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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한 우물 … IOC가 인정한 만국기 제작 ‘달인’[장인열전] 동영산업 정구택 대표
중소기업뉴스팀  |  sbnews@kbiz.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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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5호] 승인 2018.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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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영산업 정구택 대표는 1984년 창업한 후 88서울올림픽 국기 제작, 대구·광주하계U대회 등 굵직한 행사에 참가 국기, 엠블렘기 등을 제작해 오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모나코 국기를 한번 보세요. 색상과 무늬, 모양은 똑같은데 가로 와 세로의 비율이 유일하게 다르죠. 인도네시아는 3:2, 모나코는 5:4 비율을 쓰거든요.”
동영산업(디와이플래그) 정구택 대표가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국기에 대한 형태와 규격, 색상, 국기 게양 방법 등이 정리돼 있는 매뉴얼 같은 두꺼운 책자를 보여 주며 한 말이다. 35년째 국기 제작에 한 우물을 파고 있는 동영산업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물품을 꼽으라면 참가한 나라의 국기가 아닐까. 국가의 상징이다 보니 대회 조직위원회를 떠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아무에게나 국기 제작을 허락하지 않는다. IOC에는 206개 회원국이 있다. 이번 2018평창동계올림픽에는 총 93개국에서 출전했다. 한꺼번에 많은 나라의 국기를 제작하고 관리하려면 그만큼 검증된 업체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동영산업은 1984년 창업한 후 88서울올림픽 국기 제작, 2003년 대구하계U대회,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2015년 광주하계U대회 등 굵직한 행사에 참가 국기 등을 제작해 왔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도 참가국 국기, 엠블렘 등을 담당한 공식 서포터로 참여해 대회조직위 원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서울 성수동 본사에서 만난 정구택 대표는 “처음에는 깃대봉을 만들다가 국기를 만들게 됐고, 지금은 올림픽 등 중요한 국가적 행사에 제안서를 내지 않아도 먼저 찾게 되는 기업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디와이플래그’라는 이름으로 국기와 깃대봉, 국기함을 비롯해 다양한 배너와 현수막을 고객이 주문하면 제작한다.
2003년 대구하계U대회를 기점으로 대회조직위원회에 국기를 납품하고, 그 해에 360도로 회전하는 고리를 깃대에 달아 바람이 불어도 감기지 않는 국기를 제작해 특허도 냈다.
정 대표의 동생인 정준택 부장이 형을 도와 동영산업을 지금의 위치까지 올려놨다. 정 대표는 “동생이 대사관을 찾아다니며, 국기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수정과 검증을 거치면서 많이 고생했다”며 “국기는 규격에 맞게 작도를 하고 염료와 안료를 배합해 색상을 제대로 내야 되는데 이런 기술적인 작업 뿐 아니라 외부 일도 도맡아 해주니 든든하다”고 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국기 제작
국기를 다는 것에 대해 더 얘기해 봤다. 태극기는 시계방향으로 90도 회전시켜 세로로 달면 되는데 미국 성조기는 가로로 달든 세로로 달든 어떤 경우에도 별이 있는 파란 사각형 부분이 왼쪽 위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고 한다.
그는 “국기마다 게양하는 방법이 다 달라요. 국기에 있는 문양이 누워있으면 안 되는 나라도 있고, 삼색기를 많이 쓰는 유럽의 국기들은 색상 배열, 색의 농도뿐 아니라, 바로 세우면 국기가 달라지는 등 조금만 신경을 덜 쓰면 그 나라에서 항의받기 딱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긴다”고 했다.
국기는 한번이라도 실수하면 해당 국가에 대한 큰 결례가 된다. 올림픽 같은 대회에서는 개최 1년 전에 해당국 대사관 등을 통해 수집한 샘플을 갖고 회의를 하고, IOC 검증을 거쳐서 해당 국가의 선수단장에게 확인을 받는다고 한다.
지난 2016년 리우하계올림픽 시상식 때 중국 오성기에 있는 별의 방향이 잘못돼 중국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은 일이 있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것을 제작한 기업이 중국 업체였다. 자기 나라 국기를 잘못 만들어 보낸 것이다.
정 대표는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에 제안서를 내고 국기를 제작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국제입찰을 하지 않고, 일본 자국내 업체를 선정하겠지만 컨소시엄 형태로라도 참여해서 우리가 만든 국기를 다시 한번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올림픽에는 시상식, 수송 등 분야별로 전문위원격인 어드바이저가 있다. 이번에도 어드바이저가 대회조직위원회에 국기 제작에서부터 관리까지 모두 일괄해서 진행하겠다는 제안을 했는데, 수수료도 많았지만 검증된 한국 업체가 있다고 조직위원회가 거절했다고 한다. 동영산업이 그만큼 신뢰가 쌓였고 믿고 맡길 만한 기업이 된 것이다.

직접 손으로 꼼꼼히 후처리 작업
지금은 국기 제작도 디자이너가 컴퓨터로 작도를 하는 등 디지털화됐지만 손으로 꼼꼼히 작업하는 후처리 과정은 예전과 같다. 국기를 제작하면 고리, 부속품 등이 옵션으로 들어가고 금형도 필요하다.
수익이 많이 나는 구조도 아니고, 사업유지는 가능하지만, 워낙 영세하다 보니 금 형에 대한 투자 등 연구개발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정 대표는 정부가 금형비 등을 조금만 지원해주면 수요가 일시에 몰릴 때 인력수급도 쉽지 않는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도 했다.
“언젠가 미국에서 살다온 분이 우리 태극기를 구입하면서 그러더군요. 미국은 자국에서만 국기를 제조하게끔 법으로 돼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저질 제품 유통이 어렵고 단가는 좀 비싸지만 물건이 정말 좋다고 합디다. 우리도 국내 제작업체를 육성해 줘야 합니다. 국기는 나라의 얼굴인데 노하우가 사장돼 조악한 국기가 걸려있는 걸 저는 상상할 수 없어요.”
한때 중국에서 단가를 낮춰 들어와 고전했다. 동영산업도 수입을 해볼까 해서 중국에서 샘플을 받아 봤는데 양심상 못 팔겠더란다.
정 대표는 “사실 지방자치단체는 자체적으로 국기를 구매하는데 유통회사를 통해 구매하다보니 중국산인지 어딘지 잘 몰라요. 국기를 직접 제조하는 업체에 구매하면 규격화되고 좋을 텐데 안타까운 면이 있다”고 했다.
어느 나라 국기가 제작하기에 가장 어려울까? 정 대표는 “투르크메니스탄 국기가 아닐까요. 가장 정교한 국기라는 평가도 있지만, 문양이 복잡한 탓에 일반인은 그리기가 거의 불가능할 겁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외에도 부탄, 벨리즈, 피지도 어렵다고.
사실 국기를 만드는 일은 큰 돈이 안 된다. 동영산업의 매출은 연간 15억원인데, 그나마 들쭉날쭉하다. “전자나 자동차 등 장치산업과 비교해서도 안 돼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거든요. 삼일절이나 광복절, 나라사랑 캠페인이 많아지면 공장이 바빠질텐데요(웃음).” 국기 만드는데 경지에 이른 동영산업 정구택 대표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였다.

윤위상 기자·사진=이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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