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美 방산업체 제너럴 다이내믹스

매출 31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대형 방위산업체인 제너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의 CEO는 피비 노바코비치(Phebe Novakovic·사진)다. 그녀는 독특하게도 전 CIA 요원 출신이다. 노바코비치가 CIA에서 수행한 임무는 작전장교 역할이었다. 하지만 여느 유능한 요원들이 그렇듯이, 노바코비치는 자신의 임무에 대해 입도 뻥끗하지 않고 있다.
어쩌면 이런 성향 때문에 노바코비치는 1899년 설립된 전통적인 군수제조기업인 제너럴 다이내믹스에서 남성보다 더 우직한 경영을 펼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제너럴 다이내믹스는 다른 경쟁업체와 달리 육해공을 아우르는 희소성이 있는 기업이다. 그녀는 전임 남성 CEO들과 달리 회사의 이익을 회복시키면서 월가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노바코비치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방식을 선택해 성공을 일궈냈다. 그녀는 이에 대해 “할 줄 아는 것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출을 줄이고, 영업 마진을 늘리고, 주주들에게 현금을 돌려줬다. 돌이켜보면 노바코비치는 항상 방위산업 분야에서 일할 운명이었던 것 같다. 세르비아 출신 이민자였던 그녀의 아버지는 미국 공군의 정보부서에서 중령으로 근무했다. 노바코비치 자신은 매사추세츠 노샘프턴 스미스 대학에 진학해 행정과 독일어를 전공했다.
베트남전이 끝난 1970년대 중후반, 많은 대학이 군과 CIA를 비난 하던 시절에도 노바코비치는 남다른 학생이었다. 노바코비치는 대학 졸업 후 곧바로 방위산업에 뛰어 들어 중소기업에서 무기 시스템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그리고 1983년 CIA에 합류했고, 1986년 와튼(Wharton)에 진학해 경영학석사를 취득했다.
노바코비치는 대학원 졸업 후 정부기관(방위 제품 및 서비스 구매자)을 거쳐 민간기업(방위 제품 및 서비스 판매자)에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1992년 백악관 예산집행부에 합류한 뒤 방위 및 첩보 예산을 관장하는 최고 관리자까지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5년 후에는 국방부로 자리를 옮겨 장관특별보좌관을 맡았다.
제너럴 다이내믹스는 2001년 노바코비치를 영입했고, 그녀는 빈틈 없는 이 기업의 문화에 잘 녹아 들었다. 렉싱턴 인스티튜트(Lexington Institute)의 최고운영책임자이자 제너럴 다이내믹스를 비롯한 여러 방위산업체의 고문을 맡고 있는 로런 톰슨(Loren Thompson)은 “보잉은 비행기를 만들고, 레이시언(Raytheon)은 미사일을 만들고, 제너럴 다이내믹스는 돈을 번다”고 말한다.
노바코비치가 CEO 자리에 오른 지 몇 주가 지난 2013년 1월, 그녀는 한편으로 부사장들의 ‘은퇴’를 빠르게 추진했다. 그녀는 운영체계를 간소화했고, 당시에도 규모가 크지 않았던 190명의 본사인원을 현재의 140명으로 축소했다(전체 직원 규모는 9만 6000명이다).
시기도 노바코비치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그의 경영능력 입증에 도움이 됐다. 경제가 반등한 시점이었기 때문에 제트기 수요가 증가했다. 그 사이 제너럴 다이내믹스는 수익성이 좋은 여러 방위사업 프로젝트를 따냈다. 이 중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경량 장갑차량을 공급하는 100억~130억 달러 규모의 계약도 포함돼 있었다. 제너럴 다이내믹스 해상 사업 부문과 헌팅턴 인걸스는 미 해군의 버지니아급 잠수함 10척을 10년 동안 건조하는 176억 달러 규모의 계약도 함께 수주했다.
노바코비치는 신중한 인물임이 분명하지만, 가끔은 위험을 너무 많이 회피하는 것으로 보일 때도 있다. 몇몇 계약 수주 시도를 포기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30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미 공군 티엑스(T-X) 훈련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었다. 노바코비치와 그녀의 팀이 주요 사업과 관계가 없거나, 너무 리스크가 크거나, 큰 이익 창출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던 사업들이었다.
제너럴 다이내믹스는 어디에서 새로운 성장가능성을 찾을 것인가? 
방위산업 시장의 모든 불확실성을 고려한다면,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안정적인 사업분야, 그 이상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노바코비치에게 필요할 수도 있다. 과연 그녀는 민간분야에서 매출 신장을 담보해낼 수 있는 자신만의 인수합병 건을 찾아낼 수 있을까? 아니면 제너럴 다이내믹스가 해저 드론이나 초음파 또는 레이저 무기와 같은 전혀 다른 차세대 기술에 집중해야 할 것인가? 노바코비치 자신은 이미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까지는 이를 밝히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의 군수업체들의 미래 전망은 긍정적이다. 미국의 국방비 투자규모는 증가 추세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2017년에는 2016년대비 10% 증액한 684조원, 2018년에는 다시 13%를 증액한 744조원으로 책정했다. 천문학적인 국방비 예산은 제너럴 다이내믹스와 같은 군수업체에게는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 수 없다. CIA 요원 출신인 노바코비치가 다른 경쟁사를 제치고 자신만의 경영 능력을 다시 한번 보여줄 차례다.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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