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는 두렵다.”<논어> ‘자한’에 실려 있는 말로 원문은 ‘후생가외, 언지래자지불여금야(後生可畏, 焉知來者之不如今也)’이다. “후배는 두렵다. 그들의 미래가 지금의 우리보다 못할지 어찌 알겠는가?” 즉, 당장 볼 때 후배들이 서툴고 모자라게 보인다 해서 결코 그들이 가지고 있는 힘과 잠재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장강의 뒷물결은 앞 물결을 재촉하고, 세상의 새 사람은 옛 사람을 쫓는다.” <석시현문(昔時賢文)>의 글도 마찬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고, 어느 순간 그들 역시 순식간에 새로운 사람들에 의해 대체되고 만다는 것이다. 마치 큰 강물이 도도히 흘러 앞에 있는 물결이 도저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없는 모양과 같다.
당나라 후기 시인인 이상은(李商隱)의 시 “오동나무 꽃 가득한 산길에, 어린 봉황이 늙은 봉황보다 청아한 소리를 내는구나(桐花萬里丹山路 雛鳳淸於老鳳聲)”도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아름답다는 것을 노래한다. 하지만 고전에서는 이와는 반대로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세대교체의 위험을 경고하는 글들도 있다.
<한비자>에 실려 있는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고사다.
어느 해 봄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명재상 관중(管仲)과 대부(大夫) 습붕을 대동하고 고죽국을 정벌하러 떠났다. 전쟁을 끝낸 군대가 귀국길 산 속에서 지름길을 찾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그러자 관중이 “이럴 때는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며 즉시 늙은 말 한마리를 풀어 놓았다. 말의 뒤를 따라 행군한 지 얼마 안 돼 큰길이 나타났고 군대는 곤경을 벗어났다.
또 얼마 후 산길을 행군하다가 이번에는 식수가 떨어져 전군이 갈증에 시달리게 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습붕이 말했다. “흙이 한치쯤 쌓인 개미집이 있으면 그 땅 속 일곱자쯤 되는 곳에 물이 있는 법이다.” 군사들이 개미집을 찾은 다음 그곳을 파 내려가자 과연 샘물이 솟아났다.
한비자는 이 고사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쓰고 있다. “관중과 습붕처럼 지혜롭고 총명한 자들도 자신이 모르는 것은 늙은 말과 개미를 스승으로 삼아 배웠다. 그리고 그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스스로 어리석어도 성현의 지혜를 스승으로 삼아 배우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잘못된 일이 아닌가.”
한비자는 성현의 지혜에 대해 말했지만, 소위 젊은 지식인들이 나이든 선배들을 무시하고 그들의 경륜으로부터 배우려하지 않는 세태를 꼬집고 있다. <소학>에는 “선배가 하는 일은 치밀하여 빠진 데가 없고, 후배가 하는 일은 빠뜨리는 것이 많아 엉성하다”라고 실려 있다. 후배가 아무리 똑똑하고 능력이 있어도 경험이 주는 역량을 갖출 수는 없는 법이다.
요즘은 두가지 이상의 요소가 서로 합쳐져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하이브리드의 시대’다. ‘혼혈’‘잡종’이라는 뜻의 하이브리드는 조직의 운영에서도 적용된다. 선배들의 경험과 경륜, 그리고 후배의 참신성과 창의력이 하나로 합쳐질 때 조직은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된다. 마치 체력과 패기의 신인과 경험과 노련함의 노장이 잘 조화된 스포츠 팀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과 같다. 이것을 만드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 조윤제《천년의 내공》 저자
- 일러스트레이션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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