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리점에 대한 갑질 근절을 위해 분쟁이 잦은 의류업을 첫번째 실태조사 타깃으로 정했다. 인기제품에 신제품을 묶어 대리점에 강제로 떠넘기는 꼼수를 차단하고 피해 대리점 보호를 위해 본사에 대한 자료제출명령권을 강화하는 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지난 24일 본사와 대리점주 간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목표로 이 같은 내용의 ‘대리점거래 불공정 관행 근절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가맹, 대규모 유통, 하도급 등에 이어 공정위가 4번째로 내놓은 갑을관계 종합 대책이다. 이로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추진한 골목상권 보호 대책은 약 1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번 대책은 공정위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약 4800개 본사와 15만개 대리점을 상대로 진행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마련됐다.
공정위는 매년 업종별 서면조사를 통해 개선이 필요한 거래 관행을 발굴하고 직권조사의 단서로 활용할 계획이다.
우선 올해 하반기 실태조사 대상은 지난해 분쟁조정 신청이 가장 많았던 의류업으로 정했다. 의류업은 전속거래 형태가 대다수여서 본사에 의한 불공정행위 발생 위험이 큰 업종으로 꼽힌다. 로드샵 형태의 대리점도 많아 본사의 인테리어 개선 강요 행위도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서면 실태조사 결과 법 위반 혐의가 발견된 사업자에 대해서 예외 없이 조사를 벌이는 등 대리점 갑질에 대한 직권조사를 더욱 적극적으로 할 예정이다. 피해 대리점의 손해 입증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적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본사에 대한 법원의 자료제출명령권도 강화된다.
이는 관련 자료가 사업자의 영업 비밀에 해당하더라도 열람 제한을 조건으로 제출하도록 강제하는 안으로, 민사소송법상 자료제출명령권보다 더 강화된 것이다. 본사가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피해 대리점 측 주장이 그대로 사실로 인정될 수 있다.
공정위는 ‘밀어내기’ 갑질 논란을 빚은 남양유업에 과징금 124억원을 부과했지만 관련 기록을 확보하지 못해 2016년 최종 5억원의 정액 과징금만 부과한 바 있다. 남양유업은 법원에서 대리점주와 피해액을 다투면서도 “관련 프로그램을 폐기했다”며 자료를 제출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거부했다.
신제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인기제품과 묶어서 대리점에 공급하는 행위는 앞으로 ‘구입 강제’ 분류돼 금지된다. 판촉행사 비용의 과도한 분담, 상품·용역 공급의 현저한 축소·지연, 계약해지를 빌미로 한 불공정행위 강요, 매장확대·리모델링 강요 등도 관련 고시에 금지행위로 명시된다.
대리점이나 사업자단체가 업종별로 권익 보호에 필요한 거래 조건을 담은 표준계약서 제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도 추진된다. 대리점이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직접 법원에 불공정행위의 중지를 청구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도’를 도입하는 안도 법 개정안에 담긴다.
악의성이 명백한 본사의 보복 행위에 대해서 실제 손해액의 3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우선 적용하고 확대 적용 여부도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대리점단체 구성권을 대리점법에 명시하고 단체구성·가입·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 제공도 금지해 대리점의 협상력도 높일 방침이다.
본사가 대리점거래 희망자 등에 대해 허위나 과장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도 법에 신설된다. 표준대리점계약서에는 최소 3년 이상 계약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긴다.
본사가 인테리어와 판촉행사 비용을 각각 최소 40%, 50% 이상 분담하도록 하는 조항과 인근 점포 개설계획을 대리점에 미리 통지하도록 하는 조항도 표준계약서에 마련된다. 공정위와 공정거래조정원, 지방자치단체 등과 반기별로 대면회의도 개최해 불공정 거래와 관련된 이슈도 조기에 발굴하기로 했다. 자발적인 공정거래 협약 및 평가제도도 운용해 이행 실적을 평가하고 결과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도 부여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본사의 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대리점주의 권익 보호 안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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