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가에 가맹점과 상생전략으로 세탁시장 접수
‘멀티숍’으로 제2전성기 날갯짓

최근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비즈니스들이 활황기에 접어들었다. 특히나 나홀로 식사를 많이 하는 추세에 따라 맞춤형 간편식 요리도 부쩍 많아졌다. 혼밥과 혼술 추세에 따라 일반 음식점과 술집에서도 1인 메뉴가 개발되고 있다고 하니 확실히 1인 가구 시대에 맞는 성장산업이 있기는 있다.
세탁 업종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1~2인 가구에 특화된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최근 동네마다 무인세탁이 가능한 코인빨래방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걸 볼 수 있는데, 1~2인 가구에서는 세탁기 등 덩치 큰 가전제품을 두지 않고 외국처럼 가까운 빨래방에서 동전을 넣고 간편하게 세탁하는 게 트랜드가 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나라 최대 세탁 프랜차이즈 업체는 어디일까? 바로 크린토피아다. 크린토피아는 세탁편의점 프랜차이즈 1위를 표방하면서 전국에 2500개가 넘는 가맹점포를 확장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130여곳이 지사로 운영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세탁공장을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다. 전국의 가맹점에서 세탁물이 수거되면 130여개의 지사에서 세탁이 완료되고 가맹점으로 다시 배송이 되고 있는 시스템이다.
앞서 설명한 코인빨래방 모델도 요즘 크린토피아가 밀고 있는 신규 사업이다. 2009년부터 ‘크린토피아+코인워시’라는 이름으로 기존 세탁편의점의 서비스와 접목해서 손쉽게 동전을 넣고 세탁을 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가 최근 600호점을 돌파했다고 하니, 그 폭발적인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나 이불과 같은 큰 빨래를 집에서 하기보다는 코인워시 빨래방에서 하는 소비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지난 겨울 때 아닌 한파로 집집마다 세탁기를 못돌리던 때에 전국의 코인워시 빨래방이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했다.
어찌됐든 크린토피아는 우리나라 선두 세탁 프랜차이즈 업체다. 전국에 2000개가 넘는 가맹점을 가지고 있는 프랜차이즈 본사를 나열하면 편의점 업종에서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이 있으며, 베이커리 전문점으로 파리바게뜨 정도가 전부다. 모두 먹거리와 관련한 프랜차이즈다. 그렇다면 어떻게 크린토피아는 세탁 서비스라는 특별한 비즈니스를 통해 2500개가 훌쩍 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보유할 수 있었을까?

이익을 나누며 가맹점과 함께 성장
일단 세탁 서비스사업이라는 게 정말 일손이 많이 가는 업종 중에 하나인데, 전체 지출 비용의 절반 이상이 인건비로 나간다고 한다. 세탁물을 처리한다는 것이 기계로만 일괄 처리할 수 없고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기에 그렇다. 한사람이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세탁물도 100점이 넘지 못한다. 이렇게 낮은 생산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세탁 서비스사업을 프랜차이즈로 성공시키기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크린토피아 말고 관련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많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세탁업종의 낮은 생산성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크린토피아는 1992년 창립한 이래 쾌속성장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 성장 비결의 포인트는 파격적인 가격과 가맹점주와의 상생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일단 1990년대 셔츠 1 장당 세탁 가격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당시 동네 세탁방은 평균 2500원을 받았다. 이러한 시장 속에서 당시 크린토피아는 5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정책으로 진출했다.
이렇게 가격을 확 낮출 수 있던 배경에는 다른 동네세탁소와는 달리 세탁물을 배달하지 않는 정책이 있다. 손님이 직접 세탁물을 들고 세탁소에 가고 다시 찾으러 가는 건 크린토피아가 생기고 나서 보편화된 시스템이다. 손님이 직접 방문할 수 있게 하는 동기유발을 위해 세탁비를 절반에서 많게는 25%까지 낮췄던 것이다. 결국에 소비자들은 크린토피아를 선택했다.
크린토피아의 다른 특징은 가맹점 로열티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펼쳤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이라고 하면 가맹점주에게 프랜차이즈 본사의 자재와 소모품을 부담지고, 중간 마진도 챙기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크린토피아는 본사가 가맹점 매출의 1.5%를 로열티로 받는 대신에 인테리어를 비롯해 다른 비용을 마진으로 남기지 않았다. 이를 선진국에서는 ‘러닝 로열티’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크린토피아는 앞서 설명한대로 세탁 대행비와 로열티만 받는 게 전부이며 매출이 오르면 오를수록 본사와 가맹점이 상생하는 모델을 이룩한 것이다. 여기에 모든 광고나 홍보 비용도 본사 쪽에서 부담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가맹점주는 그저 자신들의 영업과 매출관리만 신경 쓰면 되는 것이다.

