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이슈]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지난 4월27일 극적으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일 아침에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사옥에서는 박수 소리와 임직원들의 환호가 가득했다고 합니다.
이날 현대그룹 임직원은 물론이거니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TV 생중계로 남북 정상의 만남을 지켜봤다고 알려졌는데요. 아무래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경협 사업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단연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재기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어느 때 보다 높을 겁니다.
현대그룹은 다른 대기업들과 다른 특성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남북경협 사업의 상징적인 기업으로 통한다는 점입니다. 현대그룹은 20년 전인 1998년에 금강산 관광 사업을 시작했었죠. 그리고 그 사업이 중단된 지 딱 10년이 됐습니다.
그렇지만 현정은 회장은 매년 신년 행사에서 새해 목표로 대북사업 재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임직원들에게 표출할 만큼 열망의 불꽃을 꺼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숙원 과제였습니다. 이북이 고향인 정주영 명예회장이 1998년 직접 소떼를 몰고 6월과 10월, 두차례나 북한에 방문했던 일은 민간 기업을 통해서 통일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계기였습니다.
소떼 방북은 그해 11월 역사적인 금강산 관광사업의 출발 신호탄이었습니다. 강원도 동해항에서 출발해 북한 장전항에 도착하는 금강호가 비록 뱃길이지만 남과 북을 하나로 연결해 줬습니다. 그 뒤로 2003년 개성공단이 본격 개발됐고, 2007년에는 개성시를 관광하는 사업까지 확장하게 됩니다. 현대그룹이 소떼 방북을 할 때만 해도 이렇듯 민간의 교류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 장담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현정은 회장에게도 대북사업은 상당히 애착을 갖는 사업 중에 하나였습니다. 현 회장은 2003년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이 갑자기 운명하면서 하루아침에 그룹 총수로 변신해야 했습니다. 당시 현 회장은 3자녀를 둔 주부였습니다. 갑작스럽게 현대그룹의 경영을 총 책임지게 됐지만, 현 회장은 차근히 굵직한 사업들을 경영해 나갔습니다. 그룹의 숙원과제인 대북사업도 잘 이끌어가는 듯 했습니다.
그러다 2008년 금강산 관광 사업이 돌연 중단되면서부터 최근 10년 사이에 현대그룹은 극심한 경영난제에 빠지게 됩니다. 2010년 현정은 회장은 비장의 카드로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했지만 다른 인수 후보자였던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에 밀려 실패했습니다.
2016년에는 그룹의 주축으로 불리던 현대상선이 경영악화를 겪으면서 최대주주가 현대그룹에서 산업은행으로 바뀝니다. 현대그룹은 유동성 위기 속에서 현대증권까지 매각하고 맙니다. 주요 핵심 사업들이 사라진 현대그룹의 계열사는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 등 12개사만 남은 상태입니다. 아쉽게도 중견기업으로 쪼그라든 거죠.
그렇기에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현대그룹이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입니다. 그 이유는 현대아산이 2000년 북한과 체결한 7대 사업권 때문입니다.
북한은 사회간접자본(SOC)인 철도·통신·전력·통천비행장·금강산 물자원·주요 명승지 종합 관광사업 등 7가지 사업권을 독점으로 현대그룹에 넘겼습니다. 사업기간도 30년간 개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부가가치는 천문학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현대그룹의 최대자산이 바로 대북사업인 겁니다.
현대그룹은 최근 남북경협 사업 태스크포스팀(TF)을 가동했습니다. 현정은 회장이 TF의 위원장을 맡고, 현대아산 대표와 그룹전략기획본부장이 대표위원으로 실무를 지휘한다는 게 기본 골자입니다. 계열사 대표들도 TF의 자문역으로 참여합니다. 실질적으로 그룹과 계열사가 총 집결해 남북경협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펼치는 그림입니다.
하지만 아직 여러 불확실성이 남았다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7대 사업권 획득 이후 20년 가까이 실질적으로 추진된 사업이 없었다는 것도 리스크입니다. 여전히 현정은 회장이 대북사업에 있어 정몽주 명예회장의 전통성을 부여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남북이 공식적인 경협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치의 이해관계가 복잡한 상황도 대북사업의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습니다. 과연 현정은 회장이 어떤 해법과 전략으로 대북사업을 풀어나갈지 지켜볼 일만 남았습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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