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춘-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요즘 들어 우리 경제 상황을 놓고 경기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그것도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각료 사이에 벌어지고 있어 기업과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보다 우려가 앞선다.
우리 경기에 대한 우려는 나라밖에서 먼저 제기했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진단과 예측지표로 가장 정확하다고 평가받는 국제협력기구(OECD)의 복합선행지수(CLI)는 한국의 경우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해 ‘100’ 밑으로 떨어졌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 때는 ‘경기 둔화’ 혹은 ‘침체’를 의미하고, 월별 지표가 3개월 연속 지속될 때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추세 변동’으로 간주한다.
경기 예측력이 가장 높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전망에서도 주요 교역국 성장률은 상향 조정되고 있으나 우리만 3%에서 정체되고 있다. 오히려 지난 4월 이후에는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예측기관도 나오기 시작했다. ‘성장률의 차별화’(decoupling)문제다.
그 어느 국가보다 대외환경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 특성 상 교역국 성장률이 상향 조정되면 우리 성장률 상향 조정 폭은 더 컸다.
우리 경제 앞날에 놓인 변수는 녹록지 않다. 대외적으로 각국의 보호주의 물결이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는 가운데 트럼프 정부의 통상압력은 한국에 집중되고 있다. 일본, 유럽을 중심으로 선진국 경기 성장세도 한풀 꺾였다.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터키,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은 금융위기 재연 조짐도 감지된다.
채산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국제금리와 유가, 달러 가치가 동시에 올라가는 ‘신3고’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달러 강세(원화 약세)를 우리 수출과 경기에 긍정적인 변수로 보는 시각이 있으나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수반되는 달러 강세는 자금이탈, 달러 부채 부담 증가 등의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게 우려된다.
대내적으로는 현 정부가 최우선 순위를 두고 추진하고 있는 노동과 기업정책 개혁은 가는 방향이 맞다하더라도 정책 수용층이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 과다한 의욕과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다보면 우리 경제 입장에서 가장 절실한 ‘경제하고자 하는 의욕’과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가계부채 부담도 위험수위를 넘은지 오래됐다. 거시(성장률과 고용)와 미시(상장기업 실적) 차원에서 삼성전자 쏠림과 착시 현상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후속 조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테일 리스크(tail risk·꼬리 위험)’도 언제든지 도사리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경기가 둔화(혹은 침체)될 경우 이를 살릴 수 있는 정책수단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통화정책은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을 추진하기가 어렵다. 재정정책은 아직까지 여유가 있으나 재정수지가 너무 빨리 악화되고 있다. 외환정책은 외화거래 내역을 공개해야 돼 실질적으로 개입이 어려워졌다.
우리 경제는 유독 위기설에 민감하다. 정책당국자가 알아둬야 할 것은 대내외 여건이 악화될 때마다 위기설이 곧바로 판치는 것은 ‘통계 수치상의 위기’가 아니라 정부의 경제운용 체제를 중심으로 한 ‘사회시스템상의 위기’에 연유된다는 점이다. 정책 책임자는 경기논쟁이 아니라 경제시스템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몰두해야 한다.
종전의 이론과 관행이 통하지 않는 경제정책 여건에서는 특정인에 의존하기보다 국민 모두의 집단 지성을 구해 대처해 나가는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이 더 효과적이다.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주연이 되는 ‘M-트로이카(Management-troica)’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남북문제도 그렇다. 경제정책 우선순위는 지표경기보다 체감경기를 개선하는데 둬야 한다.

- 한상춘-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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