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에 4000억대 지분매각 
상생으로 일군 ‘동대문 신화’

최근 국내 뷰티 업계는 때 아닌 쇼핑몰 성공 신화 이야기에 휩싸였다. 여성들에게는 잘 알려진 여성뷰티(의류, 잡화, 화장품 등) 전문 쇼핑몰인 ‘스타일난다’가 세계 최고의 화장품 기업체인 프랑스 로레알그룹에 매각이 된다는 뉴스가 알려지면서부터였다. 로레알그룹은 ‘조르지오아르마니’‘랑콤’‘더바디샵’ 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최고의 글로벌 뷰티기업이다.
거대 글로벌 기업이 한국의 토종 뷰티기업을 인수하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화제이긴 하지만 특히나 스타일난다를 일구어 낸 사람이 여성 CEO로 나이가 불과 35세인 김소희 대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녀의 성공 스토리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로레알그룹과의 매각절차가 완료된다면 김소희 대표는 창업한지 13년만에 글로벌 화장품 기업에 회사 지분을 팔고 수천억원의 자산가가 된다. 그녀는 그동안 도대체 어떤 마법 같은 일을 만들어낸 걸까?
보다 정확한 전후사정을 설명하면 이렇다. 김소희 대표는 2016년부터 자신의 회사에 지분투자를 해줄 거대한 글로벌 기업을 물색했었다고 한다. 스타일난다가 해외시장에서 날기 위해서는 든든한 글로벌 파트너와 함께 해외시장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경영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스위스계 투자은행인 UBS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인수후보를 물색하다가 이번에 로레알그룹을 만나게 된 것이다. 우선인수협상대상자가 된 로레알그룹은 김소희 대표가 보유한 지분 70%를 약 4000억원에 사들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나 난다의 수많은 사업 아이템 중에서도 로레알그룹이 관심을 보인 브랜드는 화장품 사업인 ‘3CE’(쓰리컨셉아이즈)인데, 3CE는 색조화장품을 주력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이미 인정받는 브랜드다. 요즘 중국에서는 없어서 못팔 정도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로레알이 스타일난다의 알록달록한 색조에 반한 것이다.

중국 색조시장 훈풍에 글로벌로 ‘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로레알의 욕망과 스타일난다의 강점이 절묘하게 합이 맞았다는 것이다. 바로 3CE가 중국 색조화장품 분야에 있어서 중국 사람들에게 인지도 1위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로레알은 오래전부터 중국의 색조화장품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는데, 마땅하게 시장을 장악할 아이템이 없었다. 명품라인부터 중저가라인까지 로레알의 제품 카테고리도 다양했지만 큰 호응이 없었던 시기였다.
때마침 중국에서 색조화장품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로레알은 자신들의 승부수를 공격적으로 할 때가 온 것이었다. 중국 색조 화장품이 떠오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특정 국가의 화장품 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들면 사람들이 기초·기능성 화장품에서 색조 화장품으로 점점 눈을 놀리게 돼 있기에 그렇다. 
실제로 중국의 색조 화장품 시장은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다는 통계치가 있다. 한 글로벌 조사기관에서는 2020년까지 66억달러, 한화로 7조53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현재 중국시장에서 한국 색조 화장품 브랜드는 15% 정도 점유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특히나 중국은 한국기업이 만든 품질 좋은 중저가 색조 화장품 브랜드에 점점 눈을 돌리고 있다. 물론 로레알과 같은 서구의 고급 색조 화장품의 품질이 우수한 것은 사실이나, 가격 면에서 가성비를 지닌 스타일난다의 3CE가 더 눈에 띄고 있는 것이다.
로레알은 떠오르는 중국의 색조 화장품 시장을 단숨에 잡고 싶었던 것이다. 특히 3CE는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온라인몰인 티몰에서 한번 제품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3000개가 한순간에 팔릴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데, 대표 제품인 크리미립컬러 립스틱과 글램크림섀도우 등은 중국여성들 사이에서 잇 아이템이다.
최근 들어 로레알 뿐만 아니라 글로벌 화장품 시장의 큰 손들은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색조 화장품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김소희 스타일난다 대표는 글로벌 큰 손들 보다 앞서 2009년부터 중국의 떠오르는 색조 화장품 시장을 주목하면서 다양한 색깔의 화장품을 선보이기 시작했었다. 중국의 온라인 마케팅을 주도하는 왕홍(스타 블로거)들과 적극적으로 손을 잡으면서 스타일난다의 색조 화장품이 점차 입소문 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스타일난다가 벤처기업처럼 순발력 있게 시장 트렌드를 읽고 대처를 잘 해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찌됐든 김소희 대표의 스타일난다가 로레알에 인수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시장에 강점을 보여 왔던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재평가를 받는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중소 뷰티 브랜드들은 제2의 글로벌 기업과의 인수합병 수혜기업으로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고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과 같은 전통적인 한국 화장품 기업들은 중국의 색조 화장품 시장을 겨냥한 자신들만의 강력한 아이템을 준비 중에 있다. 스타일난다와 로레알의 만남 하나만으로 이렇듯이 업계 판도가 흔들리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동대문 패션 스타트업에서 글로벌 뷰티기업으로
김소희 대표가 사업을 시작한 나이는 22세였다. 2005년에 동대문에서 조그만 가게부터 창업했는데, 시기로 따지면 김 대표는 1세대 패션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처음부터 사업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입으려고 직접 구매한 옷이 하도 예쁘다는 사람이 많아 오픈 마켓에서 조금씩 팔다가 나중에는 아예 자신이 쇼핑몰을 차려 버렸던 것이다.
