은 67억2000만달러 늘었다. 이에 따라 무역흑자액은 79억5000만달러 감소했다.
또 한국은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 상위 10개국 중 흑자액이 가장 많이 감소한 나라가 됐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을 상대로 3752억달러의 흑자를 내 전년보다 8.1% 늘었다.
한국이 미국 전체 무역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3.8%에서 2017년에는 2.9%로 0.9%포인트 하락했다.
양국 교역규모도 FTA 체결 이후 꾸준히 늘었지만 최근에는 주춤한 모양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양국 교역은 1193억달러로 전년보다 8.8% 늘었지만 우리나라의 세계 교역 증가율 16.7%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다만, 2011년 양국 교역규모 1008억달러보다는 상당히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대미 수출은 686억달러로 전년보다 3.2% 증가했지만 역시 세계 수출 증가율 15.8%보다는 부진했다. FTA 발효 후 우리나라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지난해에는 3.0%로 전년보다 0.2%포인트 감소했다.

美 쇠고기·LPG, 韓 수입시장 1위
최근 2년간 대미 무역수지 흑자 폭이 크게 감소한 것은 수입은 급증하고 수출은 줄었기 때문이다.
품목별로는 자동차, 차 부품, 무선통신기기, 철강판 등의 수출이 부진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LPG, 육류 등의 수입은 크게 증가했다.
특히 우리나라 대미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자동차와 차 부품 수출은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철강 제품은 미국의 수입규제 강화 이후 송유관, 유정용 강관, 열연강판 등이 집중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반면 미국산 쇠고기는 최근 수입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호주산을 제치고 국내 수입시장 점유율 1위(51.0%)로 떠올랐다. 미국산 LPG도 2016년부터 중동산을 제치고 점유율 1위(2016년 47.4%, 2017년 64.3%)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생산설비의 수입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강내영 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연구원은 “반도체 경기 호황,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한·미 FTA 효과 등에 따른 대미 수입 증가와 미국의 수입규제로 인한 대미 수출 부진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2년간의 대미 무역흑자 감소세를 FTA 개정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알려야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