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K팝 접목한 글로벌 신사업 도전
‘방방’뜨니 ‘윈윈’보이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과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먼 친척지간이다. 방준혁 의장이 4살 형으로 방시혁 대표와 어렸을 때부터 자주 만나며 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각자 기업을 경영하면서 서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 종종 만나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는 물론 국내외 문화 콘텐츠와 각종 트렌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한다.
혈연관계에 있던 두사람은 나름대로 각자 비즈니스 정상에 올라서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방준혁 의장은 시가총액 14조원 규모의 글로벌 게임사 수장으로 우뚝 일어섰고, 방시혁 대표는 ‘방탄소년단’(BTS)을 앞세워 K팝 불모지로 여겨졌던 미국 음악시장을 맨손으로 개척해서 지금은 SM, YG, JYP 등 국내 3대 연예기획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런 두사람이 최근 뜨거운 혈맹을 맺어 게임업계와 엔터업계가 모두 들썩이고 있다고 한다. 넷마블이 최근에 방시혁 대표가 경영하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2014억원을 투자해 지분 25% 가량을 확보하면서 2대 주주가 된 것이다. 갑자기 방준혁 의장이 2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으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지분을 매입하는 중차대한 전략적 제휴를 맺은 까닭은 무엇일까?
간단히 설명하면, 이미 두사람은 수년 전부터 게임과 K팝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는 비즈니스 방안에 머리를 맞댔었다고 한다. 그 결과물로 넷마블은 수개월 안에 한류 그룹을 소재로 한 게임인 ‘BTS 월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앞서 방준혁 의장은 지난 2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방탄소년단의 영상·화보를 활용한 실감형 시네마틱 게임 ‘BTS월드’를 공개한 바 있었다. 이 게임은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직접 육성하는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멤버들이 게임 캐릭터로 각종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여기서 포인트는 게임 산업에서 지재권의 파워가 나날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넷마블도 다른 게임회사와 마찬가지로 게임에 사용되는 지재권 확보에 노력해왔지만 자체 지재권 확보에는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었다. 넷마블의 최대 히트작인 ‘리니지2 레볼루션’은 엔씨소프트에서 빌려온 리니지 지재권을 활용해 개발한 게임이었고, 지난해말 출시된 ‘테라M’ 역시 지재권의 소유는 블루홀이라는 게임회사였다. 마블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마블퓨처파이트’ 역시 게임은 자체 개발했지만 마블 캐릭터를 사용하기 위해 값비싼 로열티를 디즈니에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에 통하는 넷마블 만의 게임 지재권이 시급한 상황인 것이다.

해외에서 BTS월드 통할까?
방준혁과 방시혁이 창조해낸 신규 비즈니스를 끌고 가는 플랫폼 역할은 방탄소년단이라는 슈퍼 아이돌을 보유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지재권의 파워는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강력한 마케팅 효과를 높일 수 있기에 그렇다. 그렇지만 방탄소년단의 지재권을 활용한다고 해도 이 신규 비즈니스를 가동하는 소프트웨어는 넷마블의 경쟁력이 없으면 결코 실현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넷마블과 빅히트의 환상의 조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란 말이다.
해외에서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수준 이상으로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방시혁 대표의 비즈니스 감각으로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5년 만에 아시아를 넘어 미국시장을 뚫어냈다. 미국 음악시장은 한국의 18배에 달하며 모든 프로듀서가 꿈꾸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이지만 들여다 보면 아시아 가수의 진입이 어려운 남의 집 잔치로만 여겨왔다.
그런 높은 진입장벽을 지닌 순위 차트가 바로 미국 ‘빌보드’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가 지난해 세계 대중음악계를 결산한 ‘올해의 아티스트’ 10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안겨다 줬다. 지난 2012년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를 강타한 ‘강남스타일’ 열풍을 이끌어낸 싸이도 그해 빌보드의 ‘올해의 아티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현재 방탄소년단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겠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국내 모든 가수를 통틀어서도 가장 많은 해외 팬을 거느리고 있는 그룹으로 알려져 있는데 트위터 계정 팔로워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1140만명이 넘었고, 그들이 등장하는 뮤직비디오와 공연 실황 등의 영상은 34억회나 조회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유튜브가 지난해 한국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이때 유튜브의 파급력을 알리기 위해 들었던 사례가 바로 방탄소년단의 인기였다고 한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아이돌 가수의 지재권을 게임으로 접목한 사례가 단 한건도 없다. 넷마블이라는 게임회사에게는 새로운 도전일 것이다. 지금 넷마블이 도전하는 게임시장은 이른 바 ‘셀러브리티 게임’이라고 구분할 수 있는데, 일본과 중국 등 팬덤 문화가 강렬한 국가들에서는 일부 유명인을 등장시키는 셀러브리티 지재권 기반의 시뮬레이션 게임이 성공한 적이 있었다.
