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라이벌] 하이트진로 vs 롯데주류

국내 소주시장은 전국구를 상대로 수십년간 전통의 라이벌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습니다. 바로 참이슬과 처음처럼 간의 라이벌 경쟁 이야기입니다. 특정 지역에서만 소비되는 지역소주들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참이슬과 처음처럼 중에 하나를 즐겨 드실 겁니다. 동료들과 식당에 가서도 둘 중 하나를 고를 때 서로의 취향 차이를 느끼게 되는데요.
국내 1위 소주기업 하이트진로가 참이슬을, 2위인 롯데주류가 처음처럼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요즘에 두 기업은 도수가 기존 보다 낮은 저도수 소주를 신제품으로 선보이며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지요. 사실 저도수 소주는 소주기업에게 상당히 큰 이익을 줍니다.
알코올의 도수를 낮추는 것은 소주의 원료인 주정에다가 물을 섞어 희석하는 겁니다. 원료 대비 물의 양이 늘어나게 되는 셈인데요. 출고가격을 낮추지 않는 이상 원가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주류 업계에서는 알코올 도수를 낮추는 것만으로도 연간 수십억원의 순이익이 발생할 걸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원가 절감 효과가 매우 큰 데요. 사실 이런 효과는 빙산의 일각일 겁니다. 최근 주당들의 트렌드가 순한 소주를 원합니다. 기존 소주 보다 맛이 순하기 때문에 목넘김이 편하죠. 또 같은 양을 마셔도 덜 취하게 됩니다. 한병만 먹어도 되던 걸, 두병 세병 자꾸 늘어나는 거죠. 소주 판매량이 급격하게 올라갈 수 있는 기회입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에 알코올 도수를 기존보다 0.6도 내린 17.2도짜리 참이슬 후레쉬를 선보였습니다. 순한 소주를 선호하는 주요 소비층은 젊은 여성들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소주의 저변이 확대되는 모습인데요.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참이슬 단일 상품만 18억병이나 팔았습니다. 올해 저도수 소주의 도움으로 판매량이 18억병을 가뿐히 넘기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선두기업이 저도수 소주를 들고 나오기 때문에 롯데주류도 대항마를 내세워야겠지요. 최근 롯데주류는 기존 보다 0.5도 낮춘 17도짜리 처음처럼을 출시한다고 합니다.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새로운 대결이 5월부터 시작되는 겁니다. 이러다가 정말 사상 처음 16도짜리 소주가 출시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여기서 재미난 점은 두 라이벌 기업을 이끄는 수장들이 1962년생 동갑내기란 점인데요.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연세대 수학과를 나와 1989년 하이트맥주에 입사하며 주류시장에 발을 내딛었습니다. 그리고 30년간 인사, 마케팅, 경영기획, 영업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섭렵하고 내부승진으로 사장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냅니다. 2011년 이후 내리 사장 자리를 지켜내며 매출 1조8899억원, 당기순이익 127억원(2017년 기준)을 올리고 있습니다.
참이슬은 소주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롯데주류는 약 17%대의 시장점유율로 어떻게 하면 따라잡을까 고심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롯데주류는 참이슬 보다 공격적으로 저도수 소주 경쟁을 촉발시켰습니다. 2006년 출시한 처음처럼은 21도가 주를 이루던 시장에서 처음으로 20도짜리 순한 소주 이미지를 각인시킵니다. 이후 다른 기업 대비 선도적으로 2007년 19.5도로 내리더니 현재 17도짜리 처음처럼을 선보이게 된 겁니다.
이종훈 롯데주류 대표는 경북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에 1987년 오비맥주에 입사했습니다. 이후 2009년 두산주류가 롯데에 인수된 이후 롯데주류 영업전략팀장과 영업총괄본부장 등을 거친 후 지난해 대표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이종훈 대표는 주류업계에서는 영업의 달인으로 통합니다. 두산주류 때부터 영업에 잔뼈가 굵었죠. 2014년 맥주 브랜드인 클라우드를 시장에 안착시킨 능력도 그가 보여준 겁니다. 최근에는 또 피츠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시장에 안착시키고 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가 소주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면 이종훈 두산주류 대표는 맥주시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왔는데요. 그렇지만 저도수 소주 경쟁에서는 누가 진정한 승자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두 주류업계의 실력가가 한 자리에 앉아 각자의 소주 브랜드를 들고 술꾼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순한 소주 마케팅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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