혁신적인 서비스로 시장 선도
이러한 크린토피아의 성장 모델을 갖춘 인물은 이범돈 대표다. 1992년 프랜차이즈를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크린토피아는 적자 기업이었다고 한다. 누적된 적자가 쌓이고 쌓여서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하는 위기도 찾아왔다고 한다. 원래 크린토피아의 시작은 1986년 염색 및 섬유가공을 전문적으로하는 중소기업인 보고실업이다.
보고실업 창립자는 이범택 크린토피아 회장으로, 이범돈 대표의 친형이다. 관리하기 까다롭다고 하는 울 제품의 가공 염색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보고실업이 1992년에 크린토피아라는 사업부를 신설하면서 크린토피아가 탄생한 것이다. 염색가공 기업이 세탁편의점 사업을 시작한 것인데, 경험이 없다보니 사업 첫해 적자가 예상치를 넘어서고 말았다. 이범택 회장이 사업을 접으려던 찰나에 한국전력에서 재무를 담당하던 이범돈 대표가 크린토피아 살리기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그래서 1993년부터 이범돈 대표가 이끄는 크린토피아가 본격적으로 출발한 것이다. 그렇지만 크린토피아는 2000년까지만 해도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황에 있었는데, 사실 세탁사업이라는 게 시설투자가 많이 들어가는 장치 사업이라 투자금이 많이 들어갔던 것이 사실이다. 때마침 1997년에 외환위기까지 불어닥치면서 시장이 얼어버렸다.
그런데 외환위기가 크린토피아에 반전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특별한 기술 없이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는데, 마침 크린토피아에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범돈 대표는 가맹점주가 살아야 크린토피아가 성장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앞서 설명한대로 친 가맹점주 정책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크린토피아는 세탁 사업에 있어 ‘혁신’ 서비스를 줄기차게 쏟아낸다. 전국 130여개 세탁공장에서 하루에 3번 수거와 배송을 병행하면서 가맹점에서는 손님이 오전 10시 이전에 세탁물을 맡기면 저녁에 찾을 수 있는 서비스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특히나 세탁 기술력에서도 다른 경쟁 세탁소 대비 월등히 앞서 나갔는데 옷뿐만 아니라 침구류나 신발, 어그부츠, 턱시도, 가방까지 세탁하고 고급 명품 수선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크린토피아에는 기업부설 연구소가 있는데, 여기서는 연구개발을 통해 황변제거나 발수가공을 비롯해 기능성 아웃도어 전문세탁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속속 도입했다. 심지어 크린토피아는 가정용 세탁 시장을 넘어 의료세탁과 호텔세탁 등 산업용 세탁 시장까지 보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차별화된 물류시스템과 뛰어난 세탁기술로 프랜차이즈 확장의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것이다.

코인빨래방 등 성장성 지속 전망
그렇다면 앞으로 크린토피아는 성장성이 높을까? 일단 브랜드 차원에서 독보적인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 충성도가 높다는 점은 앞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우세하기에 기존 세탁편의점 브랜드와 함께 코인빨래방인 코인워시도 한창 잘 나가고 있으며 요즘에는 100% 무인 운영이 가능한 ‘코인워시365’도 성장세라고 한다. 코인워시르를 가리켜 ‘멀티숍’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서브 브랜드가 신규 출점을 계속 이어가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확장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을 예로 들면 코인빨래방만 2만개가 넘는다고 한다. 한국이 아직 2000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코인 빨래방의 증가도 점칠 수 있겠다.
특히나 세탁 프랜차이즈 시장 자체도 호황기에 접어들었다. 앞서 설명한대로 1~2인 가구를 비롯해 맞벌이 부부도 증가하고 있는데다가 소형 평수의 주택이 강세를 보이면서 코인세탁과 세탁을 맡기는 경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지고 있다.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의 평면도를 봐도 발코니 확장으로 베란다를 축소하다 보니까 빨래를 세탁기로 하더라도 딱히 말릴 공간이 없다는 것과 미세먼지 문제로 실외 건조가 힘들어지고 있는 환경적인 상황도 크린토피아에게는 기회다. 이범돈 대표는 지금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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