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랜드’ 전방위 출시로 지역 중소상인과 갈등 증폭

▲ 주요 대기업 유통사들이 최근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출점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개장한 서울 반포 롯데프리지아 전경.

유통시장에서 대기업들의 출점은 지역 골목상권에 치명적이다. 주요 대기업 유통사들은 변형된 형태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출점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신세계는 편의점, 뷰티 편집숍, 프리미엄 슈퍼 매장 등 전방위로 공격적 출점 행보를 펼치고 있고, 올해 SSM 확대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노브랜드’는 2016년 이전 8개에서 지난해 89개, 올들어 3월말까지 개장한 20개를 포함해 117개점이 영업 중이다. ‘노브랜드’도 이마트의 자체브랜드(PB)상품 만을 취급한다고 하지만 변형된 SSM에 속한다.

프리미엄 내세운 SSM
행정안전부의 ‘Business Open Data’망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에서 ‘노브랜드’ 매장이 없는 시도는 대구, 광주, 전북, 제주 등 4곳에 불과하고, 부산과 전남은 각 1개점만 영업 중인데 올해 1분기 추세대로 출점에 속도를 낸다면 골목상권과의 갈등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냉동냉장식품 전문매장인 ‘프리지아’를 지난해 8월 서울 반포점에 이어 지난달 말 은평구에 은평캐슬점을 열었다. 냉장냉동식품을 취급하지만 동네 슈퍼마켓에서도 살 수 있는 음료와 과일 등을 팔고, 즉석김밥, 도시락은 물론 즉석 요리가 가능한 식품도 판매한다. 롯데의 ‘프리지아’는 식품소분업과 휴게음식점업 등을 동시에 신고해 매장내 간이의자에서 즉석 조리식품을 먹을 수 있는 공간도 갖추고 영업을 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지난달 27일 사업 전략 간담회를 열고 자체 브랜드 ‘심플러스’와 함께 신개념 스토어인 ‘홈플러스 스페셜’을 공개했다. 홈플러스 스페셜은 슈퍼마켓과 대형마트, 창고형 할인점까지 각 업태의 핵심 상품을 한번에 고를 수 있게 한 것으로 올해 상반기부터 기존 점포에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통시장 인근의 출점 규제와 온라인 채널의 성장 등으로 SSM의 점포수는 순증 기준으로 최근 몇년간 하락세를 보여왔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점포수는 2015년 371개이던 것이 2016년 368개, 2017년엔 365개로 매년 줄었고, 2018년 3월 현재는 358개로 2년여만에 10여곳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롯데슈퍼는 2015년 463개, 2016년 464개, 2017년 464개로 3년여간 순증은 1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경남 1곳과 경기 2곳 등 3개 점포가 새로 생겼다.
특히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2015년 점포수는 220개, 2016년 229개, 2017년 231개로 순증폭은 둔화됐지만 올들어 경기 3곳, 울산 등 3곳을 포함 6개 점포가 문을 열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유통업체 매출은 2016년 대비 6.2% 증가한 가운데 오프라인 부문 매출은 3.0%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조정은 사후전략에 불과
이중 SSM의 매출비중은 전체 4.4%로 전년대비 0.2%포인트 줄었으나, 주력품목인 식품부문 매출증가로 전체 매출은 전년대비 0.4% 소폭 증가했다. SSM은 대형마트와 편의점과의 경쟁에서 ‘프리미엄’ 전략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표방하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해 나가고 있다.
노브랜드 등 변형된 SSM이 늘어나면서 지역 중소상인과의 갈등도 계속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충북 청주에서는 노브랜드 개점을 두고 지역상권이 반발하자, 월 2회 의무휴업, 영업시간 하루 10시간 제한, 무료배달 금지 등을 조건으로 사업조정이 가까스로 이뤄졌고, 강원 춘천에서는 이마트의 상생방안에도 지역 상인들이 해당 점포의 입점 철회를 요구해 자율적인 조정성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상권에 미칠 영향이 큰 경우 영업을 일시 정지시킬 수 있고, 영업시간과 휴무일, 판매 품목 등을 두고 대기업과 중소상인이 합의를 하면 되지만 쉽지는 않다. 대형 유통기업이 차별화된 전략으로 변형 SSM을 지속 출점시키고 있으나, 중소 상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사업조정을 통한 사후 전략이 전부다.
사업조정 신청기간을 사업의 인수·개시·확장 이전에만 가능토록 돼 기습개정을 하면 대응방법이 없었다.
2010년 법 개정을 통해 인수·개시·확장 이후에도 180일이내까지 가능토록 했지만, 당시에도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사업조정의 77%가 자율합의이므로 합의이행 실태조사를 통해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고, 대기업이 이행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과징금 등 보다 강한 제재방안을 강구하라는 지적이 있었다.
한 유통 관련 전문가는 “대기업이 취급하는 상품의 특성을 반영해 중소상인의 피해 범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며 “사업조정의 권고명령 범위에 판매 마케팅 제한까지 포괄하는 등 실효성을 높일 개선방안과 함께 대기업의 새로운 형태의 진입으로부터 소상공인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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