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연구개발(R&D)사업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이 지원받지 못한 중소기업보다 대부분의 성과 지표가 저조하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이는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특허 보유 건수 등에 형식적 평가 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며 R&D 사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수혜기업 선정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R&D 보조금, 부가가치 창출은 실패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 ‘중소기업 R&D 지원의 정책효과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R&D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은 정부 지원 R&D를 시작할 당시에는 각종 성과 지표가 좋았으나 이후 2∼3년의 성과는 지원받지 못한 중소기업보다 대부분 좋지 않았다.
보고서가 가장 포괄적인 성과 지표로 꼽은 부가가치를 보면 R&D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은 정부지원 R&D를 시작할 때의 평균 부가가치가 30억800만원으로 비수혜 중소기업 평균 13억89만원보다 훨씬 높았다.
하지만 이후 2년간 부가가치 증가액 평균은 수혜기업이 4300만원으로 비수혜 기업 평균 1억9500만원보다 1억5200만원 낮았다.
3년간 증가액을 비교하면 수혜기업(6300만원)과 비수혜기업(3억3000만원)의 차이가 1억6700만원으로 더 벌어졌다.
매출, 영업이익, 부채, 자본, R&D 투자, 지적재산권 등록, 유형자산, 인적자산, 마케팅투자 등 다른 9개 항목까지 총 10개 지표를 비교하면 자본과 지적재산권을 제외한 8가지 지표에서 정부 R&D 지원을 받지 않은 중소기업의 성과가 앞섰다.
특히 영업이익이나 R&D 지원 등 지표를 보면 수혜 중소기업은 2∼3년 후에 기존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보고서는 “정부 지원이 민간 투자의 마중물 역할은 성공적으로 수행했지만, 기술개발 결과가 다수의 수혜기업에서 재무적 성과 개선으로 귀결되지는 못했다”며 지원 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특허 등 지적 재산권 보유 실적을 중요한 평가 요소로 삼는 현재의 지원 기업 선정방식으로 인해 잠재력이 큰 고성장 기업군의 선정 비율이 낮아지고 저성장 기업군의 선정 비율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연간 지적재산권 등록 실적이 3개 이상인 기업군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임에도 수혜 비중은 11%로 높았다. 하지만 이들은 기업의 부가가치는 2년간 평균 87억원이 감소했다.

“초기 탐색 연구 지원에 집중해야”
반면 연간 지적재산권 등록 실적이 2개 이하인 기업군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5%임에도 수혜 비중은 51%로 이보다 낮았다. 이들은 부가가치는 2년간 평균 1억원 증가했다.
정부의 R&D 지원을 받은 후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기업이 있고 부정적인 효과를 내는 기업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효과가 긍정적인 효과를 상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성호 KDI 연구위원 “현재는 복잡한 선정 절차를 거치는데 만약 그렇게 하지 않고 무작위로 뽑았어도 (총량을 비교하면) 이보다 좋은 성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소비자의 수요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과거처럼 모든 기획을 철저히 하는 것보다는 일단 최소 기능의 제품을 빨리 내보내서 시장에서 평가받게 한 다음에 반응을 보면서 개발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며 “민간의 기업 혁신 환경이 이렇게 변하는데 정부의 R&D 지원방식은 경직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논문, 지적재산권, R&D 투자액 등이 아닌 부가가치 등 경제적 성과를 평가의 대상으로 삼아 선정 모형을 새로 개발해야 하며 특허 획득이 기업 성장에 저절로 기여한다는 순진한 가정을 폐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정부의 직접 보조금 지원은 실패 확률이 높은 초기 탐색 연구에 집중하고 검증을 통과한 후의 개발 연구에는 지분투자를 하되 이후 설비 투자는 대출 유지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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