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라는 말이 있다. 서양의 용어 ‘wag the dog’에서 유래한 말로 주로 정치인들이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렀을 때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연막을 치는 것을 뜻한다. 혹은 주식시장에서 선물매매(先物賣買)가 커지면서 오히려 현물시장(現物市場)의 거래를 좌지우지할 때도 쓴다.
하지만 요즘은 정작 중요한 일보다 곁가지가 더 커진다는 의미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많이 쓰인다.
주인과 손님이 바뀌었다는 ‘주객전도’(主客顚倒), 본질을 제쳐두고 말단에 집중한다는 ‘본말전도’(本末顚倒) 등도 비슷한 의미다. 몸통에 붙어있는 꼬리가 몸통을 흔들면 정상이 아니듯이, 일의 핵심이 아닌 곁가지에 집중하면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 정확한 문제의 핵심을 짚지 못하기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고, 중대한 계획을 세울 때도 일의 순서를 제대로 정하지 못해 차질이 생기게  된다.
‘말대필절 미대부도’(末大必折 尾大不掉)의 고사성어가 있다 ‘가지가 크면 반드시 부러지고, 꼬리가 크면 흔들기 어렵다’는 뜻으로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온다.
초나라의 영왕(靈王)이 채나라를 점령한 후 그곳에 공자 기질(棄疾)을 책임자로 삼았다. 그리고 대부 신무우(申無宇)에게 의견을 묻자 신무우는 이렇게 대답하며 반대했다. “나라 안에 큰 성을 두면 해롭습니다. 가지가 크면 반드시 나무가 부러지고, 꼬리가 크면 흔들기 어렵습니다.” 신무우가 멋진 비유로 뛰어난 인물이 변방에서 큰 세력을 가지면 위협이 된다고 간언했지만 영왕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영왕은 기질의 배반으로 패망했다.
몸통, 즉 근본에 비해 말단이 필요 이상으로 커지면 불균형이 생기기 마련이다. 문제가 생기게 되고 심해지면 수습이 불가능해진다. 결국 초 영왕처럼 패망하는 일까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풍토도 근본보다는 말단에 집중하는 성향이 강하다. 빠른 성공, 빠른 결과를 만들어내는데 열중하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는 기초를 다지기보다는 당장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는데 힘을 기울인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올바른 심성과 풍부한 감성을 키우는 공부보다는 성적을 높이는 공부, 시험에 합격하는 공부를 가르치기에 열중한다.
기업도 오직 사업 외형을 키우는데 급급한 경우가 많다. 심지어 국가조차도 장기적 안목으로 각 분야의 정책을 세우기보다는 당장의 실적을 내세우며 홍보하기에 바쁘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 우리 사회는, 겉으로 보기에는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을 쌓고 있는지도 모른다. 열심히 누각을 올리는데 열중한 나머지 바닥이 모래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이다.
<논어> ‘학이’(學而)에는 ‘본립도생’(本立道生)이라는 성어가 실려 있다. ‘근본이 바로 서면 도는 저절로 생겨난다’는 뜻이다. 공자의 제자 유자(有子)가 ‘군자는 먼저 인(仁)의 근본 즉, 효도와 공경에 힘써야 한다’는 뜻으로 말했다. 그래야 올바른 도를 성취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원칙은 개인 뿐 아니라 기업, 크게는 국가에까지 해당한다. 또한 어떤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먼저 근본이 확고히 서야 한다. 근본이 바로 서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길이 열리게 된다.
옛날의 군자처럼, 오늘날의 지도자에게도 ‘본립도생’의 정신이 절실하다.

- 조윤제《천년의 내공》 저자
- 일러스트레이션 최진영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