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대세로 떠오른 ‘알고리즘 경영’

인재담당자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인재관리를 더 잘할까? 이미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인재의 자질을 판단하고 고용과 해고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알고리즘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시스코 영국(Cisco U.K)의 부사장 앨리너 카바나(Eleanor Cavanagh)는 자기 주장이 센 한 임원을 설득해서 조직 개편에 대한 그의 입장을 바꾸게 만든 적이 있다.
그렇다면 그녀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데이터 분석이었다. 카바나 부사장은 자신의 집무실에 있는 PC로 팀 스페이스(Team Space)에 로그인했다. 팀 스페이스를 통해 그 임원과 대화하는 방법에 관한 조언을 얻었다. 팀 스페이스는 시스코의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웹 기반의 앱이다. 그녀는 이 앱에서 15건의 알고리즘 평가를 볼 수 있었다. 알고리즘은 직원이 최고의 성과를 내고, 동기를 부여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권고하고 있었다.
카바나 부사장은 이 임원이 쉽게 포기하는 법을 모른다는 성향을 알아냈다. 그녀는 대화를 하면서 그에게 잠깐이라도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라고 요청했다. 그 방법이 실패를 한다면, 다시 그가 사용하던 방법으로 돌아가면 되는 식이었다. 그녀는 “직원들의 성향에 맞는 맞춤형 코칭 팁을 제공하는 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그들이 어떤 피드백을 필요한지도 알 수 있다”며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업의 HR 담당자들 가운데는 오랫동안 ‘정석경영(management by the book)’이란 말을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알고리즘 경영(management by the algorithm)’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직원들을 분석하는 것은 끊임없이 인재를 유치하고 보유하려는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핵심 전략이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은 지금 데이터 과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또 어떤 직원이 떠나고 어떤 직원이 최고 수석 부사장이 될 수 있을지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구입하기 시작했다. 
컨설팅 대기업 딜로이트의 인재관리 부문 책임자인 조시 버신(Josh Bersin)은 “소프트웨어는 더 나은 결정을 하도록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앞다퉈 분석 툴 사용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10개월 동안 예측 인재관리 분석 툴을 사용하는 기업의 비율이 4%에서 8%로 두배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월가의 투자자들은 고용과 업무 실적 관리, 건강 예측 앱을 개발하는 기업들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 딜로이트의 버신은 “심박수 측정기를 찬 직원들이 스트레스 조짐을 보이면, 인재관리 팀이 곧바로 나서는 일이 그리 놀라운 풍경이 아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재관리 앱은 직원에 대한 전반적인 면을 분석한다. 예컨대 이베이가 개발한 알고리즘은 재임 기간, 보수, 승진 및 상사의 평가 점수에 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어떤 직원이 퇴사할지 예측을 하고 있다.
IBM이 만든 블루 매칭(Blue Matching)은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을 활용해 수천명의 직원들에게 직무 기회와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블루 매칭은 직원들의 역할, 직무기술, 경험, 선호하는 근무지와 업무 실적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 공석이 생기면 각자에게 맞는 자리를 제안하고 있다.
GE는 머신러닝을 활용, 주요 승진에 적합한 지원자를 추려내는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인재관리 데이터, 내부 시스템에 저장돼 있는 프로필을 이용하고 있다.
그래서 성공을 거둔 회사 이사진과, 그와 비슷한 직무를 수행했거나 리더십 훈련을 받은 인재들의 경력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기술은 항상 완벽한 것이 아니다. 인적 관리 앱을 사용하려면 그에 따른 특별 관리체제를 갖춰야 한다. 예측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고용 데이터에만 의존하면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예컨대 알고리즘 분석이 고용 차별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식료품 유통 기업이 몇몇 지점의 이직률이 높다는 소프트웨어의 분석만 믿고 관리자들을 해고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알고보니 높은 이직률은 계절적인 요인 탓이었으며, 결국 해고는 부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앱들은 직원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위험성도 갖고 있다. 전자 배지는 센서를 이용해 직원들이 누구와 대화하는지 추적하고 음색을 등록할 수도 있다. 또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판 입력 정보나 이메일의 추적도 가능하다. 기업들의 이 같은 데이터 수집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 과정이 투명해야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잃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역효과를 낼 것이다.

- 글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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