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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車 양보하는 대신 철강·농업 ‘안전판’ 확보
김도희 기자  |  dohee@kbiz.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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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1호] 승인 2018.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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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및 미국 철강 관세 협상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철강 관세 협상 일괄 타결을 통해 농업과 철강 등 민감 산업을 지키고 미국의 미래 통상압박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미국은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부과를 20년 연장하고 한국 시장 진입장벽을 낮추는 등 무역적자의 가장 큰 원인인 자동차 산업에서 이익을 챙겼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26일 외교부 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미 FTA 개정 및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韓픽업트럭 2041년까지 25% 관세 유지
이번 협상에서 한·미 양국은 미국의 최대 관심 분야인 자동차에서 화물자동차(픽업트럭) 관세철폐 기간 연장, 자동차 안전·환경 기준의 유연성 확대에 합의했다.
기존 협정에서 미국은 2021년까지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를 완전 철폐하기로 했지만, 이번 합의에서 철폐 기간을 오는 2041년까지 20년 연장했다.
미국 자동차는 한국 안전기준을 맞추지 못해도 미국 안전기준만 충족하면 업체별로 연간 5만대까지 한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됐다. 허용 물량이 2배로 늘어났다.
김현종 본부장은 “현재 국내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해 수출하는 업체가 없고 지난해 기준 미국 제작사별 수입물량이 1만대 미만인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양국은 5년 단위로 설정하는 연비·온실가스 기준에 대해 현행(2016~2020년) 기준을 유지하되, 차기 기준(2021~2025년) 설정시 미국 기준 등 글로벌 추세를 고려하고 판매량이 연간 4500대 이하인 업체에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소규모 제작사’ 제도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연비·온실가스 기준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과도하다는 우려를 제기했고 이에 정부가 글로벌 추세를 고려하겠다고 한 것이다.
휘발유 차량에 대한 배출가스 시험 절차와 방식이 미국과 달라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반영, 한국 규정을 미국과 더 조화를 이루도록 개정하기로 했다.

정부 “농축산물 등 핵심 민감 분야 방어”
미국의 다른 관심사인 글로벌 혁신 신약 약가제도와 원산지 검증에 대해서는 한·미 FTA에 합치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보완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제약협회(PhRMA) 등은 한국의 약가 정책이 혁신 제약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고 한국 제약업계에 유리하다고 주장해 왔다.
김 본부장은 “보건복지부에서 국내 제약회사들에 대해 신약을 만들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고 있는데 미국 측은 이와 관련해 차별주의적인 면을 삭제하고 미국뿐만 아니라 모든 해외 제약회사들에 내국민 대우를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면서 “차별적인 부분이 있는지를 우선 검토하고 내국민 대우 위반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미국의 관심 분야에서 일부 양보하면서 우리의 핵심 민감 분야는 성공적으로 방어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우리 정부가 협상 전부터 ‘레드라인’이라고 설정한 농축산물 시장에서 미국의 추가 개방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미국은 협상 과정에서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강력히 요구했고 우리 협상단은 이를 막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픽업트럭을 제외하고는 기존에 합의한 관세철폐 내용이나 일정을 바꾸지 않았다.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요구한 미국산 자동차부품 의무사용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산 철강, 25% 관세대상서 완전 제외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의 경우 한국산 철강을 25% 관세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대미 수출을 2015~2017년 평균 수출량(383만톤)의 70%로 제한하는 쿼터(수입할당)를 수용했다.
김 본부장은 “한국이 어느 나라보다 불리한 상황에서 이뤄낸 결과”라며 “한국이 가장 먼저 국가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철강 기업의 대미 수출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협상 결과에 대해 “필요한 수준에서 명분을 제공하되, 우리측 실리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지만, 국내 안전·환경 기준의 기본 체계를 유지하면서 일부 유연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에 요구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개선에 대해서는 투자자 소송 남발 방지와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 행사에 필요한 요소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무역구제에 대한 절차적 투명성·공정성 의무를 부여하는 조항도 협정문에 반영했다.
우리 섬유업계가 요구한 일부 원료품목에 대한 원산지 기준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 협정은 섬유제품에 들어가는 실·직물 등 원료를 모두 역내(미국이나 한국)에서 조달하도록 하는데 우리 업계는 일부 원료의 경우 동남아 등 더 저렴한 원산지 원료를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 분야별로 세부 문안 작업을 완료한 뒤 정식 서명과 국회 비준 동의 요청 등 후속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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