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구 고령화는 가속 추세에 있다. 특히 고령층의 경제활동인구가 2016년 390만명에서 지난해 420만명으로 증가하면서 청년층 경제활동인구 4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기대수명이 긴 한국에서 60세 이전에 퇴직하는 중장년층이 증가하게 되면서 경제활동에서 밀려난 노인들이 늘어나게 되면 앞으로 한국경제 전체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최저 수준의 국민연금으로 인해 고령층 인구도 은퇴 이후 일자리 문제가 시급하다. 하지만 대부분이 막상 일자리를 잡아도 저임금 일자리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될수록 고령층의 빈곤상태가 심각해 질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硏, 은퇴자 직업교육 참여 저조
노인 빈곤율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은퇴를 앞둔 재직자들은 근로 연장을 위한 교육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 금융 브리프에 게재된 ‘인구 고령화와 노인 인구의 일자리 확보’ 보고서에 따르면 60세 이상 재직자의 사업주 지원 직업능력 개발훈련 참여율은 6.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를 위한 훈련참여율은 고용보험 피보험자 가운데 훈련참여 인원을 따진 것이다. 연령별 참여율 추이를 보면 20~29세의 참여율이 30.7%로 가장 높았고 은퇴연령이 가까워져 오면서 점점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40~49세 재직자의 훈련참여율은 18.1%로 반 토막 났다. 50~59세의 경우 참여율이 12.0%에 그쳤다. 이는 전체 재직자의 평균 훈련참여율인 20.3%를 밑도는 수치다.
재직자가 개인적으로 원하는 교육을 택해 받는 ‘근로자 지원 직업능력 개발훈련’ 참여율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20~29세 재직자 가운데서는 5.3%가 근로자 지원 개발훈련에 참여했지만, 50~59세의 경우 1.5%, 60세 이상은 0.7%에 그쳤다.
근로자 지원 개발훈련은 은퇴가 가까운 재직자의 근로기간 연장이나 은퇴 후 재취업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재직자들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직업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김정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령층 진입이 임박한 베이비붐 세대는 75%가 고졸 이상의 학력 수준을 갖고 있으며 경제활동에 대한 욕구도 강하다”며 “노인 인구의 경제력 확보를 위해 은퇴자나 은퇴 직전 근로자에 대한 직업 재교육과 일자리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고령층으로 갈수록 경제활동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부양해야 하는 식구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50~60대 세대 3가구 중 1가구는 성인 자녀와 노부모를 동시에 부양하는 ‘더블 케어’(Double Care)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 “부양가족 용돈 月 118만원”
최근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4~22일 성인 자녀를 두고 있으며 양가 부모 중 한명 이상이 살아 있는 국내 만50∼69세 남녀 200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더블 케어’ 상황인 응답자가 34.5%(691가구)로 가장 많았다. 부모만 지원하는 응답자가 27.8%였고 성인 자녀만 지원하는 비율은 18.7%였다. 둘 다 지원 안 한다는 응답자도 18.9%에 달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이 같은 더블 케어 현상의 원인으로 우선 수명연장과 저성장을 꼽았다.
윤치선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제도가 1988년에 시작됐기 때문에 당시 이미 50세가 훌쩍 넘었던 세대는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결론적으로 지금의 5060세대에게 노부모 부양 문제는 상당수가 겪는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저성장으로 독립이 늦어진 성인 자녀와 노부모를 동시에 부양해야 하는 더블 케어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더블 케어 가구 가운데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생활비와 목돈 지원)을 하면서 노부모에게도 생활비를 지원하는 가구는 359가구(52.0%)에 달했다.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면서 노부모를 병간호하는 가구는 171가구(24.7%)였고, 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노부모 생활비 지원과 병간호를 다 하는 가구도 161가구(23.3%)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또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측정하기 위해 자녀와 부모에게 모두 매달 생활비를 주는 491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월평균 소득(579만원)에서 자녀에게 78만원, 노부모에게 40만원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쪽에 주는 생활비를 합하면 가구당 평균 118만원으로 월평균 소득에 20.4%에 해당한다.
심현정 연구원은 “5060세대의 평균소비성향이 70% 수준임을 고려할 때 가계 유지에 필요한 소비지출을 제한 나머지의 상당 부분을 더블 케어에 쓰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윤 연구위원은 “수명연장과 저성장이라는 거시적 환경 변화가 개인들을 어쩔 수 없는 더블 케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령화 사회의 심화로 나이가 들수록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이나 전세를 끼고 주택 등을 매입하느라 부채는 많은데 다른 금융자산과 소득은 적어서 고령층의 가계 건전성은 취약한 편이다.

고령층 소득 대비 부채비율 높아
한국은행이 지난 1월 발표한 ‘세대별 가계부채의 특징 및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여타 선진국과 달리 연령이 많을수록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상승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은 중장년층이 되며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졌다가 고령층에 진입할수록 낮아졌으나 한국은 반대였다.
주요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65~74세와 견줘 75세 이상 가구에서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는 한국과 네덜란드, 스페인뿐이었다. 유럽, 미국은 생애 주기에 걸쳐 빚을 줄이지만 한국은 이런 조정 과정이 늦게 시작된 탓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70대에 들어서야 가계부채를 본격적으로 조정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에 미국과 유럽은 50대 중반부터 부채와 자산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현상을 “한국은 부채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소득이 더 빨리 감소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금 제도가 미성숙한 가운데 노후 생활을 위해 고령층이 주택을 임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령층이 주택을 전·월세로 내주면 임대 보증금이 부채로 잡혀 빚이 늘어난다.
한은 관계자는 “노년층에 들어가면 그간 축적한 자산을 소모하며 생활하는데 우리나라는 가진 집을 팔기보다 오히려 실물 자산을 늘려가는 모습이 다른 국가들보다 특이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고령층의 부채 확대, 실물 자산 의존도 심화라는 리스크 확대를 줄일 수 있는 정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블케어(Double Care)
아래로는 성인 자녀를, 위로는 노부모를 동시에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상황을 일컫는 말로 일본에서 나온 신조어다. 우리나라 50~60대의 34.5%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5060세대 중 자녀 나이가 어리거나 자녀가 독립하지 않은 채 부모와 사는 경우, 더블케어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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