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라이벌] CJ E&M vs 쇼박스

영화산업을 움직이는 큰 손은 당연히 영화 배급사입니다. 영화 배급사는 상영관을 통해 좋은 영화를 유통하기도 하지만, 직접 제작도 책임지고 있습니다. 국내 영화 배급사 ‘Big 4’는 CJ E&M,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NEW입니다. 이들이 전체 국내 영화관객 점유율의 45% 가량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관객은 워너브라더스, 폭스 등 해외 배급사가 담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불과 5년 전만해도 상영관의 영화 배급 편수는 많았습니다. 일주일마다 여러 신작이 쏟아져 나왔죠. 하지만 요즘에는 흔히 말하는 ‘웰 메이드’ 작품에 집중하면서 영화 배급사들이 배급 편수를 줄이고 있습니다. 영화 배급사는 매번 로또를 긁듯이 작품을 배급합니다. 수십억원의 제작비용이 들어간 영화가 이번에 흥행을 할지, 외면을 받을지는 정말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웰 메이드 작품으로 승부를 거는 요즘에는 흥행이 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타격이 상당히 큽니다.
실패의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으로 영화 배급사들은 ‘가족’ ‘정의사회 구현’ 등을 키워드로 하는 작품을 자주 배급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사회에서는 이러한 한국적인 신파가 잘 먹혀 왔기 때문이죠.
국내 영화 배급사 Big 4가 관객의 절반도 점유하지 못하는 춘추전국시대에서 그나마 15년 가까이 1위를 지키고 있는 곳은 CJ E&M입니다. 점유율 2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업계 2위로 평가받는 배급사는 쇼박스입니다. 두 회사가 서로 라이벌 경쟁을 하면서도 어벤저스급 파괴력을 지닌 외국계 배급사들과의 대결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성수 CJ E&M 대표는 지난 2011년 취임했습니다. 김성수 대표는 미디어와 콘텐츠 업계에서 정평이 난 인물입니다. 그는 온게임넷과 MTV 설립을 주도했고, 2001년 온미디어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러다 온미디어가 CJ그룹에 인수된 뒤에도 온게임넷 프로게임단을 창단해 자신이 단장에 오르는 능력도 보입니다.
CJ E&M은 장사를 잘하고 있습니다. 전체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만, 영화 부문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1조7500억원(전체 영업이익은 632억원) 가량이지만 영화 부문은 매출 1986억원을 기록했죠. 영화 부문 영업손실은 90억원 적자였습니다. 여전히 영화 제작에 들어가는 막대한 제작비용이 부담입니다. CJ E&M이 지난해 동원한 관람객은 4045만명. 적자가 나고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영화 배급 비즈니스를 멈추기에는 참 힘들 겁니다.
유정훈 쇼박스 대표도 영화 산업 쪽에서 능력을 뽐내는 인물입니다. 1990년 LG애드에서부터 15년 동안 광고일을 하다가 2005년 메가막스 상무로 이직을 합니다. 2007년에는 오리온그룹 계열사였던 쇼박스로 한차례 더 이직하면서 능력을 발휘합니다. 적자기업인 쇼박스를 2013년 흑자기업으로 탈바꿈 시켰습니다.
쇼박스의 지난해 매출은 1027억원, 영업이익은 103억원이었습니다. CJ E&M이 영화 비즈니스의 덩치는 더 크지만, 실속 면에서는 쇼박스가 운영을 잘 하고 있는 거죠. 쇼박스가 가장 많은 관객동원을 한 때는 2015년입니다. 영화 ‘암살’ ‘내부자들’ ‘사도’ 등으로 3693만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15년 가까이 국내 관객점유율 1, 2위를 유지하고 있는 CJ E&M과 쇼박스가 올해 어떤 개봉작으로 이목을 끌지 궁금합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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