전 세계가 인정하는 방탄소년단 정도의 인지도라면 글로벌 셀러브리티 게임시장에 도전해 새로운 성공신화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분히 생길만도 하다. 특히나 요즘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활동 무대도 북미와 남미 등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쪽 지역에서 팬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라고 한다.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그대로 복재한 BTS 월드가 세상을 다시 한번 강타할 수 있는 확률이 그렇게 낮아 보이지 않는다.

넷마블과 빅히트의 성장기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은 넷마블게임즈를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국내 최대 규모의 모바일게임사로 키워냈다. 방준혁 의장이 방향키를 잡은 넷마블게임즈는 간판작인 ‘세븐나이츠’와 ‘모두의마블’ 등의 대성공을 발판으로 연 매출 약 1조5000억원을 찍고 있는 모바일 전문 게임사로 도약했다. 지난해 5월에는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면서 투자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방준혁 의장의 넷마블게임즈 지분 가치는 3조원 이상이라고 하는데, 이쯤 되면 10대 재벌 총수들과 견줘도 전혀 밀리지 않는 금액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방준혁 의장에 대해서 게임업계에서는 ‘흙수저 신화’라는 이야기가 떠돈다. 가난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난 그는 우여곡절 끝에 2000년 넷마블게임즈의 전신인 게임포털 넷마블을 창업한다. 그리고 4년 뒤인 2004년 넷마블을 800억원에 CJ그룹에 매각하면서 방준혁이라는 가치를 국내 시장에 떨치게 된다.
CJ와의 인연은 이때부터 시작이 돼 2011년에는 CJ E&M 게임부문의 상임고문으로 중용되기도 하고 CJ게임즈(현 넷마블게임즈)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주로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옛 오너를 맞은 넷마블게임즈는 방 의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하나로드림게임즈를 흡수합병하게 되는데, 이때 방 의장의 넷마블게임즈 보유 주식도 확대되면서 CJ E&M의 이어 2대 주주로 부상을 한 것이다.
2014년도 드라마틱했다. 넷마블게임즈가 중국 텐센트로부터 5330억원 규모 외자를 유치하면서 방 의장은 비로소 2대 주주에서 오너로 등극을 하게 된다. CJ E&M이 보유 주식 일부를 텐센트에 매각하고 2대 주주로 내려오면서 방 의장이 자연스럽게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방 의장은 자신이 만든 회사를 과감하게 매각한 이후 10년 만에 다시 오너로 돌아오는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넷마블은 지난 1일 넥슨에 이어서 게임사로는 2번째로 공정위로부터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이 됐다. 넷마블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국내 게임업계 1위에 올랐고, 넥슨과 함께 국내 게임시장의 양대 기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방시혁 빅히트 대표의 인생도 드라마틱한 여정이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첫번째 남자 아이돌그룹인 방탄소년단은 직접 기획에서부터 제작 등 모든 과정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고 성공했다.
서울대 미학과 출신의 방 대표는 재학 중에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시작했는데, 이후 유명 프로듀서 박진영에게 스카우트돼 1997년부터 JYP에서 일했다. 그가 작곡한 곡중에 대표적인 게 GOD의 ‘하늘색 풍선’, 박지윤의 ‘난 사랑에 빠졌죠’, 비의 ‘나쁜남자’,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등이다. 그는 히트곡 제조기였다.
지난 2005년 JYP에서 독립한 방 대표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독자노선을 걷기 시작했는데, 그의 이름을 제대로 알린 계기가 바로 2010년 MBC 예능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이었다.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방시혁 대표는 날카로운 음악적 식견으로 대중에 얼굴을 각인시키기는 기회가 됐었다. 그리고 방탄소년단을 2013년 탄생시키면서 그는 말 그대로 ‘빅히트’를 치게 된다. 방탄소년단의 지난해 미니앨범 ‘러브 유어셀프’는 무려 158만장이나 팔리면서 국내 단일 앨범 최고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다. 빅히트는 지난해 매출 924억원, 영업이익 325억원으로 영업이익 기준으로만 따지면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1위다. 알짜 회사란 것이다.
이번 방준혁 의장과 방시혁 대표의 만남은 서로 ‘윈-윈’(win-win)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방준혁 의장은 빅히트의 확실한 지재권을 확보하면서 해외시장 공략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그는 “올해 BTS월드를 비롯해 신작 게임 18종을 내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방시혁 대표는 넷마블로부터 받은 투자금으로 자본력과 사업 역량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기 때문에 향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주식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방탄소년단의 빅 히트에 안주하지 않고, 제2, 제3의 슈퍼 스타를 탄생시킬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방방 형제’들이 세상을 다시 한번 들었다 놓을 준비가 됐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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