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 제20장에는 공부의 핵심적인 원칙이 실려 있는데, 오늘날의 공부에도 잘 적용되는 실천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묻고, 신중히 생각하고, 밝게 분별하고, 독실하게 행하라.”
“박학지 심문지 신사지 명변지 독행지(博學之 審問之 愼思之 明辯之 篤行之).”
먼저 널리 배우다(博學)는 폭넓은 공부를 뜻한다. ‘한우물을 파라’는 말도 있지만 오늘날에는 어느 한쪽에만 치우친 전문가가 아니라 다양하고 폭넓은 지식이 뒷받침해야 진정한 실력자가 될 수 있다. 공자가 ‘군자불기(君子不器)’를 주장했던 것이 바로 한분야에만 치우친 사람의 한계를 지적했던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20세기는 좁은 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지식근로자의 시대이지만, 21세기가 되면 분야와 전문성을 넘어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협력하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자신이 가진 전문분야에 폭넓은 교양과 지식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박학다식한 사람이 각광을 받는다.
자세히 묻다(審問)는 스스로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겸손하게 의문을 풀어가는 자세이다. 그리고 자신의 공부에 대해 분명한 철학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공자와 소크라테스 등 동서양의 위대한 철학자들은 ‘왜(why)’를 철학의 뿌리로 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세상의 무한한 지식 앞에 무력한 자신을 알기에 한 없이 겸손했고, 끊임없이 ‘왜’라는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의문 앞에 무수히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성공한다. 학문(學問)이라는 단어가 배울 학과 물을 문으로 이뤄진 것이 바로 <중용>의 박학과 심문에서 유래된 것이다.
신중히 생각하다(愼思)는 생각을 통해 배움을 보완하는 것이다. 배우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은 배운 지식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그냥 외워서는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고, 오로지 생각을 통해야 자신의 것이 된다.
유대인의 속담에는 “책만 읽고 생각을 하지 않으면 당나귀가 짐을 잔뜩 지고 가는 것과 같다”고 했다. 생각이 없는 지식이란 쓸 수 없는 무거운 짐이 될 수밖에 없다.
밝게 판단하다(明辯)는 ‘신중히 생각하다’와 연결되는 말인데, 자신이 배운 것을 비판적으로 분별하라는 것이다. 지식은 검토, 비판, 수정, 실천, 재수정을 거쳐야 진정한 내 것이 된다.
이러한 과정이 생략되면 오류가 있는 지식, 도덕성이 결여된 지식에 빠질 수도 있다. 맹자가 “서경(書經)을 맹신하는 것은 서경이 없는 것만 못하다”고 말했던 것이 바로 이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독실하게 행한다(篤行)는 배움은 반드시 실천해야 완성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달달 외워서 머릿속에 넣기에 급급한 공부는 진정한 공부가 아니다. 완전한 내 것으로 체득돼 내 삶과 일에 적용할 수 있는 공부가 진정한 공부다.
사람을 이끄는 지도자들에게는 세상과 사람을 읽는 통찰력이 요구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공부다. 제대로 된 공부법을 익히고 스스로 공부하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공부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도 성공하는 리더의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다.

- 조윤제《천년의 내공》 저자
- 일러스트레이션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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