그러다가 2006년에 난다라는 주식회사를 설립했고, 주로 섹시 디자인과 강렬한 이미지의 브랜드 마케팅으로 단숨에 동대문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게 된다. 특히나 스타일난다의 강점은 스타일을 고민하는 20~30대의 소비력이 강한 여성층을 상대로 취향 저격을 제대로 했다는 점이다. 가격대비 성능이 좋기로 유명해서 합리적인 소비를 잘 하는 여성들의 지갑을 계속 열게 만들었다.
그렇게 차근히 성장을 하면서 스타일난다는 2016년에 연매출 1287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78억원을 달성한다. 그리고 2017년에는 1675억원을 기록한다. 현재 직원만 300명이 넘는다고 하니 어엿한 중견기업의 면모를 자랑한다고 할 수 있다.
스타일난다가 승승장구만 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다. 2011년까지만 해도 이 회사는 3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던 중소기업이었고, 5억원 영업손실을 내는 적자기업이었다. 패션사업으로 덩치가 커졌지만, 알짜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었던 것이 김소희 대표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2012년부터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K-뷰티와 K-패션 바람이 불면서 스타일난다에게도 기회가 온 것이었다. 때 마침 쇼핑의 중심지인 소공동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에 입점을 하면서 본격적인 외국인 관광객과의 접점이 확대된 것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화장품 사업이 시작됐다.
2014년이 되자 스타일난다는 매출액이 1000억원대의 강소기업으로 성장해 있었는데, 이미 당시 중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좋은 브랜드로 손에 꼽힐 정도로 잘 나갔다. 특히 3CE 브랜드가 매출의 견인차 역할을 해주면서 백화점과 면세점까지 진출하게 되는데, 그 인기비결은 중국이나 동남아 대비 비싼 인건비와 원료비를 감안하더라도 국내 생산을 고집했다는 것이다. 현재 스타일난다는 국내외에 17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코스맥스와 카페24라는 든든한 지원군
그런데 어떻게 보면 스타일난다가 깜짝 스타처럼 자체 발광으로 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철저하게 한국의 지원군이 있었기에 로레알의 눈에 선택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스타일난다의 일등공신인 3CE 사업은 화장품 전문 제조회사인 ‘코스맥스’의 도움 덕분이었다. 난다가 기발한 기획과 디자인을 생각하고 제안하면 코스맥스는 자체 화장품 생산시설에서 이 상상력을 제품으로 만들어줬다. 난다가 3CE 사업에 있어 가지고 있는 유형자산은 매장과 물류창고가 전부일 것이다.
난다는 현재 코스맥스 말고도 전 세계에서 유통 물량을 조달하기 위해 국내 여러 ODM업체들과 거래하고 있는데 워낙 젊은 편인 김소희 대표가 톡톡 튀는 기획력을 제시하고 있어 화장품 전문 ODM업체들의 생산 노하우가 더해져 수천억원대의 브랜드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스타일난다가 화장품 기업으로 변신하기 전에 ‘온라인 쇼핑몰계의 신화’로 성공할 수 있었던 도움에는 ‘카페24’가 있었다. 카페24는 쇼핑몰 구축·운영에 필요한 솔루션부터 배송·결제·마케팅까지 온라인 비즈니스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이다. 카페24의 지난해 쇼핑몰 계정수는 150만개에 달한다.
김소희 대표가 지난 2005년 당시 22살의 젊은 나이로 창업한 패션 쇼핑몰로 창업 10년 만에 매출 1000억원(1151억원)을 돌파하며 급성장했던 배경에도 카페24가 첫 출발부터 스타일난다와 쇼핑몰 구축과 마케팅, 해외 진출을 함께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카페24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스타일난다는 구글, 아마존, 라쿠텐, 알리바바 등 현지 주요마켓과 시스템 연동이 되면서 전 세계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스타일난다가 쇼핑몰 사업으로 1차 성공하고, 화장품 수출로 2차 성공하면서 현재 로레알의 품에 안길 수 있었던 배경은 단지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철저한 시장 분석과 우호적인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일궈낸 성과라는 걸 알아야 한다. 로레알과의 합작을 기점으로 35세의 젊은 CEO 김소희 대표의 성공신화가 어디까지 쓰여질지 정말 궁금하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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