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보험·코오롱 등 2개 대기업집단이 자산 규모가 10조원을 넘기면서 채무보증금지 등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받게 됐다. 또한 메리츠금융·넷마블·유진 등 3개 집단은 자산이 5조원을 넘기면서 대기업집단 규제 대상에 새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60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32개 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공시집단으로 지정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며, 비상장사 중요사항·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등을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출자제한집단은 이 의무에 더해 계열사 간 상호출자·신규순환출자·채무보증 등이 금지되고, 소속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도 제한된다.
올해 공시집단은 57개였던 전년보다 3개가 증가했다. 기존에 공시집단에 있던 기업 중에 제외된 기업은 없었다.
새로 편입된 메리츠금융은 메리츠종합금융증권·메리츠캐피탈 유상증자에 따른 자금 유입으로 자산이 6조9000억원을 기록해 새로 편입됐다. 넷마블(자산 5조7000억원)은 상장에 따른 자금 2조7000억원이 유입돼 대기업집단으로 거듭났다. 유진(자산 5조3000억원)은 현대저축은행 인수, 유진기업 실적개선에 따라 자산이 증가해 공시집단에 들었다.
출자제한집단으로는 2개 집단이 새로 지정되고 1개 집단이 제외됐다.
교보생명보험(10조9000억원)은 만기보유 금융자산을 매도가능 금융자산으로 재분류, 평가방법이 공정가치법으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장부금액이 1조8000억원 증가해 새로 이름을 올렸다. 코오롱(10조8000억원)은 코오롱인더스트리 국내외 생산시설과 연구개발시설 투자 등으로 자산이 늘었다. 다만 대우건설(9조7000억원)은 재무상태 개선을 위한 부채 1조4000억원 상환으로 자산이 감소해 출자제한집단에서 빠졌다.
60개 공시집단 중 총수(동일인)가 있는 집단은 52개로 전년보다 3개 늘었다. 메리츠금융 조정호 회장, 넷마블 방준혁 의장, 유진 유경선 회장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총수 없는 집단(8개)은 전년과 같았다. 삼성은 총수가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롯데는 신격호 명예회장에서 신동빈 회장으로 변경됐다. 네이버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GIO)이 그대로 총수로 인정됐다.

대기업집단 일부 총수 변경
공시집단 계열회사 수는 전년보다 103개 증가한 2083개였다. 평균 계열사 수는 34.72개로 0.02개 줄었다. 계열회사 수가 많이 증가한 집단은 롯데(17개)·한화(15개)·KCC(10개)였다. 농협(-32개), 네이버(-26개), 대우조선해양(-9개) 등은 크게 감소했다.
네이버의 계열사 감소 폭이 큰 이유는 지난달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으로 ‘임원독립경영 인정제도’가 도입돼 변대규 네이버 의장의 휴맥스 계열회사가 심사를 통해 계열분리됐기 때문이다.
출자제한집단 계열사 수는 전년보다 66개 증가한 1332개였다. 평균 41.6개로 전년보다 0.8개 늘었다.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의 계열사 수는 2014년 1579개에서 올해 2083개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기업 순이익 2배 껑충
공정위는 이번에 새롭게 대기업집단 변경 내용을 발표하면서 이들 집단의 재무현황과 경영성과를 발표했다.
가장 큰 특징은 반도체 호조 등으로 자산 5조원 이상인 대기업 집단의 당기순이익이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경기 악화, 자동차 판매 부진 등 여파로 일부 대기업의 자산·매출이 크게 줄면서 대기업 간 양극화는 심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60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자산 총액은 1966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9월1일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던 57개 기업보다 124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들의 평균 자산 총액은 32조3000억원에서 32조8000억원으로 5000억원 늘었다.
카카오는 보유한 상장사의 주식가치가 오르면서 자산 순위가 50위에서 39위로 상승했고 셀트리온도 49위에서 38위로 껑충 뛰었다. 반면 한국GM은 국내외 경기악화에 따른 판매 감소 여파로 41위에서 54위로 13계단이나 떨어졌다.
32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자산 총액은 지난해 30개 지정집단(1653조원)보다 104조4000억원 늘어난 1757조4000억원이었다.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지정집단(76.0%)보다 4.8%포인트 하락한 71.2%였다. 유상증자로 자본금이 늘어난 대우조선해양(-2492.4%포인트)과 대한항공 부채가 줄어든 한진(-207.0%포인트) 등이 많이 감소했다.
반면 한진중공업(+53.8%포인트), 농협(+52.0%포인트)은 각각 손익악화에 따른 자본금 감소, 현물출자에 따른 부채 증가 영향으로 부채 비율이 상승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지정집단보다 4.4%포인트 하락한 69.5%였다.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지정집단(53조8000억원)보다 46조4000억원 늘어난 100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무려 2배 가깝게 늘어난 셈이다. 삼성·SK·LG 등은 반도체 호조세로 매출이 늘면서 당기순이익도 큰 폭으로 늘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원화 강세와 해외법인 실적 악화로 순이익이 3조8000억 원 줄었다. 한국GM도 순이익이 5000억원 줄었고 부영도 분양주택 수익이 감소하면서 6000억원 줄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48조6000억원)보다 42조9000억원 늘어난 91조5000억원이었다.

대기업도 ‘부익부 빈익빈’
반도체 판매 호조, 경기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등으로 최근 호재와 악재가 겹치면서 대기업 간 자산·매출의 쏠림 현상도 더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전체 자산에서 상위 5개 집단(삼성·현대차·SK·LG·롯데)이 차지하는 비중은 53.4%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53.0%보다 0.4%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상위 5개 집단의 매출액 비중도 지난해 56.2%에서 올해 56.7%로 0.5%포인트 높아져 격차가 더 커졌다.
반면 상위 5개 집단의 당기순이익 비중은 70.5%에서 67.2%로 줄어들었다. 자산대비 매출·순이익 성과 지표도 상위 집단일수록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위 28개 집단의 자산대비 평균 매출액은 0.626이었지만 상위 5개 집단은 0.734로 큰 차이를 보였다. 자산대비 평균 당기순이익도 하위 28개 집단은 0.042였지만 상위 5개 집단은 0.064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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