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라이벌] 유한양행 vs 녹십자

국내 제약업계는 수많은 기업들이 팽팽한 순위 경쟁을 하는 산업입니다. 업계 1~3위까지 매년 숨 가쁘게 경쟁하면서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합니다. 하도 치열하다 보니까 업계 1위의 시장점유율이 6~7%대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최근 3년간 1, 2위를 고수하는 기업은 유한양행과 녹십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업체는 각각 2016년에 매출 1조3207억원, 1조197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1조4622억원, 1조2879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이렇게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유지하고, 매년 증가세를 이루고 있는 흐름은 아주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왜냐하면 최근 들어 국내 제약시장에 외국계 제약사들이 진출과 공격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엄청난 자본력과 원료 의약품 등의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토종기업들 간의 경쟁 심화 속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쟁까지 견뎌내며 1, 2위를 유지하는 유한양행과 녹십자의 선전은 기대 이상입니다.
두 제약회사가 선두권을 줄곧 지키고 있는 데에는 신약 개발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사업을 다변화한 덕분입니다. 특히 두 회사의 공통점은 CEO들이 신입사원으로 각각 입사해 내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승진해서 사장에 취임했다는 점입니다.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와 허은철 녹십자 대표이사가 그 주인공이죠.
먼저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던 1978년에 공채 신입으로 입사해 이후 유통사업부장, 경영관리본부장 등을 거쳐 2015년 3월 대표이사로 취임했습니다. 이후 지난 3월 다시 연임이 되면서 2021년까지 경영권을 보장 받았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공적은 유한양행의 연구개발비를 대폭 늘려서 경쟁력을 쌓아올렸다는 점입니다. 이 대표가 취임하기 진전인 2014년에 유한양행은 310억원 정도를 제약 연구개발 분야에 투자했습니다. 이정희 대표가 경영을 맡은 2015년부터 달라집니다. 그해 390억원을, 2016년에는 526억원을, 지난해에는 707억원으로 늘렸습니다. 3년 사이에 2배가 증가한 셈입니다.
연구개발 비용을 늘린다는 것은 미래를 위한 선투자입니다. 이정희 대표는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항암제 등 고령 질환치료제 개발에 노력하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 연구조직인 글로벌신약센터, 임상개발실 등을 더 확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글로벌 바이오회사들과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해서 혈액암 등의 신약개발도 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2015년부터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어가고 있는 겁니다.
허은철 녹십자 대표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1998년 회사에 입사해 내부승진을 거쳐 전문경영인이 됐습니다.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와 같은 시기인 2015년 3월에 대표이사 직함을 달게 됩니다. 허은철 대표는 올해 43살입니다. 제약업계에서는 상당히 젊은 CEO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그가 취임한 이후 녹십자는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해외시장 진출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서게 됩니다.
물론 그의 개인적인 경영능력이 탁월할 수도 있지만, 과감한 공격경영의 배경에는 그가 허채경 녹십자 창업주의 손자이자 허영섭 전 회장의 차남인 3세 경영인이라는 점도 있을 것입니다.
허 사장은 매출 1조원 돌파와 시장 2위 자리를 굳힌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있습니다. 허 대표는 녹십자가 전 세계 백신시장에서의 선도적 지위를 달성하는 목표를 세우고 각종 면역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녹십자의 대표 제품은 혈액제제와 백신제제입니다. 이 분야의 신약개발과 해외진출 성공이야말로 글로벌 기업으로 나가는 열쇠가 될 겁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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